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워싱턴 DC에서 LA로 오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탔을 때였다. 기장이 “기류가 약간 나빠서 기체가 흔들리겠으니 벨트를 매주십시오”라고 기내방송을 했다. 좀 흔들리다 말려니 하고 벨트를 맸는데 그게 아니다. 비행기가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좌우로 흔들리는가 하면 아래로 떨어졌다 위로 갑자기 뜨는 ‘롤링 핏칭’을 해댔다. 기자생활 하면서 수없이 비행기를 탔지만 그렇게 요동이 심한 것은 처음 겪었다. 사방에서 미국여성들의 “오 마이 갓”하는 겁 질린 목소리가 들렸다. 비행기 요동은 1시간이나 계속 되었다.
요즘 미국경제가 에어 포켓 속으로 진입해 요동치는 느낌이다. 주식 값은 하락하고, 개솔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페이먼트를 못해 차압 당하는 주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직장마다 감원선풍이 불고, 장사가 안돼 상인들은 울상이다. 집값은 떨어지고 은행에서는 꿔준 돈 거둬들이기에 정신없고 아예 대출의 문을 닫아 버려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연방은행은 금리를 계속 내리는데 서브 프라임 모기지 파동은 치유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투자은행 5위 규모인 베어 스턴스가 파산지경에 이르자 경제공황이 일어날 가봐 정부가 JP모건에 돈을 꿔주어 이 은행을 인수케 했는데 한때 159달러이던 이 은행의 주식이 지금 2달러다. 영국의 재벌이며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조 루이스는 베어 스턴스 풍비박산으로 10억달러를 날렸다고 한다. 투자의 귀재가 미국경제의 앞을 이 정도로 못 내다보는데 일반국민들이 미국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짐작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분명한 것은 미국에 불경기(recession) 바람이 불어 닥쳤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학자의 35%가 미국의 불경기 진입을 인정했으나 지금은 85%가 수긍하고 있다. 유명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프린스턴대 교수)은 현재의 위기는 1990년대 206개의 은행이 파산했던 위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으며 마이애미와 LA처럼 부동산 버블이 심했던 곳은 앞으로 40-50%까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회사의 가치는 주식 값이고 서민의 재산은 집의 에퀴티다. 그것 담보 잡히고 아이들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보내는 것이 공식인데 에퀴티가 바닥으로 내려가면 서민의 재산이 없어지는 셈이다. 부시정부는 은행 쓰러지는 것에는 긴급수혈 하면서 주택차압 사태에는 약을 쓰지 않고 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파동이 금융파동으로 연결되어 달러가치가 바닥으로 내려가는데도 걱정 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하니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폭풍 속에 기체가 들어갔는데 승객이 앞으로 얼마나 더 벨트를 매고 있어야 하는지, 항로에 어떤 기류가 흐르고 있는지 이야기를 안 해준 채 “걱정 마세요, 나만 믿으세요”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미국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왜냐하면 정부만이 서브프라임의 후유증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제공황은 공화당이 집권 했을 때 일어났다. 먼저 경제 붐이 일어난 후 공황으로 연결되었다. 1929년의 공황도 최고의 호경기 다음해에 일어났으며 1990년대의 불경기도 레이건 시절의 부동산 붐에 이어 발생한 것이다. 공화당 집권은 항상 사회에 ‘빈익빈 부익부’ 상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국 지식층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바마냐, 힐러리냐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보호냐, 서민보호냐에 양당정책의 근본적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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