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투 스텝’은 원래 남녀가 같이 추는 컨추리 웨스턴 댄스다. 대개 남자가 리드하며 여자는 발을 맞춰 뒤를 따라간다. 그러나 ‘텍사스 투 스텝’은 정치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프라이머리(예선)와 코커스(당원 대회)가 혼합된 텍사스 민주당 경선 시스템을 이렇게 부른다.
이 ‘텍사스 투 스텝’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이 요즘 곤경에 처해 있다. 힐러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텍사스 경선 제도가 이렇게 복잡한 줄 미처 몰랐다”며 “다 큰 사람들이 이를 이해하느라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진영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단순히 이 제도가 복잡해서만은 아니다. 오는 3월 4일 투표가 예정돼 있는 텍사스는 오하이오와 함께 오바마에게 밀리고 있는 힐러리가 대세를 만회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이겨야할 주의 하나다. 그런데 예선과 당원 대회를 동시에 치르도록 하고 있는 텍사스 선거 제도가 힐러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텍사스 민주당은 4일 저녁 7시까지 일제히 예선을 실시한 후 15분 후 당원 대회를 다시 시작한다. 예선에서 뽑는 대의원과 별도로 여기서 또 대의원을 선출한다. 총 228명의 대의원중 126명은 예선에서, 67명은 당원 대회에서 뽑는다. 나머지 35명은 전당대회에서 누구에게나 표를 던질 수 있는 소위 수퍼 대의원이다.
지금까지 오바마는 당원 대회에서 거의 진 적이 없다. 당원 대회는 대체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열성도가 높은 민주당원이 많이 참여하며 조직이 뛰어난 쪽이 유리한데 이 점에서 오바마가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텍사스 예선이 공화당이나 무소속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점도 오바마에게 유리하다. 오바마는 중도와 공화당 유권자 중 상당한 지지자가 있는 반면 힐러리는 거의 없다.
힐러리가 불리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힐러리가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라티노 유권자 지역구는 인구가 더 많더라도 흑인 지역구보다 대의원 수가 적다. 텍사스 민주당은 지난 번 선거 투표율에 의거, 대의원을 배정하는데 역대 투표에서 라티노보다는 흑인 투표율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불리한 제도 때문에 힐러리가 대의원 수에서 앞서려면 아슬아슬 하게 이겨서는 안 되고 압도적으로 제압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2주전까지 두 자리 수로 오바마를 앞서 가던 텍사스에서의 힐러리 지지율은 이제는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뒤지는 형편이다. 전폭적으로 힐러리를 밀 것으로 기대했던 라티노도 젊은 층은 오바마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텍사스는 1972년 힐러리가 조지 맥거번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 운동을 하며 정치를 배운 곳으로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여기서마저 진다면 힐러리의 대통령 꿈은 사실상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판세를 돌이키기는 이미 늦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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