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해방구
돈과 기회를 찾아온 아랍각국의 젊은 세대로 ‘북적’
밤이면 디스코텍에, 맥주파티… 서구식 라이프스타일
카이로에서 살 때 라미 갈랄은 자기가 처해 있던 위치와 운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처럼 호텔 정비원이 되는 길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곳 두바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항상 선택을 강요한다. 불안정할 정도의 자유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올해 24세인 갈랄은 거의 매일 밤 맥주를 마신다. 또 한 젊은 러시아 창녀를 걸 프렌드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집트에 있을 때는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모든 것이 그에게 달렸다. 무엇을 먹을지, 모스크로 갈지, 한 잔 하러 갈지, 또 누구와 친구가 될지 등 모든 것이.
“이집트에 있었을 때는 더 종교적이었다.” 갈랄의 말이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인다. 이집트에서는 시간이 더 많이 있었고, 관계에서 많은 통제를 받았다. 이집트에서는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견제를 받는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이집트에서, 또 대부분 아랍세계를 통틀어 이슬람 부흥운동이 강력히 전개되고 있다. 그 운동의 주역은 젊은 세대로 신앙과 종교의식은 그들의 정체성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인종시장을 방불케 하는 두바이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전체 주민의 80%가 200여개 국가에서 온 외국 노동자로 두바이는 하나의 별세계를 이루고 있다.
경제적으로 생기가 넘친다. 사회적으로는 극히 자유분방하다. 그러면서도 틀림없는 회교국가다. 이런 두바이는 젊은 사람들을 근본에서 변형시킨다. 종교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다. 이슬람이라는 종교보다는 국가적 정체성에서 보다 강한 유대감을 갖는다.
두바이는 아랍세계의 장래 비전인지도 모른다. 보다 많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법질서를 존중한다. 그리고 관용을 베푸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이는 그런 미래를 아랍 국가들이 추구한다고 할 때 그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환경에서 종교는 젊은 남성들이 심리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없다. 혹은 집단적 압력에 마지못해서라도 순응해야 하는 그런 것도 되지 못한다. 모든 삶이 개방적이고, 자의적이다. 이집트나, 요르단, 시리아, 알제리 등지에서는 긴 턱수염을 기른 남자는 이슬람이스트 취급을 받는다. 때문에 일을 찾기가 어렵다. 이곳 두바이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이곳에서 얼마든지 나의 종교생활을 자연스럽게, 또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다. 이 나라는 회교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을 통해서도 나의 야망을 추구할 수 있다.” 이집트 출신의 전기 엔지니어인 아흐마드 카싸브의 말이다. 그는 긴 수염을 기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앞이마에는 기도 마크가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는 생산성에 따라 사람이 평가를 받는다. 외모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이집트에서는 물론 다르다.” 계속되는 그의 말이다.
전 아랍세계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정황에서 어떻게 해서 두바이는 회교극단주의 해방구가 됐을까. 아무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두바이의 호텔이나 쇼핑 몰에서는 모로코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일상화 되다시피 한 금속 탐지기를 볼 수 없다. 말하자면 냉전시대에 동서 어느 편에서도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었던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같은 곳이 두바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안보시스템은 강력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아랍국과는 달리 다양성, 관용, 기회 등이 온존하는 곳이 두바이다.
“이 시스템에 유감을 지닌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두바이 대학의 행정학 교수인 타리크 유세프의 말이다. “두바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다른 것도 많다. 직업이 있고 모스크는 24시간 열려 있다.” 그의 설명이다.
두바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또 혼란스럽게도 한다. 열심히 일하면 그 대가가 따른다.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불평등과 착취가 존재하는 곳이다. 게다가 온통 금지령 투성이의 나라다. 담배를 금한다. 음주운전을 금한다. 말라, 기름을 흘리지 말라 등등. 그러나 사람들은 그 금지령을 자주 무시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샤핑 몰이 이곳에 있다. 두바이 몰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도 이곳에 있다. 부르즈 두바이가 그것이다. 종려나무 모양으로 디자인 된 인공 섬이 있는 곳이 두바이다. 실내 스키장도 있다. 크레딧 카드가 통용되고 누구든지 직장이 있다. 그리고 세금이 없는 곳이 두바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이슬람과 서방문화가 조화
아랍세계의 미래비전 제시
“이곳에 오면 어떤 곳인지 톡톡히 신고를 치르게 된다.” 요르단 출신의 올해 28세인 하므자 아부 자나드의 말이다. 그는 18개월 전 이곳에 와 부동산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팬시한 차들이 있는데 속력은 내지 않는다. 한 번은 해변 가를 달리는데 플래시가 터졌다. 누군가가 나를 감시해 사진을 찍고 있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교통 감시카메라였다. 과속으로 달렸던 것이다. 다음날 경찰관이 전화를 했고 벌금을 물었다.” 두바이에서 그가 치른 신고식이다.
그는 수년간 캐나다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대학을 나왔고 영어를 사용했다.
맥주를 마시고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 또 매일 같이 체육관을 다녔다. 서구식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항상 이질적 존재였다. “크리스마스 때면 상당히 외로웠다.” 그의 캐나다 생활에 대한 회고다.
아부 자나드는 두바이에서도 여전히 서구 스타일의 생활을 즐긴다. 맥주를 마시고, 디스코텍을 주기적으로 간다.
그러나 샤핑 몰이나 거리를 걸으면서 다른 것도 즐긴다.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기도 소리가 그를 편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은 그에게 있어 종교라기보다는 문화다. 그 분위기 속에서 그는 자유를 느끼고, 또 문화적 유산에 편안함을 갖는 것이다. “우리들이 돌아갈 곳은 어딘가. 이집트일까. 요르단일까. 아랍세계의 장래는 두바이에 있다.” 아부 자나드와 그의 친구인 빌랄 함단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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