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 수로 통해 대서양까지 화물 운반
탐사팀, 줄리엣 수역 첫 르포
‘일리노이-미시시피 물길 대탐사’에 나선 시카고 한국일보 탐사팀은 7개월간 계속될 대장정의 첫 여정으로 21일 데스플레인스강 일부 구간과 졸리엣(Joliet)을 찾아, 집중 취재했다.
시카고강에서부터 일리노이강이 시작되는 그래프튼(Grafton) 타운까지 총 537km의 ‘일리노이 수로(Illinois Waterway)‘를 논하자면 인구 14만5,000명(2007년 기준)의 졸리엣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시카고로부터 남서쪽 64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졸리엣에는 일리노이 수로내에 들어서 있는 총 8개의 갑문& 댐 중 두 개가 건설돼 있기 때문이다.
졸리엣으로 향하는 길은 일리노이를 관통하는 94번 고속도로에 몸을 실으면서부터 시작된다. 이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4마일 가량 달리면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멤피스로 향하는 남부행 57번 도로가 나온다. 55번 세인트루이스행 고속도로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자신들이 가는 방향이 분명히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4마일을 가면 또 다른 고속도로인 서부행 80번 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를 타고 20마일을 달리면 오른쪽으로 7개의 엑시트에 걸쳐 졸리엣시가 형성돼 있다.
흔히 숨어 있는 진주는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마주친다고 했던가? 고속도로 옆으로 자리를 잡은 논과 밭, 그리고 수목들이 어느 정도 지겨워질 무렵, 131번 출구로 빠져나가자마자 푸른 하늘과 맞닿은 데스플레인스강의 은은한 물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출구에서 나오면 만나는 센터길, 다운타운을 향한 도로 블러프길을 타고 가면서 보게 되는 데스플레인스강의 모습은 가히 ‘아름답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강줄기를 따라 드문드문 들어선 모래 공장들,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타지에서 왔다가 목적지로 떠나는 바지선들. 그리고 강줄기 너머로 보이는 졸리엣 다운타운의 전경은 한마디로 데스플레인스강이라는 자연의 선물을 이용해 도시가 발전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한다.
강 옆에 늘어선 공원에서 한척의 바지선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다리 밑을 지나 북쪽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감상한 후 일리노이 수로의 한 구간을 담당하고 있는 브랜든로드 갑문&댐으로 향했다. 이곳은 미 공병대에서 관리하고 있어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허락되지만 사진 또는 동영상 촬영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 만에 하나 테러가 발생할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브랜든로드에 설치돼 있는 갑문은 인류가 물이라는 천연자원을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해왔는지를 함축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 갑문은 화물운송과 홍수조절을 주목적으로 설립됐다. 바지선이 지나갈 때마다 갑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수위를 조절, 물이 흐르는 방향이 됐든 반대 방향이 됐든 바지선이 원만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루에 이곳을 지나다니는 바지선은 대략 4척 정도가 되는 데 멀게는 대서양에서부터온 물품들도 이곳을 지나 미시시피강까지 간다고 안내원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갑문&댐 통제구역 밖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강어귀에는 지역 주민들이 평일임에도 낚싯대를 들고 나와 강태공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한 중국계 낚시꾼은 근무가 없는 날이라 오전부터 낚시를 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나왔는데 오늘은 운이 좋은지 잘 잡힌다며 팔뚝만한 물고기 세 마리를 의기양양하게 높이 들어보인다.
브랜든로드를 떠나서 졸리엣 지역내 또 다른 수로 시설 중 한 곳인 락포트 갑문&댐으로 향했다. 두 댐은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 브랜든에서 락포트로 가려면 다운타운의 제퍼슨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 길 이름이 콜린스로 바뀌면서 콜린스와 2번가 도로가 만나는 곳에서 좌회전을 하면 된다. 콜린스를 타고 가다 왼쪽 편으로 ‘일리노이&미시간 운하 기념지’라는 사인이 붙은 건물 앞에 잠시 취재차량을 멈추었다. 이곳은 비록 지금은 폭 2~3미터의 작은 개울에 불과하지만 19세기 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가장 분주한 곳으로 그 명성이 알려졌을 정도로 무역과 교통, 사업거래가 활발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원래의 목적지인 락포트 갑문&댐을 향했다. 운하 유적지와 불과 1~2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은 한눈에 봐도 외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랜든로드와 마찬가지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시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 5번째 규모의 에너지 회사라는 세브론(Chevron)사, 그리고 셀(Shell)사의 개스 파이프 라인이 지나가는 이유에서인지 외부인을 바라보는 관리인의 모습이 여간 날카롭지가 않다. 이곳은 철저히 출입이 제한된 곳이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담당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친절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안내해 준다.
물론 안전이라든지 기술노출 등의 이유로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갑문&댐 역시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시설들인데 굳이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뭐 있느냐는 다소 섭섭한 느낌 역시 갖게 됐다. 그러나 졸리엣 다운타운을 관통하는 데스플레인스강, 한 때는 시카고의 운명을 바꾸었다는 일리노이&미시간 운하, 그리고 일리노이 수로의 줄기를 이루고 있는 브랜든로드, 락포트 갑문&댐의 위용을 근거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소중한 경험임에 틀림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