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와 관리
지난 1년간 경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한 용어를 손꼽는다면 유동성과 유동성 위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일반 기업들에게 유동성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는지 살펴보자.
기업의 유동성이란 기업의 현금산출 능력으로 만기되는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이 유동성의 원천은 현재 보유중인 현금을 비롯, 운영자본(working capital), 라인오브 크레딧, 또는 주주를 포함한 외부에서의 추가 자금동원 능력 등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유동성 위기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나 성장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때 발생한다. 주목할 점은 자산 가치가 모든 채무의 2~3배 이상 되거나 이익이 나는 기업도 잘못된 현금흐름 운용이나 재무구조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유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5가지 이유는 지속된 영업 손실, 단기간의 고성장, 재고 또는 매출 채권(A/R) 회전일 상승, 높은 부채 비율, 재무구조의 불균형 등이다. 첫 3가지 이유는 이해가 쉽고 2주 전 현금흐름에 관한 칼럼에서 이미 언급 했기에 생략하기로 하고 마지막 2가지 이유를 검토해 보자.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경기하락, 금리인상, 주요 고객 이탈 등 외부 충격을 견디기가 힘들며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높은 이자비용과 줄어든 매출을 감수하며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재무구조의 불균형이란 장기자산을 단기대출을 통해 구입하는 등 자산과 부채의 미스매치를 말한다. 10년 전 한국의 IMF 사태 때 한보 등 대기업들이 생산시설 등을 단기 대출로 융자했다가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맞고 파산한 적이 있다. 심지어 어떤 사업주들은 은행의 대출 제의도 마다하고 현금을 동원, 기계 구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특별한 경우 외엔 무모한 현금운용이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은 매입채무(A/P) 지급을 늦추거나 매출 채권회수를 재촉할 수 있고, 또는 기업주의 개인 자금을 동원하는 등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이나 업계가 하향 길에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위기라면 이런 조치들은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까지 가기 전에 기업이 유동성 향상을 위해 추구할 수 있는 것을 살펴보면 재고와 매출채권 회전율 상승(회전일 하락), 영업 활동과 성장을 위한 은행라인 사전 확보, 추가 자본금 투입 또는 이익 잉여를 통한 부채비율 하락, 자산과 부채의 균형 유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존 단기대출을 장기 대출로 재융자하는 것 등이다. 다수의 제조업체 들처럼 경기 사이클이나 외부 충격에 민감한 기업일수록 현금흐름, 유동성 향상, 재무구조 유연성 등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대출 과정에서 은행이 기업의 유동성을 체크하기 위해 현금흐름 분석 외에 보는 수치들로 운영자본, 유동비율(current ratio), 그리고 당좌비율(quick ratio) 등이 있다. 운영자본이란 유동부채를 유동자산에서 뺀 수치를 말하며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예를 들면 500만달러의 유동자산과 300만달러의 유동부채가 있는 기업의 운영자본은 200만달러 이고 유동비율은 1.67이 된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기업에게서 1.2 이상의 유동비율을 원하게 되나 1.0 이하의 유동비율을 가지고도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는 예외의 경우도 있다.
현금장사를 하는 소매업소로 매출채권이 없고, 수익 마진이 좋으며, 재고 회전율이 빠른 경우 마이너스 운영 자본을 가지고도 충분한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1.5이상 되는 높은 유동비율을 가지고도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데 이는 대부분 재고와 매출채권의 늦은 회전율 때문에 일어난다.
당좌비율은 현금과 매출채권 등 당좌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이 당좌비율을 기업의 유동성 체크로 제일 많이 활용하는데 이는 재고를 포함한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자산을 제외함으로써 기업의 단기채무 지급 능력을 더욱 엄중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기업의 이런 수치들을 업계 평균과 비교하고 일반적으로 업계 평균 이하인 경우 적절한 설명을 요구한다.
dsong@comerica.com
데이빗 송<코메리카은행 기업금융감당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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