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택 호황으로 웃던 미국 경제가 주택경기 급강하와 함께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와 함께 주택 호경기 덕을 보던 주택 소유주들과 주택 개발업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의 사례를 통해 미국 주택경기의 실상을 살펴본다.
집값 하락으로 돈줄 막힌 소비자들 미국 경기 악화 주범
지난 봄 결혼식을 앞두고 예산이 모자라자 마샬 위티(33)는 돈을 아끼기보다는 가격이 오른 집에서 빼 쓰기로 했다. 그와 신부 홀리는 나파밸리에서 대대적인 결혼식을 올린 후 타히티에서 신혼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 위티는 돈이 없다. 집값은 1년 전만 훨씬 못하고 에퀴티도 사라졌다. 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그는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다. 미국 경제에 불길한 조짐이다. 그는 “전에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일단 사고 나중에 돈을 빌렸다”며 “그러나 지금 자금 압박을 받고 있으며 지출도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한때 잘 나가다 주택 경기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마샬 위티.>
위티 같은 사람들은 미국 경제가 현저히 둔화되거나 불황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싸여 있다. 집을 담보로 돈을 끌어 쓸 수 있던 시절이 사실상 사라져버린 것이다. 리노에서 공업용 부동산 전문회사인 NAI 얼라이언스를 경영하고 있는 데이브 시몬슨 부사장은 “모두가 집을 ATM으로 사용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 집을 돼지 저금통으로 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2006까지 미국인들은 1년에 8,400억달러를 주택에서 꺼내 썼다. 홈 에퀴티 융자로 이 기간 미국인들이 소비한 총액은 3,1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올 상반기 에퀴티 융자는 전국적으로 지난 3년간 평균보다 15% 줄어들었으며 이로 인한 지출 감소는 25%에 이르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에퀴티 융자가 전년에 비해 3분의1이나 감소했다. 이코노미 닷컴의 마크 잰디는 “이런 감소는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라며 “이로 인한 지출 감소는 지금부터 크리스마스나 돼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1년 전까지 집에서 꺼낸 돈은 미국인 가처분 소득의 9%에 달했다. 그것이 올 가을에는 5%로 줄었다. 금액으로는 3,500억달러 차이다. 지금까지 주택 붐의 붕괴는 집을 차압당하거나 변동 이자율 때문에 집 페이먼트가 늘어나는 사람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집 값 상승으로 인한 자산 증가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다.
소비자 지출이 미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된다. 9조8,0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소비지출 둔화와 고유가는 중요한 연말 샤핑시즌을 앞둔 의류, 가구, 전자 등 소매 업체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자동차 딜러들도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컨설팅회사인 RGE 모니터의 수석 분석가인 크리스천 메네가티는 “2%만 소비자 지출이 줄어도 불경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에도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를 염려했다 기우로 그친 일이 있다. 지난 주 상무부는 2·4분기 동안 왕성한 소비지출로 미국 경제가 3.9%나 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출 증대와 일자리와 소득 증가가 주택 대출감소로 인한 내년 경기둔화 가능성을 상쇄시켜 주리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이 과도한 소비 욕구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수년간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거금을 빌려 쓰면서 엄청난 무역 적자를 기록해 왔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이 미국 부채 매입을 줄일 경우 달러화 폭락과 금리 급등이라는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이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것이라고 일부에서는 주장한다. ITG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인 로버트 바버라는 “10년을 놓고 볼 때 최선의 선택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볼 때 소비지출 감소는 고통을 수반한다. 수출이 불황에 빠지는 것을 막아줄 지는 모르지만 소비가 줄면 불황 같이 느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주와 네바다의 경우 지난해 주택 에퀴티 융자는 전체 가처분 소득의 20%에 달했다. 올 9월에는 이것이 9%로 줄었다. 도박으로 잘 알려진 리노는 세금 감면과 싼 땅값으로 시스코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을 유치했으며 이로 인해 지난 7년 사이 5만이 늘어 지금은 인구 40만을 자랑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05년 사이 집값은 2배가 됐지만 그 후 15%나 떨어졌다. 다운타운 복스왜건 딜러는 매매가 지난해에 비해 3분의2가 줄었으면 메도우드 샤핑몰은 두 달 사이 25%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툭하면 1,00달러씩 샤핑을 하던 위티 부부는 이제 더 이상 외식을 하지 않는다. 21피트짜리 보트를 사고 2대의 대형 평면 TV를 사던 일도 옛날 얘기다. 집값도 투자용 부동산 가격도 떨어지고 커미션은 줄었다. 옆집이 페이먼트를 못해 차압당한 것을 보면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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