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프라임 모기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해 못 하겠다”는 말들을 한다. 당장은 턱없이 낮은 이자로 그달 그달 꾸려나갈 수 있다 해도 이자율이 정상으로 조정되는 순간 페이먼트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런 무모한 주택구매를 했느냐는 것이다.
새해 들어 페이먼트가 밀려 집에서 쫓겨나게 된 케이스들이 늘어나면서 그 주위의 친지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1-2년 지나 갑자기 수입이 배로 뛰어 오를 상황도 아니면서 무슨 생각에 덜컥 그 비싼 집을 샀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집을 구매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부동산 가격이 이 달 다르고 저 달 다르게 뛰어 오르니, 집을 1-2년만 잘 가지고 있다 되팔면 이문이 남는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끝없이 잘 나갈 것 같던 부동산 경기가 딱 얼어붙으면서 딱한 사정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격은 떨어지고 집은 내놔도 안 팔리자 동네마다 차압 주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남의 돈 무서운 줄 모르고 빌려 썼다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지게 된 케이스들이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남의 돈’ 을 우선 쓰고 보자는 심리는 대부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 처음 이민 오면 이민 선배들이 하는 말이 있다. “미국의 삶은 페이먼트 인생이다”는 것이다. 생활기반이 잡힘에 따라 자동차 사고, 집 사고, 가구 들여놓고, 전자제품 바꾸고 … 하며 겉으로는 사는 게 번듯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 모두가 빚. 은행 융자 받고, 크레딧 카드 긁고 해서 장만하는 것들이니 평생 페이먼트라는 족쇄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내년까지 이자율 0%’ 같은 크레딧 카드 신청서가 오면 당장 신청을 하고 또 새 카드를 긁기 시작하는 것이 미국의 일반적인 소비자들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빚 무서운 줄 모르고 돈을 쓰는 걸까? 착실하게 절약해서 가진 돈 한도 내에서 구매를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을 왜 형편에 넘치게 사들이는 것일까?
심리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갖고 싶은 게 너무 많기 때문. 아침에 눈을 뜨면 마주하는 것이 광고이다. 신문, TV, 래디오, 거리마다 나붙은 빌보드 … 모두가 ‘사라’는 광고들이다. 더 좋은 자동차, 더 넓은 집, 더 첨단의 제품 … 이 모두를 당장 갖고 싶은 욕심에 빚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오늘의 소비자들이다.
둘째 우리의 뇌가 돈 앞에서는 이성적이지를 못한 것이 한 원인이다. 카드를 긁거나 돈을 융자 받으면 장차 갚을 일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이 순서. 하지만 뇌의 반응을 조사해보면 뭔가 큰 보상을 받았을 때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두고두고 그 돈을 갚아야 하는 부담 보다 당장 주머니에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갚을 능력도 안 되는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월스트리트에서는 그런 모기지들을 남의 돈 빌려 사들이고 하다가 터진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다. 남의 돈 무서운 줄 모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이보다 잘 보여주는 케이스도 없다.
우리 삶의 족쇄, 페이먼트에서 벗어나려면 방법은 하나이다. 덜 가지고도 행복할 줄 아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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