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지겨운 사람이에요. 한마디 하면 벌써 큰 소리 나오고, 욕 튀어나오고, 물건 날아오고. 평생 애들 땜에 참고 살았는데 막내가 얼마 전에 결혼 했어요. 이젠 더 이상 참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어요. 나도 사람대접 받으면서 살아보고 싶어요”
황혼이혼의 80% 이상은 여자의 요구로 시작 되는 데 그 중 40-50% 가 “저 남자 성격 때문에 더 이상 살수 없다”는 것이다. ‘못살겠다는 성격’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보라 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위해선 배우자의 어떤 희생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분노가 많고 분노 조절을 못하는 것, 언어, 신체, 성적 폭력을 마구 해대는 것, 밤새 사람을 달달 볶으며 잠 못 자게 하는 성격 등이다.
한마디로 이혼을 당하는 배우자들을 보면 가정을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부부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파악해서 그 사람에게 맞춰 행동할 수 있는 능력, 마음속의 분노에 대한 이해와 분노 조절 기법, 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대화 기법, 배우자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그 아픔 감소에 필요한 말이나 행동을 창출해 내는 능력 등 부부가 기본적으로 갖췄어야 할 ‘부부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혼 사유의 두 번째 이유는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외도로 받았던 상처는 나이가 든다고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심장과 등에 칼이 꽂힌 것 같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배신의 고통, “거리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다”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외로움, 아내로서의 존재의 가치를 잃어 죽고 싶은 마음 … 이런 고통들이다.
많은 남자들이 아내가 외도를 하면 다시는 못산다고 말하면서도 자기가 바람피면 아내는 고통을 받지 않는 것처럼 생각한다. 외도로 인한 고통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똑 같은 강도로 다가온다. 치유되지 않으면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아픔들이다.
이혼의 세 번째 이유는 자기를 죽이고 살아온 아내들이 자기의 개성과 인격을 찾고 싶은 본능적 몸부림이다. 남편 중심으로 여자는 죽은 듯 사는 것이 당연시 되었던 한국 문화 속에서 남자들은 아무리 이기적으로 살아도 죄의식이 없다. 여성이 죽은 듯 참다 보면 감정은 쌓이고 부부로서의 마음의 거리는 천리만리 멀어지게 되어있다.
황혼이혼을 방지하려면 이혼으로 이끌어가는 이유들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 이 나이는 아이들 양육 의무에서 벗어나 둘이 정말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인생 황금시기이다. 인생의 후반부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데 필요한 부부실력들을 갖추어보자.
지금부터라도 살아가는 모습을 바꾸어 가자. 내가 배우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어떤지 자주 들여다보는 습관을 키우자. 강요하고 협박해서 자기의 필요를 채워왔던 무식한 행동을 멈추자. 그리고 마음속에 분노가 많으면 분노에 대한 치유를 받아서 화내지 않고 대화하는 기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또한 배우자에게 외도나 다른 큰 일로 상처를 준일이 있으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치유해 줘야 한다. 똑 같은 말을 100번 하더라도 100번 다 “정말 미안해. 당신 정말로 힘들었지? 다시는 안 그러께” 대답하고 또 해 줘야 반복되는 대화가운데서 상처가 치유된다.
마지막으로 남편들은 지금부터라도 아내도 똑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남편과 똑같이 원하는 것이 있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존재이다. 아내의 개성을 살려주고 자기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 중년 노년 시대를 함께 즐겁게 동반하는 남편들이 되어보자. 아내 역시 남편과 함께 개성을 살리며 서로가 서로의 필요를 존중하고 채워주며 사랑을 완성해가는 기쁨을 느껴보자.
인생은 과정이다. 오늘 지나간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오늘 사랑에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지 않는 것은 평생 동안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유산은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자녀들의 전두엽에 심어 주는 것이다.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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