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 둘째날인 2007년 1월16일 웬티 커틀러(왼쪽) 미국측 수석대표와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가 회의를 마친후 협상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 FTA)의 미 연방의회 비준을 위해 의회에 전달해야 하는 ‘이행 법안 초안’(Draft Implementing Legislation)을 실제로 전달 할 가능성 자체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미 연방의회조사국(CRS)이 분석했다.
CRS가 한미 FTA와 관련,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비준을 공식 요청 할 시기의 불투명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으나 요청 자체의 가능성에 의혹을 제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미 국무부가 지난 21일 공개한 CRS의 ‘한미 관계: 의회의 의제’(2008년 4월28일자 추가편) 보고서는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FTA와 관련, “부시 행정부와 의회 민주당지도급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과의 견해 차이가 대통령이 FTA를 의회에 제출할 ‘시기’(timing)와 ‘가능성’(likelihood)을 ‘불투명’(uncertain)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FTA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행 법’ 형태로 의회의 비준이 필요하다”며 “백악관은 ‘이행 법안 초안’을 언제 의회에 보낼 것인가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는 한미 FTA의 연내 미국 의회 비준 무산 가능성은 물론 오는 대선 결과 내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현 부시 정부와 노무현 전 한국 정부가 협의한 기존 내용의 한미 FTA가 아예 무산 될 위기에 처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CRS가 제기한 것 풀이할 수 있어 주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한미 FTA가 한국산 철강과 자동차들의 미국 수입에 대한 장벽은 낮추는 반면 미국 자동차들에 대해서는 한국 시장이 충분히 개방되지 않을 것을 근거로 미국 자동차와 철강 생산업계 그리고 이들 업계 노조의 반대에 처해있으며 미국 농업계와 일부 의원들도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때문에 FTA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다.실제로 데비 스테이브나우(미시간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출신 상원의원 12명은 지난 21일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만일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한미 FTA의 비준을 요청할 경우 이를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도 함께 서명한 이 서한은 “한국은 미국산 물품의 수입을 차단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은 자동차에서부터 사과, 기구들에 이르기까지 미국과의 되풀이된 양해각서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제품들의 한국 시장 진출을 끝없이 바뀌는 기준을 이용해 막아내고 있다”며 “한국은 심지어 미국 쌀 농부들의 제한적인 한국시장 접근을 확대시키는 것을 고려하는 것조차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부시 행정부가 “한국 시장에 대해 잴 수 있는 접근을 강요 하기는커녕 중요한 분야의 한국 시장에 대한 뜻있는 접근을 이룰 수 없는 무역 협정 조항들에 동의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무역법 위반을 단속하고, 제품의 안전을 향상시키고, 우리의 기업들과 노동자들의 공평한 활동 영역 보장에 앞서 솔직히 또 하나의 무역 협정을 지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선두주자인 버락 오바마(일리노이주) 상원의원도 지난 22일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다른 여러 의원들과 같이 나도 상당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는 한미 FTA를 반대한다”며 부시 행정부가 한미 FTA 협정을 놓고 의회와 “불필요하고 신랄하게 일지도 모르는 대결을 야기 시키지 말고 협정을 보류해 의회와의 신뢰 재확립을 향해 중대한 기
여와 무역에 대한 초당차원의 협력을 복구 할 수 있다”고 전해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한미 FTA 비준을 요청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한미 FTA 협정의 비준을 공식 요청하면 상원에서 이를 1차적으로 심의하게 되는 재정위원회의 맥스 바우커스(몬타나주·민주) 위원장은 한미 FTA가 협상된 직후 이미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기 전에는 한미 FTA를 심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부시 행정부에 분명히 한 바 있다.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북미주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 미국의 무역 정책이 대선 이슈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현재 존 맥케인(아리조나주) 공화당 대선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 될 수도 있는 한미 FTA를 현재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 제출해 격렬하게 대립해 가며 비준을 요청 할 것인가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CRS의 결론은 상당한 무게가 주어진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미 컬럼비아와 체결한 FTA와 관련,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켈리포니아주·민주) 하원의장과 해리 리드(네바다주) 상원원내총무의 권고를 무시하고 지난 달 의회에 비준을 요청했다가 의회가 ‘무역촉진법’(TPA)에 따른 기존 ‘신속 처리’(Fast Track) 절차를 변경, 비준 심의를 유보한 공백 상태을 유지하며 찬반 투표를 하지 않고 백악관과 맞서고 있어 CRS 결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기존 무역촉진법의 ‘신속 처리’ 절차는 행정부가 외국 정부와 체결한 FTA의 ‘이행 법안 초안’을 대통령이 마련, 의회에 전달하고 비준을 공식 요청하면 법안은 하원세습위원회와 상원 재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하원과 상원에 각각 보고돼 하원과 상원은 제한 된 시간의 찬반 토의 절차를 거쳐 법안 내용을 일체 개정 하지 않고 찬반 투표에 부치도록 돼 있으며 이 모든 절차는 백악관의 비준 요청 90일 이내에 이뤄지도록 돼 있다.그러나 의회는 백악관의 컬럼비아 FTA 비준 요청을 받고 펠로시 하원의장의 권한으로 심의 및 투표를 영구적으로 연기 할 수 있도록 해 미국과 컬럼비아의 FTA 비준을 막고 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지난 9일 연방관보에 ‘국제경제정책자문위원회’(ACIEP)가 27일 워싱턴 D.C. 국무부 본부에서 다니엘 설리반 국무부 경제, 에너지, 비즈니스 관계 차관과 테드 카싱어 ACIEP 회장 공동 주최로 ‘한미 관계: 정책, 프로그램과 총 경제 교역’ 공개회의를 가질 계획을 공고했으며 이날 회의는 특히 한미 FTA와 지정학적 견해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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