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에 가까이 갈수록 에베레스트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높은 산들이 시야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남체와 탕보체 사이에 있는 ‘에베레스트 뷰’라는 호텔이다. 왜 잘 보이는가. 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 사람들은 어떤 상황의 경우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전체를 보지 못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전체 그림은 보여도 백그라운드를 몰라 답답할 때가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진보좌파 세력이 맥을 못 춘 것이 특징이다. 북한과 잘 지내자는 등 남북교류 문제는 꼬리를 감추고 너도 나도 “나는 진보좌파가 아닙니다”를 변명하기에 바빴다. 진보좌파 시대의 막이 내려져 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화제의 중심인 박근혜, 강재섭, 손학규, 이회창 씨등이 모두 한나라 당원이거나 한나라당 출신이고 꼴통 진보좌파 인물은 눈에 띄지 않은 것도 이채롭다.
3김 시대도 이젠 완전히 막을 내린 것 같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아들 공천문제에 대해 힘을 못 써 엉뚱한 화풀이로 나타났고 DJ의 후광도 목포를 빼놓고는 전라도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아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단상에 올라가 손을 높이 드는 사진은 보기에 딱했다. 김종필 씨의 충청도 영향력도 자취를 감추었다.
반면 박근혜 바람은 예상외였다. 사방에서 “얼굴만이라도 비쳐 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박근혜 나들이에는 친박연대 후보들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후보들이 서로 함께 있는 모습을 TV에 비치려고 밀치고 당기는 소동을 벌였다. 심지어 친박연대는 박근혜를 다음 대통령에 당선 시킬 것을 공약으로 내놓아 국회의원 선거인지 대통령 선거인지 착각될 정도였다.
이번 총선은 박근혜가 TK와 영남세력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음을 재확인 시켜준 선거였다. 왕년의 호남의 DJ를 연상케 한다. 국회의원 선거란 여당후보와 야당후보의 대결이며 정책의 대결인데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대 친박연대의 대결처럼 보여 야당이 빛을 잃었다. 특히 한나라당에 불만을 가진 보수표를 노리던 이회창씨에게는 치명적인 상처였다. 전국의 선거현장이 보수와 보수의 치열한 대결로 변한 것이 특징이다. “살아서 돌아오라”는 박근혜의 말 이외에는 여당 야당의 선거구호가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한나라당이 160석 이상을 차지하는 데는 성공하는 모양이다. 그것은 안정 세력이기도 하지만 한나라당의 혈액형이 ‘박근혜 형’에서 ‘이명박 형’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이 ‘이명박 당’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박풍 차단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7월의 전당대회로 연결되어 심각한 내분을 초래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대선에서 표를 몰아준 의미를 잊으면 안된다. 진보좌파 세력이 판치고 있는 사회의 체질을 바꾸라는 것이 국민의 메시지였지 이명박 당을 만들라는 지지가 아니었다고 본다.
이번 선거는 여야의 대결이 아니라 여당과 여당의 대결이었다. 총선이 끝나 여당이 승리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무언가 보여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그렇지 않고 자신들이 잘해서 승리한 것으로 생각하면 네편 내편 인사의 광풍이 몰아칠 것이고 이는 TK와 영남의 ‘박근혜 바람’을 더 부채질하고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멀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근혜 요소’가 총선 후 한국정가의 숙제로 등장할 것이다.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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