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전문가들은 워런 버핏처럼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은퇴시기를 3년 이상 늦춰 잡을 것을 권하고 있다. 충분한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그러나 주가가 폭락하면서 401(k) 은퇴 구좌의 가치가 삭으러들자 많은 근로자들은 5년에서 10년까지 은퇴시기를 미뤄야 할 형편에 놓였다. 그러나 그게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40대에서 60대 직장인들이 오래 일할 각오를 하고 있음에도 회사 측은 경기 불황으로 이들을 내보내고 있다. 이럴 때 제일 먼저 쫓겨나는 것이 고령자들이다. 그들이 월급을 제일 많이 받기 때문이다.
고령자는 일하고 싶어도 직장에서 찬밥신세
써먹을 수 있는 기술 익히는 것이 생존 비결
워싱턴의 은퇴자 권익 옹호 단체인 연금 권익 센터의 케런 퍼거슨은 “은퇴 구좌는 폭락하고 건강 보험료는 치솟아 많은 사람들이 오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많은 회사들은 이들을 채용할 돈이 없어 돈 많이 받는 직원들부터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경기 불황은 1946년에서 1964년 사이 태어난 7,800만명의 베이비부머들을 특히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이 중 20%는 은퇴 자금 적립을 포기했으며 34%는 은퇴시기를 늦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고 27%는 렌트나 모기지 페이먼트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연방 회계국은 지난 15개월 간 미국인들의 은퇴 계좌가 2조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주가가 폭락하기 이전인 작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은퇴자 5중 2명은 은퇴 자금이 바닥난 뒤까지 살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령의 노동자들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뉴욕 뉴스쿨의 경제학 교수인 테레사 길라두치는 “지금 고령 노동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401(k) 자산을 헐값에 팔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주가가 폭락했다고 은퇴 자금 적립을 중단해서는 안 되며 주가 하락이 두려우면 채권이나 머니 마켓 펀드에 돈을 부으라고 조언한다.
피고용인 혜택 연구소장인 잭 밴데레이는 주가 하락이 두려워 401(k)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돈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에이온 컨설팅사의 세실 헤밍웨이는 “중요한 것은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갖는 것”이라며 “이는 대졸자를 포함 누구에게나 해당되며 이것이 없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얼라이언트 대학의 커뮤니케이션 부소장을 맡고 있는 니콜렛 투생(57)은 이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401(k) 통지서를 열어 보기가 겁나지만 그렇다고 주식을 팔 생각은 없다. 그녀는 “등락이 심하지만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라며 “지금 파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5만달러에 달하던 은퇴 자금은 지금 20만달러로 줄었다. 그녀의 재정 상담가는 이는 은퇴 자금 액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10년 후 대학에서 은퇴할 것으로 보고 그녀는 두 번째 파트타임 자리를 준비 중이다. UC 버클리 익스텐션 강좌를 통해 실내 장식을 배우고 있다. 그녀는 68세에 은퇴 할 예정이었으나 주가 폭락으로 은퇴시기를 75나 78세로 늦춰 잡고 있다. 다른 사람 신세를 지지 않기 위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평균 은퇴 연령인 63세 이상 일하려 하는 근로자들은 회사로서는 반갑지 않은 존재다. 나이 많은 직원들은 보통 월급을 많이 받을뿐더러 건강 보험료도 비싸게 들기 때문이다. 보스턴 은퇴 연구소의 앨리시아 머넬은 “회사 입장에서 보면 고령 직원은 생산성은 떨어지면서 비용은 많이 드는 존재”라며 “고령자들은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코넬대 노동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허친스는 고용주는 감독하지 않아도 일을 더 많이 하는 고령 직원을 원한다고 말했다. 일부 회사들은 적극적으로 그런 직원을 찾고 있다. 50세 이상 취업 희망자를 위한 웹사이트인 ‘RetirementJobs.com’의 팀 드라이버는 “우리는 서비스 산업이 주종을 이루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직종의 80%는 근로자의 나이가 많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미 은퇴자협회(AARP)의 데보라 러셀은 취직이 잘 안 되는 데는 고령자들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훈련을 받으려 하지 않고 젊은 보스 밑에서 일하려 하지 않으며 컴퓨터 기술도 없다는 것이다.
시어스 사의 세무 담당 부사장 비서였던 레지나 화이트(68)는 1995년 은퇴 한 후 요즘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은퇴 기금이 35%나 폭락했고 식품 및 개스 값은 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 달에 70달러짜리 짐 회원권도 포기했다. 연 1만7,000달러에 달하는 소셜 시큐리티와 은퇴 기금인출로 생활해 가고 있는 그녀는 “오랫동안 일을 안 하다 다시 잡을 찾는 것은 치욕적인 일”이라며 “일하는 법도 잊어 버렸고 컴퓨터도 잘 못한다”고 말했다. 우체국 메일 분류직에 원서를 냈지만 결국 자기보다 젊은 사람이 채용됐다. “내 손자뻘 되는 사람이 인터뷰를 한데다 내 경쟁 상대도 그런 사람들”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은퇴 기금이 회사 책임에서 401(k)로 넘어가면서 수백만 명의 근로자가 화이트와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종전 회사 연금 제도에서는 회사가 자금 관리를 책임지지만 지금은 근로자가 져야 한다.
401(k) 제도가 있는 회사도 직원 5명 중 1명은 이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연방 의회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55세에서 64세 사이 근로자들은 401(k) 계좌에 평균 6만1,000달러를 갖고 있다. 피고용인 혜택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43%는 5만달러도 없다. 또 이 연령 그룹 근로자의 27%는 은퇴 기금의 90%를 등락이 심한 주식에 넣어 두고 있다.
401(k)는 원래 근로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고소득 중역들의 절세를 위해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회사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은퇴 책임을 기업에서 직원 쪽으로 돌리는 데 앞장섰다.
회사가 고령자를 내보낼 때 고용주들은 나이가 아니라 첨단 기술이나 근로 의욕 부족을 이유로 삼는다. 그러나 연령차별 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배상액도 커지자 스스로 떠나도록 퇴직금을 지급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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