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미시시피, 일리노이 수로 대탐사
6개월간 대장정, 21일 돌입
<대운하> 일리노이-미시시피 물길 대탐사1-①
시카고한국일보는 ‘일리노이-미시시피 물길 대탐사’에 나선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일리노이-미시시피 물길’은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이 강이 제공할 혜택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한 각종 인공 구조물들을 곳곳에 품고 있다. 인공 구조물 가운데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인간을 위협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기대 이상의 혜택을 선물하는 존재도 있다.
시카고한국일보가 ‘일리노이-미시시피 물길 대탐사’에 나서는 것은 그 물길에 자리잡고 있는 각종 인공 구조물들이 과연 인간들에게 어떤 도움과 위해를 안겨주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함이다. 동시에 한국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가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대재앙으로 돌변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 민족에게 보다 건강한 번영을 안겨줄 것인지를 사전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운하는 인간이 자연을 극복하고 창조해 낸 수로다. 바다와 바다, 강과 호수, 강과 강을 이어서 만들어낸 푸른 물줄기. 찬란한 문명세계를 이루면서 효율적인 왕래와 물류 운송, 홍수 조절, 관개배수, 전력 공급 등 현대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역할과 기능을 가능케 한 노력의 결정체다. 그래서 그 안에는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신화가 있고, 균형된 국토 개발을 향한 뜨거운 염원이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운하 속에는 자연에 도전해온 인간의 꺾이지 않는 기상이 있다.
지금 한국에서는 ‘한반도 대운하’의 논란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공약 ‘한반도 대운하’가 과연 실행에 옮겨질 것인지 아니면 반대여론에 밀려 백지화활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얼마 전 총선에서 승리한 국회의원 당선자 중 10% 만이 운하 계획에 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비단 한국인들만이 지켜보는 사안이 아니다. 미주 한인들 역시 대운하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까치발 해보고 있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500km 길이의 경부운하와 금강과 영산강을 연결하는 200km 호남운하 건설은 분명 한국의 흥망성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다. 이에 본보는 자연환경과 부존자원 보유량에 있어서는 가히 축복받은 나라라는 찬사를 얻고 있는 미국이 호수와 강, 하천, 바다 등 풍요한 수자원을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어떤 형태로 개발,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한반도 대운하의 미래와 운명을 가늠해 보고자 한다.
위스칸신대학 환경공학과의 박재광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운하는 크게 대서양, 걸프만을 중심으로 발달돼 있는 연안수로(Intracoastal Waterway)와 오대호-세인트로렌스 운하, 그리고 미시시피강 운하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내륙운하(Inland Waterway)로 나뉜다. 미국이 내륙운하와 연안수로로 운반하고 있는 화물의 양은 연간 65조원에 해당하는 6억 3천만 톤. 바지선으로 이용할 경우 한척이 트럭 60대만큼의 물량을 실을 수 있고 같은 양의 기름으로 물품을 9배나 더 먼 거리까지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중 본보가 오는 10월까지 대탐사의 장정에 돌입하게 되는 곳은 총 4만2,000km 내륙운하의 중심부 역할을 하고 있는 미시시피강 운하와, 미시시피강 운하의 한 줄기로서 중서부 지역 대표적인 물길을 맡고 있는 일리노이수로(Illinois Waterway)다.
미네소타주 아이타스카 호수에서부터 걸프 만까지 흐르는 미시시피 강은 총길이 3,734km(2,320마일), 하루 유수량만 57만2,000 큐빅에 달하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흔히 상류미시시피(Upper Mississippi)라고 불리는 발원지부터 세인트루이스까지는 총 29개의 갑문과 댐이 설치돼 있다. 그 목적은 상업용 바지선이 왕래하기 적합하도록 수심 2.7m(9ft)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세인트루이스 아래쪽부터는 수심이 깊어 따로 갑문이나 댐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미시시피 강은 갑문(lock)과 댐들로 수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지선은 물론 화물선, 증기선까지 띄우고 있으며, 일부 지류에서는 배를 일상적 교통수단으로까지 이용케 하고 있다. 특히 앨라배마에서부터 철재, 원자재, 농산품 등 화물을 잔뜩 실은 대형 선박들이 미시시피 강을 타고 뉴올리언즈, 미니아폴리스, 멀게는 피츠버그 까지도 운항할 정도로 물류 운송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미시시피 강 주위로 형성된 수많은 도시와 타운은 ‘물’이라는 천연자원이 없었다면 결코 탄생할 수 없는 절경들을 이용해 유람선 관광, 각종 레저 스포츠 등으로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일리노이 수로는 시카고강(Chicago River)에서부터 일리노이 강이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그래프톤(Grafton)타운까지 총 336마일에 걸쳐 뻗어 있다. 이 수로는 시카고를 포함한 일리노이 여러 지역에서 흐르는 크고 작은 강들, 호수, 하천, 소규모 운하 등을 연결해 이루어 졌다. 오대호 중 한곳인 미시간호수에서 부터 미시시피 강을 걸쳐 결국에는 남부 해안의 걸프만까지도 이어지는 중서부 지역의 젖줄이다. 일리노이 수로에는 스타브드락, 피오리아, 모리스, 드레스덴 아일랜드 등에 걸쳐 총 8곳의 크고 작은 갑문과 댐이 설치돼 있으며 시카고를 비롯한 인근 공장 지대에서 생산되는 석탄, 화학품, 원유, 그리고 곡창지대에서 나오는 옥수수, 콩 등을 실은 바지선을 통과시킨다. 일리노이 수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와 타운에서도 역시 물길을 따라 유람선 관광, 각종 레저 스포츠, 캠핑시설, 공원 조성 등을 통해 방문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지역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본보가 굳이 이곳을 첫 번째 탐사지로 선정한 이유는 시카고와 지리적, 정서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이점뿐만 아니라 한반도 대운하의 궁극적 목표인 고용창출, 내수 확대, 국토 균형 발전, 물류 이동, 수자원 확보, 레저산업, 홍수조절 등의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29개의 갑문, 댐과 함께 미국을 종단으로 굽이치는 미시시피 강 운하야 말로 한반도 대운하가 벤치마킹해야 할 물길임에 틀림없다.
물론 본보가 시작하는 ‘일리노이-미시시피 물길 대탐사’가 반드시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미시시피 강 운하 및 일리노이 수로의 기능과 역할, 경제·문화적 가치를 심도 있게 살펴봄으로써 과연 한반도 대운하가 어떤 자리매김을 해야 할지를 알아보는 객관적인 판단과 평가의 기준을 가져보겠다는 것이다.
근원적인 문제를 놓고 탁상공론식으로 토론할 것이 아니라 이미 수백년전부터 운하를 건설, 이용해온 미국의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연중(2008년 4월 21일-10월)르포 취재에 돌입하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분명 엄청난 공사기간과 재정, 인력, 심적 부담을 요구로 하는 국가적인 대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제한된 자원과 차별화된 자연조건 속에서 세계열강들과 경쟁해야하는 한국의 현실을 놓고 볼 때, 과연 국민의 복지와 생존, 경제적 풍요라는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는 분명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탐사팀=박웅진 부장, 임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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