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면서 모 대학교 총장인 S씨가 최근 미국에 와서, 한국 대학들이 재외 동포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학기를 ‘9월 학기제’로 바꾸고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 글로벌 입학 전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기 학교에서는 학과 별로 20%에서 50%의 과목들이 영어로 강의를 하므로 해외 한인학생들이 한국어를 못해도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이런 안을 받아들여 6월 중에 관련 법령 개정안을 내놓는다고 하니 큰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대학들이 한국에 경쟁적으로 분교를 세우려고 하니, 이제 한국 대학에서는 모국어를 버리고 일반 과목들을 영어로 교육을 시키게 될 위기에 처한 것 같다.
우선 한국어를 잘 못하는 미주 한인 학생들을 받기 위하여, 학기제를 바꾸고 한국어 능력도 요구하지 않는 입학 제도로 바꾸는 일은 한국 대학 교육의 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다. 미국 대학에서 토플 시험 점수를 요구하듯이, 한국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은 한국어를 구사해야 하고 한국어 능력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한국어로 교육되는, 한국 정신에 입각한 인재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해외한인 출신으로 장래에 한국에서 일하고 활동하려면 무엇보다도 한국어를 완전히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학에서 대부분의 과목들이 한국어로 강의되므로, 한국어 능력을 제외시키는 전형을 교과부가 나서서 도입한다는 것은 앞으로 이 나라의 정체성과 대학 교육의 근본을 송두리 채 뿌리 뽑는 시행착오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한국 대학에서 해외의 인재들을 데려다 기르려면, 오히려 그들이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도 뿌리 교육을 잘 받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열심히 공부하도록, 대학 입학 때에는 수준 높은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한인 2세들은 여러가지 환경적 조건으로 한국어를 완전히 구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부모와 교사들이 그들이 장래에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특별히 노력하여 일찍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 시키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들도 무턱대고 영어만 잘하면 만사해결이라는 어리석은 선입견을 버리고, 해외한인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한국어로 전공 공부를 하여 뒤떨어짐이 없이 실력을 갖출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대학 안에서의 한국어 교육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중 고등학교에서부터 영어 몰입 교육을 한다고 하며 한국 교육의 뿌리를 흔드는 망발을 자행했는데, 이제는 대학 입학 제도에서 외국 출신 전형자들에게 한국어 능력을 아예 보지 않는 정책으로 또 망발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현재 교과부에 이 안을 제안한 자들의 목적은 대학교에서 모든 전공과목을 전부 영어로 강의하게 하려는 것이니, 이는 한국어를 말살하고 한국 교육의 근간을 없애게 되는 망국적 처사이다.
이들이 해외 동포들을 유치하여 등록 학생을 늘리려는 이해 타산적 사고방식에 넘어가서 교과부가 한국 대학 교육의 바탕을 말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하는 곳이고, 영어 만능으로 세계화에 휩쓸려 나라의 정신 자체를 없애는 기업체가 아니다.
해외한인 학생들도 한국의 인재로 교육 시켜 한국 사회에 공헌하도록 해야 하는 막대한 의무와 소신을 가지고 그들을 교육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 그들은 여러 가지 언어와 다문화적 능력으로 한국 사회와 국제 사회에 자신 있게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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