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지난 19일 주유엔 한국대표부의 요청에 따라 다시 새로 교체, 게양한 태극기. 태극 무늬와 사괘가 올바른 비율로 제작된 이 태극기는 대표부가 보관 중이던 것을 유엔측에 전달해 준 것이다.<신용일 기자>
‘대한민국국기에관한규정’위반. 1년내내 게양
일출~일몰, 밤엔 적절한 조명’ 등 유엔.주재국 관례도 무시
유엔본부앞 잘못 제작된 태극기 일주일간 게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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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제62차 총회에 앞서 새로 교체, 게양한 태극기. 태극 무늬가 비정상적으로 작고 건·곤·감·이 사괘와 태극사이의 간격이 너무 떨어져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주유엔 한국대표부(대사 김현종)와 주뉴욕 총영사관(총영사 김경근)이 맨하탄 청사 앞에 24시간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어 ‘대한민국국기에관한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의 제작·게양 및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국기에관한규정’ 제19조(제외공관에 있어서 국기의 게양 및 강하 시각 등)가 “재외공관의 경우에 국기의 게양 및 강하 시각 등은 주재국의 관례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대표부·총영사관 청사 앞 태극기의 게양 및 관리에 있어 대표부가 유엔의 관례를 따르거나 아니면 총영사관이 미국의 관례를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두 개 공관 모두가 해당 관례를 무시하고 있다.
유엔기와 192개 회원국의 국기를 제작·관리하고 있는 유엔은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날씨가 거칠고 궂을 때’(Inclement Weather)를 제외하고는 매일 오전 8시 맨하탄 유엔본부 앞에 유엔기와 태극기를 포함한 모든 회원국들의 국기를 게양하고 오후 4시에는 이를 강하한다.그러나 대표부·총영사관 청사 앞 태극기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1년 365일 24시간 게양돼 있으며 특히 해가 진 밤에는 별도로 태극기를 조명하는 전등이 없어 그 존엄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는 유엔의 관례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대한민국국기에관한규정’ 제19조를 위반하는 것이며 이외에도 제외공관이 아닌 한국 내에서의 태극기 게양을 규정하는 제13조(국기의 게양 및 강하시간) 1항인 “국기는 24시간 게양할 수 있다. 이 경우 야간에는 되도록 적절한 조명을 하여야 한다”는 규정과 “국기는 심한 비·바람 등으로 훼손되거나 존엄성이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를 게양하지 아니한다”는 같은 조 5항에도 위배된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성조기와 관련, 제작·관리·게양 및 보존을 연방행정법(USC) 제4조 1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보편적인 관례로 국기(성조기)는 건물과 열린 공간의 깃봉에 오로지 일출에서 일몰까지만 게양한다”고 돼 있고 “단 애국적 영향이 요망될 때에는 하루 24시간 게양할 수 있으나 어두운 시간에 예의바르게 조명된 경우에 한해서”라고 명시하고 있어 대표부·총영사관 청사 앞 태극기는 미국의 관례에서도 벗어나 게양돼 있다. 대표부·총영사관 앞에 설치돼 있는 깃봉에 게양돼 있는 태극기는 깃봉 앞 도로에 가로등이 있기는 하지만 뉴욕시가 설치 관리하고 있는 이 가로등은 도로를 향해 불을 밝히고 있어 태극기는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이 해질 무렵 유엔기와 회원국 국기를 강하하고 한국과 미국이 모두 국기가 밤에 게양되는 경우 그 조건으로 국기에 대한 ‘조명’을 강조하는 이유는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가 어둠속에서 초라하게 감춰져 국가의 존엄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미 연방의회조사국(CRS)이 지난 7월 작성한 ‘성조기:게양에 대한 연방법과 관련 질문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성조기를 24시간 게양하지 못하도록 완곡히 금지하는 연방법 법규는 없다”며 그러나 미 전역에서 “특별한 법적 권한이 주어져 밤낮으로 성조기가 게양되는 곳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포트 맥힌리 국립 기념비’,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플래그 하우스 스퀘어’, 버지니아주 알링톤과 메사추세츠주 랙싱턴의 ‘미 해병대 이오지마 기념비’, ‘백악
관’, ‘워싱턴 기념비’, ‘미 세관·입국소’,와 펜실베니아주의 발리 포지 주립공원” 등 8개 장소에 국한 돼 있음을 강조해 성조기를 어둠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미국의 관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미국 내 연방 공관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일출에 성조기를 게양하고 일몰에 강하하고 있으며 CRS가 언급한 특별 8개 장소, 또 그 외 연방의회청사와 같이 전통적으로 24시간 성조기를 게양해온 장소들의 경우 모두 밝은 전등으로 성조기를 조명하고 있는 것이 성조기 게양과 관련된 미국의 법규이자 관례이다.
실제로 대표부와 총영사관의 태극기에 대한 이 같은 ‘무관심’은 최근 유엔본부 앞에 최소한 일주일이 넘도록 엉뚱한 태극기가 게양됐다가 황급히 올바른 태극기로 교체되는 웃지못할 사례를 초래했다.유엔이 제62차 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개막일인 18일로부터 약 1주일 전에 유엔 본부 앞에 게양되는 모든 회원국들의 국기를 새롭게 교체했으나 교체된 태극기가 잘못 제작 돼 게양됐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실에 따르면 문제의 태극기는 유엔에 유엔기와 회원국들의 국기를 제작, 공급하는 수주계약을 따낸 맨하탄 소재 ‘내서녈 플래그 앤드 디스플레이사’의 것으로 유엔측 역시 잘못 제작된 태극기를 매입, 게양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도 한국 뉴스 통신사 ‘뉴시스’가 유엔본부 앞에 태극무늬가 비정상적으로 작게 만들어진 ‘이상한’ 태극기가 게양된 사실을 지난 18일 보도했고 19일 대표부가 보관 중인 올바른 태극기를 황급히 유엔측에 전달해 유엔이 회원국 국기를 유엔의 규격에 맞게 자체 주문, 제작해 게양하는 ‘의전’(Protocol)을 무시하고 곧바로 대표부가 제공한 올바른 태극기로 교체, 게양해 그나마 더 커다란 국가적 망신을 모면한 황당한 사건이었다.
이는 유엔이 매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모여 개최되는 총회에 앞서 회원국들의 국기를 새롭게 교체해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태극기가 교체될 당시 대표부 또는 총영사관에서 단 한명도 새 태극기 게양을 지켜보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특히 문제의 태극기가 대표부·총영사관 청사에서 유엔본부 방향으로 불과 100 미터 거리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1주일이 넘도록 게양돼 있었다는 사실은 “국기는 제작·보존·사용 및 판매 등에 있어서 그 존엄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제2조)는 ‘대한민국국기에관한규정’의 조항을 무색케 하고 있다.
한편 총영사관이 한때 입주해 있다가 유엔본부 건너편 맨하탄 45가와 1~2 애비뉴에 한국대표부 청사가 신축됨에 따라 2000년 11월 대표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그대로 남겨 둔 민원실과 뉴욕한국문화원이 아직 계속 입주해 있는 460 파크 애비뉴(맨하탄 57가) 건물에 나란히 게양된 태극기와 성조기는 해 뜰 무렵 게양된 후 해질 무렵 강하되고 있어 대표부와 총영사관이 태극기 게양과 관련 유엔, 미국, 또는 한국의 관례를 따르고 있는지 아니면 이들 관례 중 편리한 부분만 따르고 있는지 불투명하다.
<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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