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은 27일 무장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10일째 시위를 벌인 7만여명의 군중을 강제해산 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인 1명을 포함, 9명이 숨졌다고 현지 외신들이 보도했다.
수만 군중은 전날 시위 때 군경의 무자비한 강제진압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부터 양곤 시내 중심가의 술레탑(塔)에 다시 모여들었으나 무장 군인들의 발포와 최루탄 발사로 시위대를 강제해산 시켰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시위 상황
대부분 젊은이와 학생으로 구성된 군중은 승려들과 함께 술레탑 길목을 차단한 무장 군경 앞에서 손뼉을 치고 국가를 불렀으며 아웅산 장군은 국민을 향해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외쳤다. 아웅산 장군은 미얀마 독립 영웅이자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아버지다.
군중은 모든 위험과 가난에서 우리 모두를 구원해주시고 우리 마음에 평화가 깃들게 하소서라며 소리높여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보안군은 쉐다곤탑(塔)과 함께 시위 중심지가 된 술레탑 주변을 에워싸고 길목을 차단했으나 군중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탑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무장한 군인들은 군중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고 해산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고 위협했으며 뒤이어 총성이 들리면서 탑 주변에서 취재하던 일본 ‘APF 뉴스’ 소속의 사진기자 1명을 포함, 최소 5명이 술레탑 주변에서 총에 맞아 숨졌으며 수십명이 부상했다.
양곤 동쪽의 동부도로에서는 77여단 소속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나타나 군중에게 소총을 난사해 현장에서 3명이 숨졌으며 군인들은 사체를 길가 도랑에 버렸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에 흐툿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양곤 시내에서 진압군과 시위대의 충돌로 일본 사진 기자를 포함, 9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으며, 정부군도 31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양곤시내 상가 대부분은 전날 대규모 시위와 강제진압의 여파로 철시한 상태였으며 군경이 불교사원을 사전에 봉쇄해 이날 시위에는 승려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검거 선풍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지도자 2명이 체포되는 등 최근 이틀 사이 300여명의 시위대가 군경에 붙들려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NLD 간부는 전날 밤 민트 테인 NLD 대변인과 흘라 페 당고문이 자택에서 보안군에 체포됐다고 밝혔으며, 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진 린 NLD 대변인도 이를 확인했다.
진 린은 민트 테인 대변인이 외국 언론매체의 질문에 대해 체제 비판적인 답변을 했다며 이 같은 이유로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인권기구인 국제 앰네스티(AI)는 또 다른 야당 지도자 서너명과 유명 연예인 2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양곤 시내에서는 전날 벌어진 시위 때 200명, 불교 사원에서 승려 100명 등 최근 이틀 사이 최소 300명이 군경에 체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I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정에 의해) 구금된 이들이 고문 등 심각한 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사회 우려
미얀마 군정의 강제진압과 이에 따른 유혈사태가 이틀째 빚어지자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인명이 희생되는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고든 존드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이날 미얀마 정부는 자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면서 평화적인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행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전날 긴급회의를 개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미얀마 특사 파견결정을 환영하고 미얀마 당국이 조속히 특사의 입국을 허가할 것을 요청했다.
미얀마 특별자문관으로 임명된 이브라힘 감바리 특사는 미얀마 당국이 폭력과 강제진압의 시대로 뒷걸음질을 칠 것인가 아니면 미얀마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협상하도록 나아갈 길을 마련할 것인가란 양자택일의 시점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미얀마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대(對) 미얀마 제재 결정 혹은 미얀마 당국의 폭력진압과 관련한 유엔의 규탄 성명 발표 등에는 즉각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미얀마에 대한) 제재가 현지의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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