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환급 소비로 안갈 것..케인스 ‘본능적 위축’ 적용 논란
구글 ‘침체’ 클릭 급증..스태그플레이션 강도 과거보다 약하다
(워싱턴 AP.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7년만에 또다시 침체에 빠졌다는 진단이 월가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실물 경제 쪽에서도 소비 위축세가 두드러지는 등 주름살이 본격 가시화되고 있다.
침체에 대한 우려가 월가를 넘어 주류 경제에도 본격적인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은 미국의 포어클로져(주택저당권 포기)가 지난달 한해 전에 비해 무려 90% 증가한 4만5천327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 것과 때를 같이한다. 또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과 고물가가 겹치는 최악의 상황)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는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전문가들은 콘퍼런스 보드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지난 5년 사이 최저로 떨어졌으며 지난주 발표된 로이터-조그비 조사도 ‘내년에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급격히 늘어난 점 등을 상기시키면서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표현했듯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지 부시 행정부가 1천68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곧 세환급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것이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인 소비로 곧장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을 모았다.
로이터-조그비 조사도 이를 뒷받침해 세금을 되돌려 받으면 소비하기보다는 부채를 갚거나 저축하겠다는 응답이 근 50%에 달했다. HSBC가 이달초 공개한 조사도 미국인 5명 가운데 4명이 `올해 저축을 늘릴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침체에 대한 우려는 온라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즉 구글에서 ‘침체’란 단어를 클릭한 숫자가 최근의 조사 시점에 9만7천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시점에 ‘경제’란 보다 광범위한 단어를 클릭한 약 30만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팝스타 브리티니 스피어스를 클릭한 숫자는 2만2천건에 불과했던 것으로 비교됐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얘기라고 조사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하버드대의 제프리 프랭켈 교수는 케인스가 제시한 ‘본능적’이란 표현이 미국 소비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면서 경제 불안에 위축된 소비자가 스스로 ‘돈을 쓰면 안된다’고 다짐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잇따라 내려온데 대해 이것이 최악의 경기 상황인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됐다.
뱅크레이트닷컴의 그레그 맥브라이드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FRB의 앞문이 성장 회복을 강조하는 반면 뒷문으로는 인플레 심화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도 동시에 맞아들이고 있는 셈이라면서 이런 추세로 가면 FRB가 궁극적으로 인플레를 수습할 수 없는 심각한 국면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기 상황을 너무 암울하게만 보지 말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 경제학자인 앨리스 리블린 전 FRB 부의장은 미국이 지난 70년대와 80년대초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당시는 인플레가 두자릿수까지 뛰었음을 상기시켰다. 또 실업률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면서 한 예로 지난 75년 실업률이 40년대 이후 가장 높은 8.5%까지 치솟은데 반해 지금은 높다고 하지만 4.6%에 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리블린은 따라서 실물 경제가 가라앉고는 있으나 파국이라고까지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여전히 나쁘며 향후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기 사이클을 판단하는 권위있는 민간경제기관 전미경제연구소(NBER) 관계자들도 ‘침체를 너무 우려하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NBER 멤버인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 교수는 소비 위축이 (그간의 과열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면서 따라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이 지난 몇년간 별로 저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NBER의 또다른 멤버인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지금의 경기 하강이 소비자 심리 위축이라는 근본적인 측면보다는 주택시장 하강과 이로 인한 전이 효과에 더 기인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케인스의 ‘본능적’ 움츠러듦으로까지 확대 해석할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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