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성당을 지키고 있는 로드리게스 신부. 동아시아의 가톨릭교회 요람지 마카오는 카지노산업이 붐을 이루면서 가톨릭교회는 그 교세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카지노 도시로 탈바꿈…그 이상열기에 교세 크게 위축
한때는 기독교선교 전진기지, ‘마테오 리치’가 잠든 곳
성 안토니 성당은 마카오에서도 상당히 유서가 깊은 성당이다.
이 성당의 주임 신부는 84세의 란셀로트 로드리게스.
이 노신부는 아침미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
포르투갈어로 드려지는 이 미사에 나온 신도들이래야 몇 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미사시간을 가급적 짧게 잡고 있다.
30분 정도다.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들이 지루해 한다.
짧은 미사시간이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는 것을 오랜 사목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바로 앞둔 주일에도 불과 2,30명이 미사에 참여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미사 참가 신도들은 그나마 대부분이 중년이거나 로드리게스 신부처럼 백발의 노인들이다. “슬픈 일이다. 사란들의 열정이 식어가고 있다.” 로드리게스 신부의 탄식이다.
마카오는 중국과 동아시아 가톨릭교회의 요람지다. 명나라 시대 마테오 리치가 중국에 가톨릭교를 포교한 것도 이 마카오를 거점으로 했다. 수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색창연한 성당 건물들이 이 같은 과거를 증거하고 있다. 마카오는 말하자면 베이징, 서울, 도쿄 등 아시아의 주요도시에 가톨릭교를 전한 전진기지로 마테오 리치도 이곳에 묻혀 있다.
포르투갈이 이처럼 450년 전 가톨릭 선교기지로 개척해 한 때 ‘신의 이름의 도성’으로 까지 불리었던 마카오는 그러나 오늘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30년간 마카오의 가톨릭 신도 수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줄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적으로 가톨릭 인구가 45%나 증가한 것과 너무나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마카오의 가톨릭교 인구는 오늘날 1만8,000여명에 불과하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숫자다. 전체 마카오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 70년대의 15%에 비해 역시 현격히 낮아졌다.
영세를 받는 사람도 줄었다. 가톨릭신자이면서도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사람도 한 둘이 아니다. 이 같은 신자 수 감소는 성직자 수 감소도 불러왔다. 신부 지망자가 없다시피 되면서 마카오 교구의 성직자 평균연령은 60세가 넘었다. 로드리게스 신부도 이런 추세를 감안해 자신의 후임신부를 한국에서 초빙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성당 수는 여전히 많은 편이다. 11.5 평방마일의 마카오 내에는 28개의 가톨릭 성당이 있다.
왜 이토록 가톨릭 교세가 위축됐나. 1999년 포르투갈에서 중국에 이양된 후 공산정권이 가톨릭교회에 압력을 가해온 탓인가. 가톨릭교회에 예기치 않은 도전을 해온 것은 그 보다는 카지노산업이 가져온 경제적 붐이다. 마카오 주민의 상당수가 카지노에서 벼락부자가 되기에 혈안이 돼 있다. 오늘날 마카오에서 카지노 수는 교회 수를 능가할 정도다. 카지노가 교회와 다른 점은 찾아오는 사람이 날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MGM 그랜드가 마카오에 상륙해 도박장을 열면서 카지노 열풍은 더 거세게 불고 있다.
카지노는 축복인 동시에 큰 해독이다. 로드리게스 신부의 지적이다. “엄청난 돈이 몰려드는데 대해 우리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카지노가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종교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잃었다. 교회와 하나님은 잊혀 진 것이다.” 계속되는 그의 말이다.
마카오에서 가톨릭 교세는 이처럼 쇠퇴하고 있으나 불교, 도교 등은 그 교세가 확장세에 다. 중국인들이 종교에 있어 일종의 전통회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그렇지만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 당국이 인정하는 가톨릭교회 성도는 700여만을 헤아린다. 그러나 지하교회에 속한 가톨릭교인 수는 1,000만이 넘는다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라스베가스 추월은 시간문제
도박광 벼락부자가 주 고객
400여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별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마카오는 카지노 산업을 기반으로 경제적 붐을 맞고 있다. 마카오는 아직까지는 중화권 전체에서 유일하게 도박이 합법화된 도시이다. 이런 이점을 안고 마카오는 종합휴양지로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마카오가 카지노 도시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2001년 말게 부터다. 스탠리 호로 대표되는 카지노 산업의 독점구조가 무너지면서다. 스탠리 호가 이끄는 STDM의 영업허가 시한이 종료되면서 미국자본이 상륙하기 시작했다.
라스베가스에 본거지를 둔 3개 거대 카지노사가 영업권을 얻었다. 이후 국제적인 부동산개발업체에서, 호텔업, 식당업체들이 경쟁하다시피 진출을 해온 것이다. 윈 리조트, 갤럭시 카지노, MGM 그랜드 등이 마카오에 진출한 미국의 카지노 자본으로, 이 업체들은 도박장 개장은 물론이고 거대한 복합레저단지 건설에도 투자하면서 경제적 붐을 이루고 있다.
마카오의 주요 고객은 10년 넘게 고속성장을 해온 중국본토의 벼락부자들에다가 동남아의 신흥 부자들이다. 거기다가 이슬람 문화의 금욕주의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석유부자들도 끌어들이고 있다. 말하자면 모두 합치면 10억이 훨씬 넘는 중국, 동남아, 중동지역 등의 중산층과 부유층이 그 잠재적인 고객인 셈이다.
이런 마카오의 카지노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에 31억 달러를 마크해 33억 달러의 매출고를 기록한 라스베가스를 바짝 추격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마카오가 라스베가를 따돌리고 세계 최대의 도박도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인당 도박 액수에서는 마카오가 벌써 라스베가스를 앞섰다. 순 방문객 수에 있어 마카오는 라스베가스에 뒤졌지만 테이블 당 도박액수는 1만2,000달러로, 라스베가스의 2,600달러를 훨씬 웃돌았다. 전통적으로 도박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성향이 이처럼 많은 돈을 도박에 퍼붓게 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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