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권한 대폭 강화 방침에
“시장위기 조장 위험” 등 우려
헨리 폴슨 연방 재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미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고질병처럼 5~10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금융시장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금융감독체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은 폴슨 장관의 지적처럼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치권의 따가온 비판이나 의회에서의 논란을 고려할 때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부 청사진..FRB 수퍼감독기구 시대 예고
이번 개편방안은 무엇보다 미국중앙은행인 FRB의 금융시장 감독기능을 대폭 강화해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FRB가 시장안정조절기구(Market Stability Regulator)역할을 맡아 주도적으로 수습에 나서 시장의 질서를 회복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FRB의 기능을 전통적인 예금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감독에 한정하지 말고 최근 자본규모나 역할에서 금융시장의 당당한 메이저 플레이어로 등장한 투자은행과 증권, 헤지펀드, 보험에 이르는 금융기관 전반에 대한 지원과 감독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 FRB가 베어스턴스와 같이 부도위기에 몰린 투자은행들에까지 긴급유동성을 지원하는 재할인창구를 개방하되 이들 은행들의 자금흐름과 투명성을 점검하기 위해 FRB가 현장검사 등의 적절한 수단을 동원해 금융시장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부실의 소지가 있는 금융기관을 지금보다 훨씬 더 깊게 들여볼 수 있어야 한다.
폴슨 장관은 “FRB가 시장의 안정 조절과 감독 기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유동성과 증거금요구 관행(Margin Practice)그리고 이들이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FRB가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봐야 한다고 생각할 때는 금융시스템에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스 하원의장도 부동산 시장침체와 금융위기에 따른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폴슨 장관의 금융시장 규제개혁 방향은 맞다고 평가했다. FRB가 수퍼감독기구로 탄생할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정치권 비판 거세..조기추진 가능성 적어
하지만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이 조기에 추진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평가다. FRB의 시장감독 기능을 투자은행, 증권, 헤지펀드, 보험 등까지 확대하는 것은 의회의 법률제정을 거쳐야 하는데 임기를 1년도 채 남겨 놓지 않고 레임덕 현상까지 겪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대규모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폴슨의 금융시장감독체제 개편계획으로 주택시장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야구에서 폭투에 비유하면서 “스트라이크 존에 근접조차 못했다”고 혹평했다.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이번 계획에 대해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와 함께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FRB가 금융시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유동성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최종대부자 기능을 수행하게 됐을 때 금융기관들이 투자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만을 쫓아 무리하게 투자하는 모럴해저드를 조장, 금융시장의 부실을 구조적으로 더욱 키울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FRB가 베어스턴스가 부도 위기 직전까지 내몰리는 금융시장 위기가 찾아왔을 때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섰던 것처럼 수호천사 역할을 자처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워 금융시장 위기를 구조적으로 조장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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