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기술 노출 등 이유로 엄격 규제
<대운하> 일리노이-미시시피 물길 대탐사1-⑤
미국은 911테러가 발생했던 지난 2001년 이후 국토안보 및 테러리스트 색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공항에서의 검문이 강화됐는가하면 서류미비자들은 물론 합법 이민자들에 대한 정책, 처우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교각, 공항, 고층 빌딩, 기차역 등 테러의 대상이 됐을 때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주요 시설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국은 특히 갑문이나 댐처럼 연방 또는 주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인공구조물은 불필요한 접근을 금하거나 허가 없는 사진촬영을 규제하는 등 엄격히 통제 하고 있다. 물론 기술노출을 막고자하는 이유도 포함돼 있다.
피오리아 인근 크레브 코어(Creve Coeur) 타운을 관통하는 일리노이강위 쉐이드-로흐만(Shade-Lohmann) 다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수로 시설에도 감시가 철저하긴 매 한가지였다.
시카고한국일보 탐사팀은 일리노이 수로 탐사 5일째 쉐이드-로흐만 다리 위에서 피오리아 갑문&댐 그리고 인근에 설립돼 있는 화물운송업체 ADM사의 시설과 강 주위에 정박해 있는 여러 척의 바지선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촬영을 시작한 후 10여분 지났을까? 어느새 SUV 순찰차량을 탄 경찰관 한 명이 차를 다리 위에 주차하며 탐사팀을 향해 다가왔다. 누군가가 신고를 했음에 틀림없다.
“What are you guys doing here? 경찰이 규정 위반 운전자들을 단속할 때 의례히 건네기 마련인 ”How are you?라는 인사말 한마디 없이 대뜸 무엇 때문에 이곳에서 촬영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바로 “지난번 이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적발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곧 테러리스트로 판명났었다”고 겁을 주었다.
‘일리노이 수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취재 중인 기자’라는 설명과 함께 내민 기자 신분증을 보고서도 ‘믿음은 가지만 100% 확신할 순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탐사 팀의 운전면허증을 들고 순찰차 안으로 들어가 한참을 조회하고 나서야 수상한 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면허증을 돌려주었지만 “더 이상 사진 촬영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때 마침 일리노이 강을 타고 한척의 바지선이 촬영 팀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 모습이야 말로 반드시 렌즈에 담아야 하는 장면이란 생각에 경관에게 통사정을 했지만 딱 한 장 찍을 수 있는 시간만 내줄 뿐 더 이상의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가까이 올 때 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물론 법과 질서에 따라 움직여야하는 경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좋은 장면을 담아야하는 탐사 팀으로서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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