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트래픽 증가로 LA도 뉴욕처럼 고층주거 시대 왔다
부유한 TV 제작자 아론 스펠링의 미망인 캔디 스펠링은 요즘 살림을 줄이고 있다. 무엇보다 집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들 부부가 20년 가까이 살아온 ‘장원’(The Manor)은 5만6,500스케어피트 프랑스 샤토 스타일로 와인 시음장, 볼링장, 은기 방, 차이나세트 방, 선물포장 방 등을 갖춘 호화로운 대저택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 ‘장원’의 여주인이 ‘콘도미니엄’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장원을 떠날 수 있느냐고 하지요, 하긴 이런 곳은 다시 없으니까” 캔디 스펠링은 ‘찰리스 에인절스에서 ‘세븐스 헤븐’에 이르기까지 죽은 남편이 제작한 모든 작품들의 가죽장정 대본이 꽂힌 서재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나 콘도도 하우스와 다를 바 없어요, 더 나을 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는 스펠링은 현재 LA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초호화 콘도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바이어다.
스펠링 미망인 등 LA부호들 ‘살림 줄이기’추세
1억5,000만달러 저택에서 4,700만달러 콘도로
명상 오두막집, 와인 저장소, 24시간 오픈 식당등 부대시설
이스라엘 훈련 경호팀의 상주 순찰로 완벽 프라이버시 보장
땅이 넓은 LA에선 부와 명성의 척도가 넓은 대지위의 대저택이었다. 그러나 차츰 바뀌고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말한다. 뉴욕식의 고층 라이프스타일이 이곳의 최상류층에도 퍼지고 있는 것이다. 한 채 이상의 집을 소유한 사람들, 달러약세로 LA 투자에 나선 외국인들이 이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으며 로버트 스턴, 리처드 마이어, 장 누벨 같은 저명 건축가들이 호화 콘도 건축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펠링이 최근 매입한 콘도의 디자인도 스턴의 작품이다. ‘센추리’라는 이름의 140유닛짜리로 현재 건축 중이다. 스펠링은 맨 꼭대기 2개 층을 4,700만달러에 사들였는데 총 면적 1만6,500스케어피트로, 스케어피트당 2,848달러를 지불한 셈이다.
부유층 뿐 아니라 LA 전체 주민들도 고층 주거를 많이 택한다. 주택개발 부지가 점차 줄어들고 트래픽이 심해지는데다 개솔린 가격마저 치솟아 다운타운과 웨스트 LA 같은 도심지에도 집단 거주지가 활발히 형성되고 있다.
2006년과 2007년 LA카운티 내에선 부동산 경기가 나쁜 중에서도 단독주택보다는 콘도 매매가 훨씬 좋았고 지난해엔 신축 집 매매의 59%가 콘도였다. 콘도같은 집단 주거지를 통해 연결된 생활패턴이 LA 도시변화의 중요한 흐름이 되고 있다고 USC의 부동산 경제예측 전문가 들로레스 콘웨이는 말한다.
대저택을 처분하고 새 주거지를 찾는 최상류층 고객을 겨냥한 초호화 고층콘도 신축은 이같은 LA주거패턴 변화 중에서도 가장 새로운 단면이다. 이미 더 넓게, 더 호화롭게 설계한 수백 유닛의 콘도들이 건축중이다. 엄청난 가격에 어울리게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약속한다. 24시간 주7일 오픈하는 레스토랑, 야외 연회 공간, 도둑 뿐 아니라 파파라치도 얼씬 못하도록 이스라엘에서 훈련받은 경호팀 상주 등등.
3에이커의 녹지대 안에 세워진 ‘센추리’의 입구엔 200피트 드라이브웨이가 설치되었고 정원엔 명상을 위한 오두막이 마련되어 있는가 하면 와인 저장소와 시음장, 홈오피스나 가정부 숙소로 쓸 수 있는 게스트 스윗도 달려있다. 가격은 350만달러에서 1,050만달러까지, 펜트하우스는 1,500만~2,900만달러를 호가한다.
베벌리힐스와 샌타모니카 사이에만도 현재 6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내년 여름 완공 예정인 ‘칼라일 레지던스’는 24층짜리 콘도로 29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까지의 78개 유닛이 있다. 호텔 서비스가 제공되는 ‘몬타지 호텔 베벌리힐즈’도 금년말 입주를 서두르고 있는데 20개 콘도의 가격은 900만에서 3,000만 달러까지다.
수요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500만 달러 이상 호화주택시장은 불경기도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 듯 보인다. 2009년 연말이 넘어야 입주가 시작될 ‘센추리’의 경우 벌써 절반이상의 유닛이 팔렸다. 스펠링이 지불한 스케어피트당 2,848달러는 LA에서는 최고 기록이지만 뉴욕 기준으로는 바겐이라는 것이 부동산 업자들의 말이다. 그 같은 호화콘도라면 뉴욕에선 수천달러를 쉽게 넘는다는 것이다.
1억5,000만달러의 오퍼를 받은 ‘장원’에서 콘도로 이사 가는 스펠링은 요즘 한창 ‘살림 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자신이 거느리고 살아온 20명 스탭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며 차이나세트, 은기, 인상주의 그림들, 의상, 와인셀러, 선물포장 방, 26인용 다이닝 테이블, 장미정원… 41층과 42층을 사서 하나로 텄지만 4,000스케어피트를 매스터베드룸에 할애하고 나니 지금까지 소장해온 일부 콜렉션은 도서관 등에 기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남편이 간지 2년이 넘은 지금은 ‘내 인생의 다음 장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하는 62세의 스펠링은 집 관리 걱정 없는 편리한 콘도생활을 누리며 여행을 많이 할 계획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일부 개발업자들은 초호화 콘도마켓은 아직 모험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360도 멋진 전망, 출장 마사지사가 대기하는 헬스클럽등 고급호텔 못지않은 서비스 등을 보면서 이미 여러 명의 친구들이 “이것이 결국 우리에게 맞는 생활”이라고 말한다고 전한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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