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신 ‘큐피드’는 자본주의자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14일은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밸런타인스 데이였다. 마음과 주머니를 옥죄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미국인들은 이날 아낌없이 주머니를 열었다.
미국의 성인들이 올 밸런타인스 데이에 지출한 돈은 1인당 평균 123달러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조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밸런타이스 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인들이 지출한 돈은 전체적으로 170억달러에 달했다. 경기침체가 사랑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기는 커녕 오히려 큐피드가 경기부양에 도움이 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 하다.
사랑 표현에는 역시 꽃이 최고. 밸런타인스 데이를 기념하는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이 꽃을 최고의 선물로 꼽았으며 캔디가 그 뒤를 이었다. 올해는 금값 폭등 때문인지 보석류를 선택한 사람들이 줄어든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밸런타인스 데이 문화도 나라마다 조금씩 양상이 다르다.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밸런타이스 데이가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되고 있다. 남성들은 한달 후인 3월14일 여성들에게 사탕을 주면서 사랑을 고백한다. 이른바 ‘화이트 데이’인데 물론 미국에는 없는 기념일이다. 미국은 전통적인 의미의 밸런타인스 데이를 지낸다. 그래서인지 지출액을 봐도 남성이 여성들보다 많다. 남성들은 평균 163달러를 쓰는 반면 여성들은 절반인 84달러를 지출한다.
밸런타인스 데이는 순수한 기원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상업적으로 변질돼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보다 남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곤 한다. 그래서 ‘파트너 관리’ 차원의 면피성 선물과 이벤트가 적지 않다. 이처럼 밸런타인스 데이는 사랑을 확인하는 로맨틱한 날이면서도 동시에 많은 커플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 주는 날이 되고 있다.
또 싱글들은 싱글들대로 밸런타인스 데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싱글들은 밸런타인스 데이를 앞두고 이 단어만 들어도 분노 또는 우울한 감정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다. 지붕 고칠 일이 있을때는 온통 다른 집 지붕만 눈에 들어오듯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는 싱글들에게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행복한 커플로 인식되곤 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밸런타이스 데이가 변질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의 하나는 이 날을 전후한 이혼 소송 급증이다. 이른바 ‘밸런타인스 효과’이다. 법률사이트인 ‘리걸매치닷컴’에 따르면 2월14일을 전후한 2주 사이의 이혼소송 제기율이 연중 다른 기간에 비해 20% 이상 급증한다는 것이다. 특히 밸런타인스 바로 다음 날인 15일은 이혼소송이 가장 많이 몰린다. 이들이 밸런타인스 데이에 하는 고백은 “내 사람이 되지 말아 주세요”인 셈이다. 들뜬 분위기에서 소외됐다는 절망감과 다른 커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감정의 상처가 이런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밸런타인스 데이 같은 기념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계기가 되지만 자칫 관계와 감정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선물과 이벤트의 크기와 호화로움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진심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분 전환을 꾀하는 것이 밸런타인스 데이를 슬기롭게 보내는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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