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메이트를 구 하세요”
말동무 역할로 렌트비 대체, 서로의 필요를 보충
‘대안의 삶 방식’으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인기
재키 프래스킨(83)은 자신의 노스 할리웃 집에서 2년 동안 파발 비노크루츠(58)와 함께 살아왔다. 파발 역시 머리와 수염이 희끗희끗하다. 80대의 할머니인 재키와 초로의 독신남 파발의 동거생활은 어찌됐든 성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처음에는 전적으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그 관계가 시작됐다. 집안일 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때로는 거동도 불편할 정도니. 외로운 때도 많다. 이런 문제에 도움을 얻기 위해 재키는 하우스 메이트를 구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건강할 때 함께 나들이를 나갔던 재키와 파발의 모습(오른쪽 두 사람). 서로의 필요에 의해 단순한 하우스 메이트로 시작된 이 둘은 어머니와 아들 같은 관계로 발전했다.>
그래서 선택된 메이트가 파발이다. 처음에는 계약에 따른 말 그대로, 하우스 메이트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지만 파발은 재키에게 점차 아들 같이 느껴졌다. 파발도 이 할머니를 점차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모든 것이 어려워진 후에도 그는 계속 머물게 된 것이다.
건강하던 재키가 점차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목욕도 할 수 없고, 식사도 어려울 정도가 된 것. 그 수발을 파발이 들었다. 너싱홈에서의 역할을 맡아 한 것이다. 이는 당초 계약에 없었던 사항이다. 그러나 파발은 어려울 때 재키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외로운 노인들에게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제공하는 한 비영리단체의 주선으로 만나게 됐다. 이 단체는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룸메이트를 맺어주는 기관이다. 재키가 원했던 것은 우선 동무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대신해서 장을 보아주고, 또 기르고 있는 애견을 하루에 두 번 산보를 시켜 주는 것. 파발은 반면 무엇보다도 살 집이 필요했다. 운전사로 일하는 그는 아파트 렌트비 감당이 어려운 처지로, 그동안 차에서 살아왔다.
재키는 처음에는 50대 후반의 여성을 룸메이트로 정했었다. 그러나 둘 간의 관계는 계속 서먹서먹하기만 해 결국 6개월 만에 헤어졌다. 그러던 중 2005년 말 무렵 파발을 새로 하우스 메이트로 맞이해 그녀의 집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의견이 달랐다.” 지난봄 재키가 한 말이다. “그러나 서로를 도우면서 지내게 됐다.” 계속 이어진 그녀의 말이다.
재키는 남편 로버트와 세 아이를 키운 노스 할리웃 집에서 오랜 세월 홀로 살아왔다. 그녀는 그 집을 떠나기 원치 않았다. 이웃에 친구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집은 남편 로버트와의 단란했던 삶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 집은 어느 면에서 이 80대 할머니의 유일한 세계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남편과 함께 살아왔던 그 집이 그녀에게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남편의 생전 직업은 LA시 공무원이었다. 재키는 TWA항공사에서 일을 했었다. 젊은 날 재키와 로버트는 함께 세계 일주를 했었다. 그 때, 그러니까 젊은 날의 그들의 모습은 흑백 사진에 담겨 서가의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이 집을 어떻게 떠날 수 있다는 말인가. 집에 들어오면 항상 로버트가 있는 데.” 재키의 회상이다.
그녀가 집을 떠나기 싫어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남편 로버트는 암으로 사망했다.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 나날들을 로버트는 너싱홈에서 지냈다. 그 너싱홈에 가는 것이 그녀는 죽도록 싫은 것이었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집에서 살다가 죽겠다는 게 그녀의 평소 소원이었다.
파발의 ‘아메리칸 라이프’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10여 년 전 우크라이나에서 이민을 온 후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카펜터로 일을 했다. 페인터 노릇도 하고, 개스 스테이션 에서도 일을 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재키는 상당히 외로워 보였다.” 파발의 회상이다. 그가 재키의 집에 들어와 살기로 한 조건은 이랬다. 요리, 집 청소 그리고 장보기 등을 을 돕는다. 또 때로 그녀가 가고자 하는 곳에 데려다준다. 대신 렌트비는 없다. 서로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기브 앤드 테이크’식의 계약이었다.
작은 일에도 의견이 맞지 않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종교문제는 아예 대화의 소재로 삼지 않기로 했다. 재키는 철저한 무신론자다. 반면 파발은 경건한 신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눈을 맞추는 것도 피했었다.” 재키의 아들 토니의 말이다. 단지 계약에만 충실했었던 동거였다.
올해 초만 해도 손님을 맞을 수 있었던 재키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7월께 들어서는 더 악화됐다. 사실상 침대에만 누워 있게 된 것이다. 이런 그녀를 파발은 헌신적으로 돌보았다. 파발은 재키가 너싱홈 가기를 극력 싫어하는 것을 알았다. 그런 그녀에게 끝까지 그녀의 집에서 곁에 남아 있겠다는 약속을 했다.
파발은 왜 이토록 헌신적으로 재키를 돌보게 됐을까. 90년대 고향 오데사를 떠난 후 10여 년 간 한 번도 고향을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고향에 계시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를 돌보지 못한 한이 사무쳤던 것이다. “항상 죄의식에 젖어 있었다. 그 보답을 재키에게 하게 됐다.” 그의 말이다. 단순한 하우스메이트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덧 어머니와 아들 같은 관계가 된 것이다.
7월 어느 날 재키는 침대에 누운 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달라고 했다. 파발은 그녀에게 가벼운 식사를 만들어 주었다. 식사를 마친 후 재키가 조용히 잠드는 것을 보고 일을 하러 나갔다. 그날은 슬픈 날이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 파발은 그녀가 숨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재키가 세상을 뜬 것이다. 그로서는 끝까지 곁에 남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파발은 재키로 부터 기대도 않은 선물을 받았다. 헌신의 보답으로 2만5천달러와 승용차를 유산으로 남겨 준 것이다. 재키의 유가족들도 보답을 했다. 그 집이 팔리기까지 그대로 살게 해준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치솟는 렌트비에서 착안
LA일원의 렌트비는 평균 얼마일까. 1,700달러다. 적지 않은 사람에게 렌트비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부담이다. LA 일원에는 그러나 수천, 수 만개의 베드룸이 비어 있다. 이 모순을 시정할 수 없을까.
여기서 착안한 게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룸메이트, 혹은 하우스 메이트를 골라주는 일이다. 그 일을 맡아서 하는 단체가 ALA 라는 비영리기구다.
혼자 사는 노년의 여성들이 함께 집을 사는 것을 돕는다. 렌트를 주선해 준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나. 혼자 사는 노인들의 고민은 가사 일이 힘에 부친다는 점이다. 집 청소가 힘들다. 어디를 방문하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고 양노원에 들어가기는 싫다. 살던 정든 집에서의 삶을 포기하기 싫은 것이다. 반면 렌트비가 부담인 독신자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들을 짝지어 주는 거다. 하우스 메이트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렌트비를 조금 받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식으로 메이트를 구해 주는 것이다. 외로운 노인은 말동무가 필요하다.
가사를 도울 사람이 필요하다. 다른 한 쪽은 렌트비를 내지 못할 형편이다. 이런 그들을 맺어주는 것이다.
보통은 동성의 동거인을 원한다. 나이 지긋한 여성 독신자들은 자신보다는 젊은 여성 독신자를 원하는 경향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성의 하우스 메이트가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어머니와 아들처럼 맺어진 재키와 파발의 경우 같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