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은 끝났다, MB 대세론 확연”
냉랭한 표심, 후보들만 사생결단 싸움
<서울-정대용 특파원> D-7. 대선 투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 ‘분위기’는 없었다.
각 후보 진영과 정치권은 선거가 불과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BBK 수사 결과 공방 등으로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오히려 ‘표심’은 냉랭했다.
공항이든 역 대합실이든 한국의 선거 때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삼삼오오 모여 선거를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익숙한 장면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대한민국이 온통 대선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도로변에 설치된 각 후보 현수막과 벽보들만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을 뿐 그게 전부다. 그래서 “길거리 플래카드만 없다면 대선이 코앞이라는 걸 알 수조차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 국민들은 사상 최악의 해양 재난이라는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사건과 강화도 해병 총기 탈취사건에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유는 뭘까. ‘게임은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많은 사람들의 반문에서 이번 대선에 대한 전반적인 무관심의 원인을 읽을 수 있었다. 이명박 후보가 부동의 지지율 1위로 저만치 멀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권 후보들이 역전하기란 천지개벽이 일어나기 전에는 힘들게 보이는 상황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지 않은가.
승객들과의 입담을 좋아하는 택시기사들도 좀처럼 정치 화제에 말문을 열지 않았고 유세장에서도 일부의 열혈 지지자 외에는 모두들 자기 갈 길 바쁜 모습이었다. 정치와 선거에 대해 짜증나고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김경준과 BBK 사건에 대한 피로증도 확연했다.
검찰의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가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대부분 확신하는 분위기이지만 별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김경준씨 가족에 대한 시선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렵게 말문을 연 택시기사 조모씨는 “도덕성보다는 서민들이 살아야죠”라며 “지금은 폭동이라도 일어날 정도로 민심이 좋지 않다. 먹고 살기 힘드니 잘 살게 해주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명박·이회창 후보 인터뷰>
■이명박 후보
“한인 지지 감사… 대선후 LA방문”
이명박 후보가 10일 노년시대신문 주최 대선후보 초청 강연회에서 노인 문제 관련 공약을 제시하며 연설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끝나면 제가 꼭 한번 LA를 찾아뵙겠습니다”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확고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본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미주 한인들에 대한 인사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투표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일체 언론 인터뷰 일정을 잡지 않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와 별도로 만나 “미국에 계신 한인분들의 지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선거 후 LA를 꼭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재직시 LA 방문을 계획했다가 일정이 바뀌어 오지 못한 점을 의식한 듯 미주 한인들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강조하고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지지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재외국민 정책 방향과 관련, 해외 한인들이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력을 쏟겠다며 많은 국민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감안할 때 한인 동포들의 참정권 인정은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 후보는 대통합 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에 이어 세 번째 토론자로 등장했으나 가장 많은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100명이 넘는 경찰 경호원을 대동해 지지율 1위 후보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다양한 유머를 구사하며 연설 솜씨를 뽐내 ‘눌변가’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도 했다.
■이회창 후보
“중도하차·鄭과 연대 절대 없다”
이회창 후보가 서울 대한노인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강연회에서 연설을 통해 자신의 노인정책을 밝히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 계신 한인들께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무소속으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어 유세전을 펼치고 있는 이회창 후보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본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로서 재외동포 참정권 및 이중국적 허용 등 해외 한인 동포 정책을 이같이 밝혔다. 이회창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역에서 유세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해외 한인들은 한국의 큰 자산이라며 동포들이 법과 정해진 규정에 따른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 상태에서 막판 이 후보를 지지하고 중도 하차할 것이라는 추측성 이론에 대해 이 후보는 “그건 말이 안된다. 그럴 거라면 애초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끝까지 완주 의지가 분명함을 강조했다.
반(反) 이명박 세력 결집을 위한 정동영 후보 등과의 연대설에 대해서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대선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선거 막판 전세를 뒤집을 특단의 카드를 내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 있으면 나한테 좀 알려달라”며 농담을 한 뒤 “애초부터 그런 것은 없었다. 다만 국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미국에서 지지해주시는 분들께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이번에는 꼭 당선되어서 좋은 세상 만들어 보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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