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 되면 누구나 자문받기도 쉽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
안전한 곳 일단 디파짓 충분한 시간 갖고 숙고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부자 되기를 소망하고 또 빌어주지만 막상 복권에 당첨되거나 보험을 타게 되거나 상속을 해 갑자기 많은 돈을 갖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전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켄 제닝스(33)는 2004년에 텔리비전의 ‘제퍼디’ 게임에서 연속 74회에 걸쳐 이겨 250만달러 이상을 벌었지만 그 돈을 쓰기는 그리 쉽지가 않았다고 말한다. “아주 오랫동안 마비상태였습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는 우선 잔고가 5,000달러를 넘었던 적이 없던 은행 구좌에 150만달러를 넣어놓고 직장을 그만 뒀다. 그리고 18개월 뒤에 솔트레이크시티를 떠나 생활비가 훨씬 비싼 시애틀로 이사했고 대형 TV를 들여 놓고 책을 썼으며 보드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참 외로웠어요. 온 세상에서 정크 메일과 돈을 구걸하는 편지가 날아들었죠. 돈을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돈은 시작입니다. 자신의 목표를 결정하고 그대로 지켜나가야 해요”
뉴욕의 사업가 로렐 타우비(44)는 작년 여름에 큰 돈을 손에 넣었다. 1996년에 만든 미디어 및 창작계통 전문가들의 구직 사이트인 mediabistro.com을 2,300만달러에 매각해서 세금을 제하고 900만~1,100만달러를 남겼다. 그녀도 친구를 잃게 될까봐 걱정했다. 그래서 그들의 필요에 대해 진짜 신경을 쓰고 단도직입적으로 대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따돌림당할 것 같았다.
타우비와 기자인 남편 존 파인은 안내자도 없이 익숙지 않은 곳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기분이었다. 20명의 부자를 만나 자문을 구한 타우비는 부자라도 전용 제트기를 보통으로 타고 다니는 진짜 부자들과 자기처럼 처음 큰 돈을 갖게 된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금방 알게 됐다.
월 스트릿 저널 칼럼니스트로 2007년에 미국의 갑작스런 부의 증가 및 신흥 부자들의 삶에 대한 책 “리치스탠’을 쓴 로버트 프랭크도 타우비처럼 두 종류의 부자 사이에 선을 긋는다. 그 책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3년 사이에 백만장자의 숫자는 두배 이상 증가, 800만이 넘었고 그중 다수가 1,000만달러를 훨씬 넘게 갖고 있다. 그러나 원래 부자로 자라지 않은 사람에게 갑자기 그렇게 많은 재산을 유지하고 키워나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며 그 일에 관해 똑똑하고 확실하게 자문할 사람을 찾기도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온갖 상상을 다했어요. 10가지쯤을 생각해 냈고 우선 자동차를 사고 운전기사를 두고 새 아파트를 마련해 전혀 새로운 인생을 살 꿈을 꿨지요” 그러나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 뿐이라는 회계사의 말에 한참 어이가 없었지만 타우비는 번 돈의 반쯤이 들어갔고, 유지비로 연간 10만달러는 벌어야 했어도 맨해턴에 로프트 아파트를 샀다.
매릴랜드주 웨스트민스터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엘우드 발렛(41)은 작년 여름 8,400만달러짜리 복권에 당첨돼 세금을 제하고 3,300만달러를 손에 쥐었다. 이후 원조 또는 투자를 바라고 모르는 사람 수백명이 몰려들었지만 다 물리치고 장애자를 위한 특수 올림픽에 20만달러를 기부했다. 그리고 신분을 개인 엘우스 발렛이 아니라 법인 엘우스 발렛으로 바꿨다. TV에 비친 자기 얼굴을 기억했다 차에 뛰어 들거나 하는 사람들로부터의 소송에서 보호받기 위해서였다.
그는 특정 헤지펀드 등 200만~500만달러를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투자를 할 수 있게 됐고, 다수의 부동산을 구입했다. 그러면서 퍼스널 트레이너, 프로퍼티 매니저, 비서 등을 채용, 불과 몇 사람이지만 일자리를 마련해 줬다.
플로리다주 보카 라튼에서 25년 동안 유언장, 트러스트, 에스테이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 온 매리 수 도나휴는 돈이 생기면 당장 더 큰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충고한다. 이미 살 집을 갖고 있다면 필요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대신 도나휴는 갑자기 번 돈의 5~10%를 한꺼번에 즐기는데 쓰라고 권한다. 총 재산이 25만달러 미만인 사람에게는 큰 돈을 갑자기 갖게 된 일 자체가 충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T.J. 맥그리거라는 필명으로 26권의 스릴러 소설을 써온 플로리다주 웰링턴의 패트리셔 맥그리거는 유산으로 받은 10만달러로 크레딧 카드 빚을 갚고 딸에게 중고차를 한대 사줬다. 나머지는 5% 이자가 나오는 CD로 바꿨다. 남편 역시 작가라 꾸준한 수입이 없는 처지기 때문에 두고 두고 이자 수입으로 생활비를 메울 예정이다.
금액이 꼭 6자리수 이상의 거액이 아닌 경우에도 횡재를 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재니스 모어는 ‘비틀스’의 희귀 앨범을 팔아 8,000달러를 벌었다. 1966년에 ‘시어스’ 백화점에서 산 ‘예스터데이 앤드 투데이’ 앨범이 나중에 레코드회사가 회수시킨 부처 커버였는데 별로 신경쓰지 않고 처박아뒀다 2년 전 한 친척으로부터 그 앨범이 상당한 값이 나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모어는 앨범 판 돈의 반으로 지붕을 수리하고 나머지로는 생전 처음 유럽을 여행, 비틀스의 또 다른 앨범 덕분에 유명해진 애비 로드를 걸어볼 작정이다. 그렇지만 일리노이주 셤버그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모어도 처음에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했었다고 털어 놓는다.
모어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갖게 된 사람들은 CD, 뮤추얼 펀드, 부동산 투자 등에 솔깃하겠지만 더 커다란 선택을 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 ‘제퍼디’에 출연해 문제를 맞출 때만 해도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지만 진행자가 7자리 숫자가 적힌 체크를 내밀자 기절할 뻔 했다는 제닝스는 이제 횡재한 사람들에게 “생긴 돈을 천치같지 않은 곳에 넣어두고 가능한 한 오래 그냥 내버려두라”고 충고한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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