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뻤던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였을 것이다. 생일과 결혼기념일, 대통령 당선일이 겹쳤으니 말이다. 그만은 못하지만 중앙 선거관리 위원회도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날 상당한 횡재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 대통령 선거에는 사상 최대인 12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공식 후보로 등록하려면 각자 5억 원의 공탁금을 내야 한다. 공탁금을 낸 후 당선되거나 사망하거나 15%이상 표를 얻은 후보는 이를 돌려받지만 10% 미만의 표를 얻은 후보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10~15% 사이는 절반만 돌려준다. 12명의 후보 중 당선되거나 15% 이상 표를 얻은 후보는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셋뿐이고 나머지는 10%를 훨씬 밑돌았으므로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한다. 이날 하루 45억 원이 국고로 귀속된 것이다.
그나마 이들 12명은 152명에 달하는 대통령 예비 후보 중에서 추려진 사람들이다. 예비 후보 중에는 “한일 해저 터널을 뚫어 영국까지 1주일 내 왕복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택시 운전사부터 ‘쾌적한 지하철 만들기’를 약속한 밤무대 가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공식 후보 자리를 포기한 것은 5억의 벽에 걸려서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거금을 내고 출마한 공식 후보들 면면을 살펴봐도 “도대체 이 사람은 왜 나왔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한 때 공화당 후보로 나왔고 올해 열린 우리당에 입당해 당내 경선에서 떨어지자 경제공화당을 세우고 나온 허경영씨다. 아무 근거 없이 ‘박근혜와의 결혼설’을 퍼뜨리는가 하면 신혼부부에 1억 지급, 판문점에 유엔 본부 유치 등 희한한 공약들을 내걸어 세인의 눈길을 끌었다.
참주인 연합의 정근모(전직 장관), 새시대 참사람 연합 전관(전직 보병 사단장), 한국사회당의 금민씨 등도 왜 나왔는지가 아리송한 사람들이지만 정말 이해 못할 사람은 서울대 총장에 총리까지 지냈던 이수성 후보다. “기존 후보로는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가족과 친지의 만류를 무릅쓰고 나왔다”는 이 후보는 등록 후 며칠만에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혔다”며 아무도 지지하지 않은 채 사퇴했다. 아까운 돈만 날린 셈이다.
이당 저당 눈치 보다 이회창과 연대한다며 사퇴한 심대평이나 만년 민노당 대통령 후보 권영길, 한 번도 공직에 앉아 본 적이 없으면서 자신만이 이명박 후보를 꺾을 수 있다며 창조 한국당을 급조해 나온 문국현, 수없이 원칙과 약속을 어기고도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며 나온 이회창 모두 이제는 그만 나와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가장 망신을 당한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다. 1997년 김영삼 전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유력한 대권 주자의 한 사람이었던 그는 이번 선거에서 0.7%를 얻어 0.4%를 받은 도깨비 같은 허경영 후보와 6, 7위를 다퉜다. 본인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중대 결심을 하고 나왔겠지만 제3자가 볼 때는 코미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은 앞으로 정치판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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