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최초 흑인 대선후보로 지명된 날, 준수한 용모의 흑인 CNN 앵커의 진행으로 생방송 중계가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아프리카 에이즈 감염 등의 심층 보도로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젊은 앵커는 “나는 방금 ‘이 극적인 순간을 지켜보고 있느냐?’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나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라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 때 함께 자리를 같이 한 모 방송국의 흑인 진행자도 “이것은 역사의 전환점이다. 나도 울었다”라고 울먹였다. 나는 그들의 감격적인 대화를 들으면서 미국의 인종차별의 갈등이 정말 깊다는 것을 느꼈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흑인 노예의 후손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를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라고 부르며 피부색이 같은 뿌리라는 유대감을 갖고 있다. 2006년 프로 미식축구 수퍼보울 경기에서 흑인과 한국인 어머니에서 태어난 혼혈아인 하인즈 워드 선수가 MVP로 뽑히며 눈부신 스타로 탄생했다. 그 때 한인사회는 축제의 무드로 용광로같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바마 의원이 백악관에 입성하든 안 하든 최초 흑인 대선후보 지명자가 탄생한 것만으로도 미국에서 수많은 복잡한 가계 혈통의 혼혈아들과 소수민족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요사이 마틴 루터 킹 연설문을 상기시키면서 오늘의 흑인의 삶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하고 불꽃 튀기는 대화도 이어진다.
미국의 흑인 노예 역사를 빼놓고 미국의 역사를 이해할 수는 없다. 미국의 역사를 잠시만 거슬러 올라가면 1502년 최초의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히스파니올라 호를 타고 미국 대륙에 실려 왔고, 그 후 1619년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에 도착하면서 그들의 미국에서의 끔찍한 악몽은 시작되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노예사냥을 하는 영국 배에 실려 두 사람씩 쇠사슬에 묶여 닭장 같은 좁은 공간에 쳐 넣어 길고 험난한 항해 끝에 미국 대륙으로 끌려 왔다. 그들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검은 대륙의 밀림 속에서 맨발로 뛰어다니며 사냥을 하며 원시적이지만 낙천적인 삶을 살았다. 오늘의 재즈, 삼바 등 열정적인 음악은 아프리카 원주민의 전통음악이 뿌리가 아닌가.
미국 남부지방 대농장에 끌려온 노예들은 살인적인 강제노동과 반인륜적인 학대로 혹사당했다. 남북전쟁 이전 그들이 노예 주인에게 팔려가는 몸값은 노새 한 마리 값이었다. 쇠사슬에 채인 노예들이 시장에서 팔려갈 때 이빨이 튼튼한지 해머로 두들겨보면서 노예 값을 흥정했다. 노예들은 백인들의 가축이나 다름없었다.
오늘의 붕괴된 흑인들의 가족 형태는 노예 주인에 의해서 이리저리 팔려가면서 강제로 가족이 분산되는 비극적인 역사의 배경을 갖고 있다.
우리는 흑인들이 빈민가에서 범죄를 저지르며 일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게으른 집단으로만 알고 있다. 백인 주류사회에 대한 흑인들의 분노의 불길이 한인상가로 번진 LA 흑인폭동사건은 아직도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나의 친지 한 사람도 흑인들이 상가에 불을 지르고 약탈하던 날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엽총을 둘러매고 가게를 지켜냈다. 그는 17년이 지난 오늘도 총부리를 그들의 가슴에 겨누며 공포에 떨던 악몽의 날이라고 회고하면서 그들에 대한 혐오감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짧은 이민역사에 소자본으로 흑인을 고객으로 공존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한인들의 현주소이다.
그 보다 근본적으로 남부의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이 없었다면 미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촉진시킨 농산업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끝없이 넓은 목화밭, 사탕수수밭에 뿌린 흑인 노예들의 땀과 눈물은 미국 경제부흥의 원동력이 되었다.
박민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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