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후 12시55분께 뉴욕 JFK공항에 도착, 미국 측 환영인사로 나온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영접을 받고 있다. <윤재호 기자>
미,“북측 합의조건 이행안해 아직 시기상조”
대이나 페리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 “글쎄, 내가 전에 말했듯이 북한에 대해서는 6자 회담에서 협정한 ‘패키지’(Package)가 있다. 우리가 현재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완전하고 정확한 (핵)신고이다. 우리는 아직 그것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크리스 힐 대사가 지난 주 (북측과) 좋은 만남들을 가졌다. 테러 지원국 명단에 대한 문제는 그 패키지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일들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그러기에 ‘그 것(테러지원국 해제)이 그 언젠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제안하는 것은 한참 시기상조’(it is way premature to suggest that that’s going to happen anytime soon)라고 밝혔다.
이는 페리노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한 기자로부터 “싱가포르에서 미국과 북한이 가진 마지막 만남에서 북한이 완벽한 핵신고를 하기로 하는 ‘잠정 합의’(Tentative agreement)가 있었다. 미국이 무슨 조건아래 북한에게 그 어떤 ‘경제적 인센티브’(Economic incentive)를 주기로 했고, 더해 북한을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빼내주기로 했는가? 그것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반응은 어떠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대답한 내용이다.
페리노 대변인은 또 곧바로 이어진 “그(힐 차관보)가 북한의 김계관(부상)과 합의를 했다. (부시)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의 그 합의에 동의를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대화 내용 중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과 관련, 어떠한 협의가 있었는가와 만일 협의가 있었다면 어떠한 조건으로 언제쯤 북한이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될 것인가를 묻는 언론의 질문이 있었다.
백악관이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건과 절차에 대한 협의는 이미 6자 회담에서 이전에 이뤄진바 있고 아직 북측이 그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북한이 실제로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시기는 조만간이 아니라고 확인한 것이다.이외에도 부시 대통령이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시키는 것을 포함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에서 이뤄진 협의의 이행을 진전시키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잠정 합의’한 내용을 알고 있고 그 내용에 동의하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확인한 것이다.
백악관의 이 같은 확인은 이명박 한국 대통령이 15일(뉴욕시간) 뉴욕에 도착, 4박5일 방미 일정에 돌입하기 하루전날 이뤄진 것으로 이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의 ‘하이라이트’(Highlight)인 18~19일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 한미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 언론의 집중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특히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의 ‘잠정 합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한미 정상의 의견이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교환 될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언론이 이와 관련된 백악관의 그 어떠한 발언도 놓치지 않고 촉각을 곤두세워 해석,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4일 페리노 대변인과 언론과의 질의응답에 대한 한국 언론 보도는 그 초점이 북한이 6자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조만간 삭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백악관이 밝힌 내용이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잠정 합의’한 내용을 부시 대통령이 알고, 동의하고 있다는데 맞춰져 있다.컵에 물이 반이 비워져 있다고 답했는데 반이 채워져 있다고 받아들인 것이다.일부 한국 언론은 백악관이 북한의 테러 지원국 해제 시기의 ‘조만간’ 전망에 대해 ‘한참 시기상조’라고까지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이 ‘잠정 합의’한 내용을 부시 대통령이 동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확대 해석했다.
“부시 행정부는 곧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치고, 대북 테러지원국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대규모 식량 지원 등 합의 이행 절차를 개시할 것이란 기대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며 “북한측이 합의대로 핵신고 목록을 정식 제출하고 미국이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취할 경우, 핵신고 난제에 걸려 수 개월간 공전돼온 북핵 2단계 이행이 완결되고 머지않아 북핵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북핵 3단계 협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전망 보도까지 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하기 까지는 6자 회담 합의에 따른 북한측의 이행을 떠나 그에 상응하는 미국측의 조치가 미국 대통령의 독단 조치로만 이뤄질 수 없으며 상당한 절차 및 과정이 따른다는 점을 볼 때 이 같은 전망은 현실을 상당히 앞서가고 있음은 물론,
미국의 외교 정치에 대한 행정부와 의회의 역할을 너무도 단순하게 분석한 것이라는 사실을 미 연방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서 볼 수 있다.
북한을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시키는 문제와 관련, CRS의 가장 최근 보고서인 2007년 12월11일자 ‘북한: 테러리즘 명단 삭제?’(North Korea: Terrorism List Removal?)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김정일 정권의 교체가 없는 상태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미 국무부의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려면, 북한의 테러 지원국 명단 삭제에 앞서 최소한 45일 이전에 부시 대통령이 그 같은 의도를 서면으로 하원 외교위원회와 상원 은행, 주택 및 도시관계위원회, 외교관계위원회에 각각 통보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 상·하원 관련 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 이 같은 결정을 ‘정당화해야’(Justify) 하고 ▲북한 정부가 근 6개월 이내에 국제 테러리즘을 지원하지 않았음과 ▲북한 정부로부터 미래에 국제 테러리즘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받았음을 ‘증명’(Certify)해야 한다.
그러면 의회는 45일 기간내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토록 하거나 기간 내에 법을 통과시켜 이를 저지할 수 있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행정부의 조치를 막는 의회의 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의회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엎을 수 있다.CRS 보고서는 북한의 테러 지원국 해제에 대한 의회의 반대 입장과 관련, 2005년 1월 일리노
이주 출신 연방하원 전원이 당시 박길연 주유엔북한대사에게 편지를 보내, 2000년 중국에서 북한 에이전트들에 의해 납치된 미국 영주권자 김동식 목사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이전에 북한이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되는 것에 의회 차원에서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사례와 북한이 김 목사, 한국전쟁 국군포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미국 화폐 위조 중단, 테러리스트 그룹들에 대한 훈련과 무기 지원, 핵 및 미사일 확산 중단 등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계속해서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 유지토록 하는 내용이 담긴 2007년 9월 하원법안 H.R.3650 등을 그 예로 내세웠다.그러나 14일 백악관의 ‘한참 시기상조’ 발언이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보다 더 무게가 주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오는 미국 대선에 출마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바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들의 북핵문제 해결 접근 방법이 제각기 다르고 매케인 후보마저도 현 6자 회담의 성공에 대해 매우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임기를 8개월 남짓 남겨놓은 ‘레임 덕’(Lame Duck)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테러 지원국 해제 문제를 놓고 연방의회와 정면 맞서거나 이를 위한 막판 밀기를 한다는 계산은 현실보다는 희망이 앞선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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