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드 스캇이 일찍 퇴근 해 어린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젊은 아빠들, 자녀 출산및 양육 위한 베니핏 적극 사용 추세
“돈 아닌 가족관계가 성공” 인식… 종종 직장내 갈등 유발
여론조사 응답자 70%
“전업 아이 양육도 OK”
여성취업 급증따른 현상
타드 스캇은 5살이 안된 아이 둘을 둔 32살의 젊은 아버지이다. 그는 저녁 5시만 되면 볼티모어에 있는 자신의 직장인 한 홍보회사를 출발한다. 좀 더 일찍 집에 들어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이다.
스캇의 보스인 스티브 힘멀리히는 48세로 역시 두 아이를 두고 있다. 하지만 스캇과 달리 그는 전통적 스타일의 아버지이다. 직장에서 되도록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는 스캇의 부모역할을 존중해 준다. 그렇지만 스캇과 힘멀리히 두사람은 이런 차이가 직장에서 긴장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런 상황은 미국 직장에서 점차 보편화 되어가고 있다. 아버지들이 커리어 보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추세 때문이다. 아버지들이 출산휴가와 유동적인 근무시간, 재택근무 등을 요구하는 일이 크게 늘어나면서 직장문제 전문가들이 이른바 ‘아빠들의 전쟁’(Daddy Wars)이라고 부르는 상황이 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육아 의무를 다하지 못하도록 차별했다며 직장을 상대로 소송이나 문제제기를 하는 아버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연방 균등고용위원회’에 따르면 정확한 통계는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이런 소송이 종전의 여성중심에서 남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직도 고용주들이 육아 관련 베니핏을 여성 직원들에게만 주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힌다. 연방법에 따르면 아버지들도 출산, 입양, 아이의 질환 등에 따른 무급휴가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다. 통상 1년에 12주까지 가능하며 일부 주는 더 많이 허용하고 있기도 하다.
뉴햄프셔의 직장문제 전문가인 잔슨 오도넬은 “경영진과 종업원들 사이에 ‘아빠들의 전쟁’이라고 부를만한 갈등이 분명히 존재 한다”고 말하고 이런 상황은 여성들의 고용이 급속히 늘고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성들의 역할이 재규정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지난 1970년 43%에 불과했던 16세 이상 여성 취업률이 지금은 59%에 이르며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 지난 2003년 가을 미 대학 재학생중 여학생 비율은 절반이 넘는 57%에 달했다.
마케팅 및 리서치 기업인 해리슨 그룹의 단 윈터는 “현재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기업주들은 앞으로 여성 종업원들 뿐 아니라 남성 종업원들에 대한 시각을 확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의 근무시간이 길어지고 수입이 높아지면서 남성들이 집안일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직업 웹사이트인 ‘몬스터닷캄’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아버지들의 70%가 “돈이 목표가 아니라면 집에서 전업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이 조사에서 점점 더 많은 아버지들이 출산과 육아 관련 베니핏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살 미만 아이를 둔 아버지의 71%가 “출산휴가를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20대와 30대 젊은 아버지들은 전세대가 추구했던 커리어 성공의 철학에 그리 집착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오랜 세대동안 아버지들은 큰 차와 많은 수입, 그리고 큰 집 같은 것들을 성공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요즘 아버지들은 아이들, 그리고 배우자와의 좋은 관계를 성공으로 여긴다”고 직장과 가정의 균형 문제를 오래 연구해 온 한 전문가는 말한다.
얼마 전 나온 해리슨 그룹의 조사 자료는 이를 뒷받침한다. 근로남성의 56%가 “집안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배우자와 동등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19%는 거의 전적으로 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출간된 책 ‘미국 가정생활의 리듬변화’(Changing Rhythms of American Family Life)도 이런 인식의 변화를 뒷받침한다. 아버지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은 지난 1985년 1주일에 평균 3시간에 불과했으나 2000년에는 7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또 아이를 돌보는 일에 나서는 아버지 비율도 3배나 증가했다.
육아에 관한 한 아직은 여성들의 어깨가 더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성 쪽으로 추세가 이동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유급 출산휴가·자유 근무제 등
파격 프로그램 도입 기업 늘어
아이들 양육과 가사에 대한 남성 근로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들을 배려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날로 늘고 있다. 미국 내에서만 1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텍사스 인스트루먼츠’가 대표적인 기업.
여성근로자가 24%에 불과한 이 회사는 남성근로자들에게 탄력적인 근무시간, 2주간의 출산 및 입양 유급휴가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자녀 축구경기와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절해 준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서머캠프 등에 관한 정보도 제공한다.
미국에서 2만7,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초대형 컨설팅 업체 ‘언스트 & 영’도 몇 년 전 젊은 아빠들을 위해 베니핏 플랜을 바꿨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는 6주간의 유급 출산휴가와 신축성 있는 근무 스케줄의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지금은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직원의 절반 이상이 남자들이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사도 파격적인 배려를 한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든 마음대로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아빠들은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얼마든 자녀 돌보는 일을 할 수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