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브드 락’ 명칭의 유래
<대운하> 일리노이-미시시피 물길 대탐사1-③
갑문과 댐, 공원 등의 명칭으로 이용되고 있는 스타브드 락(굶주림의 계곡)은 시카고에서 남서쪽 120km 가량 떨어진 유티카 타운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은 이 계곡을 중심으로 캠핑장, 산책로, 자전거 도로 등의 시설을 갖춘 주립공원, 인근에 갑문과 댐 등이 건설돼 있어 연간 150만명이 방문하는 일리노이주내 최고 위락 명소가 되고 있다. 그런데 계곡의 이름인 ‘Starved Rock’(굶주림의 계곡)이라는 명칭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굶주림의 계곡‘이란 이름이 지어졌을까.
스타브드 락에 얽힌 사연을 제대로 알지 못한 이들은 ‘이곳에 살고 있던 굶주린 맹수들이 지나가던 주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등의 낭설을 그를듯하게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 얽힌 사연을 정확히 듣고 나면 당시 이곳을 지배했던 인디안들의 자존심과 기개, 부족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투에 잠시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한다.
스타브드 락에 얽힌 정확한 사연은 이렇다.
지난 1,500년대부터 1,700년대까지 스트브드 락이 있는 일리노이 계곡(Illinois Valley)에는 ‘일리나이’(Illini) 또는 ‘일리나이웩’(Illiniwek)으로 불리는 부족 5,000~1만명이 살고 있었다. 이 부족은 또 다시 여러 개의 소 부족으로 나뉘었으며 그 중 하나가 지금의 일리노이강과 스타브드 락이 만나는 곳에 거주했던 카스카스키아(Kaskaskia) 부족이다.
1663년 8월 루이스 졸리엣과 그의 아버지 야쿠스 마르큐테를 포함한 다섯 명의 프랑스인들이 일리노이 계곡을 방문하며 이들은 이곳에 맨 처음 도달한 유럽인들로 기록돼 있다. 1682년에는 프랑스의 러셀(LaSalle) 장군과 그의 부관인 헨리 톤티가 일리노이강의 물살이 가장 빠르게 지나간다는 스타브드 락 꼭대기에 세인트루이스 기지를 건설하게 된다. 이는 당시 영국의 지배하에 있던 부족들을 동쪽으로 고립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감지한 프랑스 군대는 더 이상의 정복 행진을 포기하고 폰티악 장군을 남겨둔 채 1765년 기지를 떠났다. 폰티악 장군은 영국군과의 전투에서는 전멸시킨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정도로 용맹하면서 충성스런 장군이었다. 하지만 스트브드 락의 비극은 폰티악 장군이 영국군과 친밀한 관계에 있던 일리나이 부족에 의해 암살되면서 시작됐다.
폰티악 장군이 죽자 당시 친프랑스파였던 포타와토미(Pottawatomi), 키카푸(Kickapoo), 마이애미 부족이 즉각 일리나이 부족을 상대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일리나이 부족을 향해 칼을 빼어든 반대 부족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잔인하게 도륙하며 일리나이 부족을 계곡의 꼭대기로 서서히 고립시켜 나갔다. 계곡 주위가 완전히 포위됐기 때문에 일리나이 부족들은 탈출해나갈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일리나이 부족은 철저한 전술과 용기, 투지를 바탕으로 자신들을 향해 올라오는 적들을 무찔러 갔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적들을 몇 번이고 물리쳐갔지만 전투 중 일리나이 부족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굶주림이었다. 계곡 꼭대기에서 한치도 벗어날 틈도 없이 고립되어 있다 보니 먹을 것이 점점 사라져 갔다. 결국 일리나이 부족은 전멸했다.
‘러셀 카운티의 역사’의 저자 엘머 볼드윈, ‘스타브드 락의 살인’의 저자 스티브 스타우트 등 저술가들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할 것 없이 일리나이 부족의 용맹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계곡 주변은 피와 눈물, 그리고 못다 한 생명을 마친 일리나이 부족들의 외침으로 물들어 갔다. 무기를 놓치면 몸을 아래로 던져 적들을 막았으나 힘과 투지만으로 상대를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늘날의 스타브드 락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시설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여행지로 변했지만, 한편에는 일리나이 부족의 한과 기상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 8번 인디안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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