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키언 대학 실시 ‘죽음에 대한 시각’ 클래스 뜨거운 인기
검시소·교도소 등 방문 8주 코스
신청대기자 3년 치나 밀려 있어
“삶의 유한성과 소중함 깨우쳐”
<유니언, 뉴저지> 죽음 남자의 사체가 금속 테이블 위에 벗겨진 채 놓여 있다. 성기 부분만 작은 천으로 가려지고 입은 벌린 채 경직된 팔은 치켜 올려져 있다. 파란색 장갑을 낀 검시관은 묵직한 해부용 칼로 가슴을 절개한다. 갈색 살이 벌어지면서 두꺼운 노란색 지방층이 나타난다. 검시관은 뼈에서 대리석 색의 살을 발라낸다.
30세의 이 남자는 외아들로 결혼을 했으며 세 아이의 아버지다. 전날 밤 9시40분께 누군가로부터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지금 뉴저지 검시소의 검시관은 곰팡이 포자로 덮인 듯 타르로 얼룩진 시신의 폐를 집어내고 있다. 머리를 길게 딴 21세의 생물학 전공학생인 레베카 슈미트는 키언 대학교 급우 수십 명과 함께 시신 옆에 서있다. 이들은 8주 동안 계속되는 ‘죽음에 대한 시각’이라는 코스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총탄을 찾고 있는 겁니다. 와서 보세요”라고 지도교수인 노마 보위(49)는 말한다. 슈미트는 시신의 왼쪽 눈 위에 박힌 일그러진 금속덩이에 넋을 빼앗긴다. 그녀는 향수를 뿌린 마스크를 통해 호흡하지만 배설물과 썩은 달걀 냄새를 풍기는 시신의 악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슈미트는 시신을 수도 없이 봤지만 사체 안을 들여다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0년간 보위교수는 30명씩 참여하는 이 코스를 통해 사체들이 벙커베드 스타일로 안치돼 있는 냉동 안치실, 그리고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교도소 방문과 살인범들과의 면담 등을 실시해 왔다. 그녀의 코스 참가자들은 교외의 작은 마을과 도심으로부터 온 학생들이다. 이들은 예사롭지 않은 필드 트립에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코스로 끌어 들이는 더욱 강력한 힘은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죽는가에 대한 관심이다. 우리 신체에 어떤 일이 일어나며 영혼은 정말 있는가 같은 문제이다.
시인이며 철학자인 칼릴 지브란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삶의 심장 속에서 찾지 않는다면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보위교수는 이런 원칙에 따라 학생들을 인도한다. 이 코스에 등록을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대기명단이 3년치에 이를 정도이다.
“이것이 바로 혀입니다.” 검시관이 총상 사체 옆 테이블에 누워있는 73세 된 남성의 안면에서 가늘고 긴 근육덩이를 들어 올리며 설명한다. 이 남성은 아내의 죽음에 너무 상심해 차고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한 젊은 여성이 울음을 참지 못한다. 다른 학생들은 고개를 돌린다. 몇분 후 3명이 방을 나간다. 하나 둘씩 더 나가기 시작하고 결국 3명만이 남는다. 슈미트는 그중 하나이다.
긴급 의료구호 자원 봉사자이기도 한 슈미트는 인공호흡을 시키면서 많은 죽어가는 사람들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녀는 자신을 가장 당혹케 하는 것은 누군가의 피나 훼손된 육체, 혹은 마지막 숨이 아니라 죽음이 그녀 앞에 놓여 있고 아드레날린이 솟아오르는데도 진정으로 슬픔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자 여러분. 모여보세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죠? 말해보세요.” 보위교수는 말한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한 여성이 울음을 터뜨린다. 보위는 그녀를 안아준다. “살아 있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그렇죠? 우리가 어마나 약한 존재인지 확인했나요. 우리 삶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서는 안됩니다.”
서머세션의 첫 클래스가 실시된 5월의 월요일. 보위교수는 학생들에게 떠나보낸 사람이나 사물에게 작별편지를 쓰라는 숙제를 낸다. 보위는 “두려운 곳으로 가라.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라”고 주문한다. 운동선수 출신의 슈미트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사체를 보는 것, 그건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감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녀가 15세 되던 해 일이 발생했다. 그것은 그녀의 비밀이다. 16세 되던 해 그녀는 긴급 의료구호 자원봉사자로 등록했다.
클래스 참가자들의 자기소개 시간이다. 22세로 동안을 가진 바타샤 대니얼스가 심리학 전공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녀는 7년 전 누군가를 잃었다. 그런데도 이 사실을 아직 인정하지 못한다.
코스가 중간에 다다른 6월의 어느 오후, 코스 참가자들은 저격망루 밑의 금속탐지기와 철조망을 지나 뉴저지 교도소를 방문한다. 이곳 도서실에서 참가자들은 살인범들과의 면담을 가진다. 가정집에 침입했던 한 살인범은 주인여자가 돈이 보관된 곳을 말하지 않아 죽였노라고 말한다. 대니얼스는 이 남자에게 아무런 동정심도 느낄 수 없다. 다른 학생들은 살인범들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진다.
대니얼스가 클래스중 제출한 에세이에는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클래스가 진행되고 다른 학생들이 상처를 나누고 보듬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그녀의 상처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클래스 마지막 날 보위는 학생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경험에 대해 써보라는 과제를 낸다. 보위가 대니얼스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상처에 맞설 시간이 된 것이다.
“지난 2001년 6월24일 발생한 오빠의 피살사건입니다. 그는 나의 영웅이었고 아버지 같은 존재였으며 훌륭한 아들이자 대학졸업생이며 두 아이의 아버지였습니다.” 대니얼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클래스메이트들은 놀란 표정들이다. “그는 25년을 살았죠. 이제 그에게 가치가 있는 삶이었냐고 묻고 싶어지는군요.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그들에게도 이것을 묻고 싶더군요.”
“아직도 그러고 싶은가요.” 보위교수는 그렇다면 무엇을 알고 싶은지 적어 달라며 교도소의 살인범들에게 그것을 전하겠노라고 말한다.
수료식 날 보위교수는 연설에서 앤나 퀸들렌의 책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했다. “우리의 유한성을 인식하는 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다. 우리의 삶, 우리의 날, 시간, 분을 허비하기란 너무 쉬운 일이다.” 마지막 클래스에 제출한 에세이에서 슈미트는 이렇게 썼다. “선택이 주어지는 매 상황에서 나는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보위박사님, 고맙습니다.”
“죽음직전 뇌의 화학적 변화 짜릿한 연애 감정과 유사”
보위교수는 죽음을 앞둔 신체의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고령으로 인한 사망 4주전 혹은 질병과의 힘겨운 싸움 후 우리의 육체는 추위를 느낀다.
입과 손톱이 푸르스름한 색조를 띠기 시작한다. 혈액순환이 바뀌고 있다는 표시다. 3주전이 되면 피가 소화기에서 빠져 나간다. 입맛을 잃게 되고 간 기능이 떨어진다. 2주전부터 시력이 약해지고 1주전에는 신장기능이 떨어진다. 하루 혹은 이틀 전 부터는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사망 수시간전에는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진다.
“당신이 정말로 끌리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겠죠. 죽어 갈 때 이와 똑같은 화학물질이 뇌 속에 흐르게 된답니다.” 그러면서 보위교수는 이렇게 덧붙인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우리는 많은 지혜를 얻게 되죠. 그러면서 많은 후회도 하게 됩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