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에 발등 찍힌 부시..지도력 한계
매케인.오바마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 믿었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백악관의 발등을 찍다.
임기 말년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자존심을 구겨가며 7천억달러 규모의 금융구제 법안 처리를 위해 의회에 하소연도 하고 머리도 조아렸지만, 정작 믿었던 공화당 의원들의 `반란표’로 인해 법안처리가 무산되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29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금융구제 법안의 예상치 못한 부결사태는 곤두박질친 뉴욕증시의 주가만큼이나 워싱턴 정가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차기 정권을 인수하게 될 공화당 존 매케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에게는 대선을 불과 30여일 앞두고 위기관리 능력의 드높은 시험대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의회지도자들이 빚어낸 총체적인 리더십 부재가 이번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점은 미국의 현 집권세력에게는 두고두고 뼈아픈 대목이 될 전망이다.
하원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고작 65명이 찬성표를 던진 데 반해 배에 가까운 133명이 법안에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써 금융법안의 부결을 주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 140표, 반대 95표를 행사한 것과 비교해 볼 때 공화당의 `반란’이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니라 폭넓은 공감대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만일 부시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이 공화당 저류에 흐르는 이 같은 `쿠데타’ 정서를 읽지 못한 채 표결을 강행했다면 리더십의 실종, 백악관과 의회간의 소통 부재, 국정 최대 어젠다에 대한 준비부족 등 이외에는 마땅히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이는 결국 재임기간 온갖 실정을 거듭해 온 부시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친정’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땅에 떨어졌음에도 백악관과 의회가 공화당이라는 이념적 연결고리로 `대통령 호소=공화당 의원 지지’라는 등식에 안주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아침 일찍 TV에 출연, 아주 어려운 표결이 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막판까지 대의회 읍소작전을 펼쳤지만, 민주당 보다 훨씬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보스’의 말을 거절한 셈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현실적으로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내세우는 금융붕괴 위기 방지라는 `검증되지’ 않은 대의명분보다는 `탈(脫) 부시’ 노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를 납세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막는데 대한 유권자들의 `불복종’ 정서가 강하다는 점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당파적 이익 보다는 개인적 정치 이해관계에 따른 투표를 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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