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에 남북한의 정상들이 만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방문은 이미 취임 초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 시기를 언제로 잡을까 저울질하였을 뿐이다.
이제 퇴임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특히 자신의 장래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대선 정국의 전환을 위해 노대통령은 지금이 가장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국고 수억 달러를 개인 돈처럼 사용한 전임 대통령에 이어 집권 후 ‘같 은 민족’과 ‘남북 화해’라는 명분하에 북한 편들기로 일관해온 노무현 대통령이라 김정일의 환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을 리가 없다.
회담의 의제는 평소 두 사람의 성격으로 보아 종잡을 수가 없지만 이미 알려진 대로 핵확산 금지와 남북 경제협력 그리고 긴장완화가 주요 안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셋은 사실상 한 맥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목적은 개방에 따른 체제붕괴를 막기 위해 미국으로 부터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것이므로 한국의 대통령이 왈가왈부한들 김정일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도발행위를 줄이고 6자회담에 응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한의 천문학적 경제원조가 있어서가 아니라 미국의 힘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북한이 권력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폐쇄정책이 불가피한데 그러자니 자연 경제상황은 악화되기 마련이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였다.
그동안 김정일은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체육문화 교류 같은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하는 교묘한 책략을 적절히 구사하여 국가안보와 체제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남북한 경제협력은 말이 협력이지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퍼주는 물주가 되었던 것이다. 북한의 어려움을 도와주자는데 반대할 사람 하나도 없을 것이고 오히려 고맙게 여길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쓸 돈은 공짜가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것이며 남한에도 결식아동, 굶주린 노인, 오갈 데 없는 극빈자 같은 시급한 민생사업이 수없이 널려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문제점은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정일 모두가 남북한을 대표할만한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한계성이다. 김일성 부자가 북한을 통치할 수 있었던 것은 반세기 넘게 자행해 온 무자비한 숙청과 인권탄압 덕분이었다. 김정일 정권은 현대의 정부형태와는 거리가 먼 1인 왕조이므로 진정으로 북한을 대표한다고 볼 수가 없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도 곧 임기가 끝나며 더구나 국민의 20% 미만의 지지를 받을 뿐이다.
그러니 이런 두 사람이 어찌 남북평화와 민족화해를 운위할 수 있겠는가? 7년 전 떠들썩하게 이루어진 정상회담이 다만 정치적인 이벤트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통일은 어느 특정인만의 것이 아니며 정상회담을 한다고, 무슨 합의문을 작성한다고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사람이 연출할 시나리오는 뻔하다. 남북한에서 둘째가라면 섭섭해 할 말 잘하고 입담 센 두 사람이 만났으니 한국인 모두가 반할 듣기 좋은 말, 달콤한 말들을 많이 쏟아낼 것이고 돌출행동과 깜짝쇼도 일어날 것이다.
감성적인 한국 국민은 그들의 말과 행동에 금방 무슨 일이 생길 것같이 환호하고 열광하리라.
하지만 한 가지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의 회담은 다만 말잔치로 끝난다는 사실을. 두 사람도 그 합의가 다만 공수표가 될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지난번 제1차 회담 때 작성된 공동합의문의 어느 사항도 지금 지켜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조만연 /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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