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욕=연합뉴스) 이기창 김계환 특파원 = 미국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연방 준비 은행 등이 잇따라 긴급 처방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국면의 위기를 벗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의 한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7일 오전, 오후에 걸쳐 긴급 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침체위기에 빠진 미국 경제 전반을 진단하고 대책을 협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긴급 경제대책회의의 일환으로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보좌관 회의와 금융시장 실무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미국이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사태에 대한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뒤 우리는 확실히 도전의 시기에 처해 있다고 당면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시인했으나 우리가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왔음도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날 투자은행에도 재할인창구를 개방하고, 재할인율을 0.25%p 전격 인하하는 한편 JP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를 승인하는 등 다각적인 유동성 공급조치를 취한데 대해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부시는 FRB가 잇따른 금융안정 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백악관에서 경제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엔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FRB의장, 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장이 참석하는 금융실무그룹회의를 주재하는 등 당면 경제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과시하는데 주력했다.
부시는 자신이 세계에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미국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했고.. FRB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신속히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부시는 폴슨 재무장관도 FRB의 조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면서 우리 금융기관들은 튼튼하고.. 우리 자본시장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면 경제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금융시장을 지속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부시는 다짐했다.
부시는 또 지금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는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촉발된 미국 경제의 침체가 201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차원의 긴급구제도 불가피할 것 같다고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경제학 교수는 전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경제전문지인 포천 인터뷰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미국의 주택 가격이 25% 하락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50%에 이르는 하락률을 보일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모기지 상환액이 담보가치보다 커지는 상태에 놓이는 주택의 소유주가 전체의 4분의 1 정도인 2천만명에 이를 때까지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주택부문에서만 6조나 7조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공황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위기가 지난 1990년대 206개 은행의 파산을 초래했던 저축대부조합(S&L) 사태와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됐던 2001년의 상황을 합한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면서 일본식의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번 침체가 공식적으로는 8개월 만에 해소됐지만 고용은 30개월 뒤에나 회복됐다고 지적한 뒤 만약 올해 1월 경기침체가 시작됐다고 하면 이번에도 2010년 7월에나 경기회복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침체가 2011년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연방 준비은행이 잇따라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금리가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 때문에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가 0%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주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과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관리를 지낸 존 립스키가 미국 금융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해서 공적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제안을 내놓았다면서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정부 예산을 동원한 구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베어스턴스의 몰락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결국 국민의 세금을 이용한 정부 차원의 긴급구제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정부의 긴급구제가 이뤄진다면 현재의 혼란을 조장한 책임자들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대한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돌입했다고 생각하는 미국민이 전체의 4분의 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머니와 오피니언리서치코퍼레이션이 공동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돌입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4분의 1이 넘는 응답자들은 경제가 심각한 침체상태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완만한 침체상태라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또한 경기침체의 지속기간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3%가 1년 넘게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1월과 2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와 66%가 경기침체에 돌입했다고 대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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