많은 사람들은 기독교의 사랑과 불교의 자비는 같다는 견해를 상식화하여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 둘이 통폐합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물타기식이 되어 그 장엄함의 기봉이 꺾이고 종교가 무슨 문화쯤이나 되는 세속인의 입맛이나 맞추는 하향조정이 될 염려가 있다.
우선 기독교의 사랑은 정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불교의 자비는 지혜(반야)를 통해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그 궤도를 달리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정의는 그냥 정의로움이 아니다. 절대자인 신의 정의가 있을 뿐이고 이 신의 정의야말로 최종적인 의로움인 것이다.
이 신의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은 저주와 예언이라는 두 가지로서 먼저 권력측의 부패와 착취를 저주하고 인민들의 물욕과 탐욕을 저주하여서는 복을 비는(기복) 우상숭배를 혐오한다. 지상에서 저주받는 이 모든 것들은 신의 심판에 의해서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고 새로운 세계인 천국이 출현할 때는 순결한 영혼의 승리가 예약되어 있다는 예언이 뒤를 따른다. 이것이 복음이다.
그러나 순결한 영혼의 승리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혈연의 끈질김과 탐욕의 깊은 뿌리 같은 것은 가히 지구의 종말이 있어야 없어질 그런 강력한 것들이다. 어찌 절대자나 신의 이름을 일컫지 않고 대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하여 신은 절대로 죽을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저 나사렛의 예수는 인류가 가진 최고최대의 영웅이다.
오호라 통재라 영웅과 성인이 어찌 조폭의 두목과 같을 수 있다는 말인가. 조직의 팽창이나 선동 같은 것으로 성인을 세우기는 애당초 턱도 안닿는 이야기다. 영혼의 순결이 설교되는 감동이 아니고서는 종교의 이름에 값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저 성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혐오했던 타락과 부패나 기복의 우상은 타인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자기자신의 문제인 점에 착안한 것이 기도라는 수행이다. 지금은 통곡까지 동원한 기도행사가 과연 어디쯤에 와 있는 수행인지 궁금하다.
불교의 자비는 반야지혜를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반야지혜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본래 없었던 것(본무)이 지금 있음(금유)은 <연기> 때문이다. 이 사실관계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따라서 지금 있는 것을 멸한다는 것이 <공>이다. 바로 멸도의 반야지혜다. 여기에는 유아도 무아도 없다. 유아도 없는데 어찌 무아가 있을 수 있겠는가.다만 있는 것은 유아의 삶과 무아의 삶이 있을 뿐이다. 이 둘의 삶의 모습에서 무아의 삶이 <자비>라는 이름이 되는 것이다. 불교에서 그리도 무아를 중심교설로 삼는 것은 결국 자비의 삶을 목표로 삼는 까닭이다. 자비의 삶은 행복을 보장하니까.
참으로 희유하다. 연기니 깨달음이니 공이니 무아니 자비 같은 엄청난 명자와 논의를 모르고서도 자비의 삶을 사는 것은 바로 어머니다. 세상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절대자로 마음에 품으면서부터 무아의 삶을 산다. 그가 품은 자식의 옹졸함과 못남과 미성숙에도 불구하고 원망과 노여움과 불행해하는 모습이 없다.
절대의 세계는 신의 세계다. 절대를 품고 한 평생을 산다면 이미 속인은 아닌 것이다. 자식은 그러므로 어머니의 종교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불교나 기독교나 이슬람교 같은 것은 다 이교도들이고 외도들인 것이다. 사람은 절대를 가슴에 품고 살 때가 무아가 되고, 무아가 되므로 참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있는 것이다. 불교인이 절대를 품지 않는다는 것은 헛소리다. 절대자를 품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
나는 어머니의 무아를 느끼고나서부터 부처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을 낳고 그 생명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 그 삶이야말로 무아적인 삶의 본보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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