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섬그늘에 굴 따러 갔을까. 아빠는 선창가에 일 하러 갔을까. 아빠도 엄마도 없이 하늘 아래 버려진 아이일까. 북녘땅 평안도 대동강 어귀 남포항에 있는 어느 육아원. 녹슨 창살을 희끄무레 페인트로 덧칠한 그 육아원엔 유리창도 없었다.
대신 어슴푸레 비닐로 눈가림을 했다. 그 비닐창은 밖에서 안으로 후비는 바람을, 안에서 밖으로 향하는 아이들 손때를 견뎌내지 못했다. 헐렁해지다 작은 구멍이 나더니 이내 크게 뚫렸다. 바람이 창살 안쪽 아이들과 소통하고 아이들이 창살 바깥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됐다.
사회복지 국제원조 대북지원을 하는 NGO ‘굿네이버스’의 박동일 팀장이 찾아간 그날도 소년은 자신의 몸체만한 구멍으로 바깥세상과 소통했다. 언제나처럼 창살은 무뚝뚝했다. 제 힘으론 어찌할 수 없음을 아는지 소년은 그냥 그쯤에서 더 욕심내지 않고 물끄러미 바깥세상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굿네이버스 SF사진전 특집-A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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