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입양 권장하고 해외입양은 엄격히” 추세
미 국무부도 해당아동 비자심사 대폭 강화
한국·중국·러시아 등 ‘빅 포’ 미국내 입양 감소
조디 마코프는 지난 4월 베트남 농촌의 한 고아원에서 5살 난 여자 고아인 판을 만난 날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소녀는 겁에 질린 듯 보였다. 마코프는 맨해튼에 사는 자기 가족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책을 판에게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간 매일 판을 방문했다. 판은 웃는 소녀가돼 있었다.
“나는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마코프는 말한다. 조디와 그녀의 남편 스캇은 방문 한달 전 판을 입양해도 좋다는 허가를 베트남 정부로부터 받았지만 미국 정부는 판이 미국으로 오는데 필요한 비자를 아직도 발급하지 않고 있다. 판은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 이었다면 마토프의 판 입양은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인들에게 해외 아동 입양은 점차 복잡한 문제가 돼 가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미국내 입양으로 눈을 돌리는 부모들이 점차 늘고 있다.
입양 추세의 변화는 몇 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불법 아동거래를 막기 위한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런 노력의 하나로 미국정부는 해외아동들에 대한 비자 심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으로 입양을 많이 시키던 중국, 러시아, 한국 등 국가들이 경제가 호전되면서 갈수록 국내입양을 권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 결과 해외입양이 역사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중국, 러시아, 한국, 과테말라 등 해외입양을 가장 많이 시키는 이른바 ‘빅 포’ 국가들로부터 미국에 입양된 아동은 전체 1만9,292명중 70%였다. 이는 3년 전 2만2,728명중 79%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의 두 국가 에디오피아와 라이베리아로부터의 입양은 점차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미국이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헤이그 입양 협약’은 75개 가입국들에 대해 아이들이 판매되거나 납치되지 않았으며 입양 부모들이 적절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외입양에 앞서 국내입양을 추진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아동 복지 관계자들은 이 협약을 찬성한다. 그러나 리서치 그룹인 ‘입양정책 센터’의 책임자인 다이앤 쿤츠는 미 국무부가 헤이그 협약에 따르지 않는 국가들로부터의 입양아들에 대해서 너무 성급히 비자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 베트남과 과테말라가 있다. 국무부는 아동 거래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면서 미국인들에게 이들 국가로부터의 입양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베트남과 과테말라는 미국인들의 입양 신청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쿤츠는 헤이그 협약의 엄격한 기준과 외국의 자국내 입양 추진 노력 등의 이유로 1990년대 붐을 이뤘던 미국인들의 해외아동 입양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추세 변화는 미국내 포스터 홈에 있는 아동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의 경우 포스터 캐어를 받던 미 전국 아동 51만명 가운데 12만9,000명이 입양 가능 아동들이었다. 이 가운데 5만명 가량이 미국 내 가정에 입양됐으며 해외로부터의 입양아는 2만679명 이었다. “입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점차 포스터 캐어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하지만 마코프처럼 해외아동 입양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강화되고 있는 해외입양 관련 규정이 좌절감을 안겨준다. 조디와 스캇 마코프는 10살과 7살 된 아들 둘을 낳았지만 3번째 아이로 딸을 원해 판의 입양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판에게 옷가지와 머리핀을 보내고 매주 전화도 한다. 조디는 베트남 가정에 우선권이 있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아 이 아이를 입양키로 했던 것이라며 아이가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크리스티나 프릭과 이라크 참전 소령인 남편 잔은 그들이 자슈아라고 이름 붙인 베트남 아기를 입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업주부인 크리스티나는 아기 방과 기저귀, 옷가지 등 모든 것을 이미 갖춰 놨다고 말한다. 이 부부는 3년 전 미국 내 포스터 캐어에서 입양한 딸이 있다. 크리스티나는 아기가 2개월 되던 지난해 11월 베트남 정부가 이미 입양을 허가했다며 아기 사진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아기들은 가슴속에서 태어난다. 마치 내가 낳은 아이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베트남으로부터 17개월 된 발달장애 아들 샘을 입양한 라 비클리는 미국 정부의 조사라는 이유로 베트남 시설에 4개월 더 수용되면서 장애가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이 부부는 미국정부의 조사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없었다. 미국 정부에 의해 배신당한 듯하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베트남은 헤이그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곳으로부터의 입양은 베트남과 미국정부 사이의 협약에 의해 이뤄지는데 이 협약은 오는 9월1일로 만료되며 베트남 정부는 이미 지난 7월1일자로 입양 신청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해외입양 문호 좁아지면서
장애아·아프리카 아동 관심 증폭
해외 입양관련 규정과 조사가 강화되면서 국내 입양이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장애아동 입양이 늘고 아프리카로부터의 입양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한 아기 입양이 날로 어려워지고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점차 많은 미국인들은 금년 5살 된 판처럼 나이가 든 아이나 장애가 있는 아기들을 입양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아동 입양에 관한 문의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인들의 인종에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데다 에디오피아에서 소녀를 입양한 안젤리나 졸리와 말라위의 남자 아이를 입양한 마돈나 같은 스타들의 영향을 받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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