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지의 전면 광고는 도발적이었다. 9월 초순 이라크 전쟁의 미군 총사령관 데이빗 퍼트레이어스 대장이 상하 양원 해당 분과위원회에서 이라크 전쟁의 현황에 대해 보고를 하고 있을 무렵에 실린 그 광고의 제목은 ‘퍼트레이어스 장군, 아니면 (그의 이름 발음과 비슷한 발음인) 비트레이 어스(Betray Us) 장군인가?’였다.
‘우리를 배반한 장군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내용이었으니까 공화당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을 만 하다. ‘MoveOn.org’라는 온라인 반전조직이 낸 광고였는데 이라크 전쟁은 명분이 없이 시작된 실패한 전쟁이기 때문에 미군이 빨리 철수해야 된다는 입장을 가진 조직답게 퍼트레이어스 장군이 이라크의 전황을 실상과는 동떨어지게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한 것이 허위라는 주장이었다.
자기들 계산으로는 회원이 약 330만이나 된다는 ‘MoveOn’ 조직은 친 민주당계로 분류되지만 그 광고가 말썽거리로 등장되자 민주당 대선후보들조차 그 광고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부시의 전쟁을 반대해서 이라크에서 철군을 주창하면서도 군대 자체에 대한 지지는 표명하는 미묘한 입장의 민주당은 ‘MoveOn’의 광고가 이라크 주둔 총사령관만 아니라 미군 전체에 대한 명예훼손처럼 간주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그 광고를 비난하는 결의문이 상원에서 72대 25로 통과된 것이 한 예이다.
퍼트레이어스 장군은 내년에 미군 일부가 철수할 수 있을 것이지만 2009년 1월 새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할 때에도 10만 이상의 미군이 이라크에 남아 있을 정도로 미군 주둔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미국인 다수가 반대하기에 이른 전쟁이지만 급속한 철군에 뒤따르는 이라크의 3파 분할 및 이란의 영향력 팽창 등 철군의 후유증에 대한 우려는 미국의 운신의 폭을 아주 좁게 만들고 있다. 한번 잘못 내린 전쟁의 결정을 바로잡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좌우지간 퍼트레이어스 장군을 언급하자니까 전쟁과 장군의 함수관계가 생각난다.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는 말처럼 간단히 말해서 전쟁이 장군을 키운다는 공식이다. 전설적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순시절의 태평성대에는 장군들이 있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춘추전국이다 어쨌다 해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나야 관운장, 장비, 조조 등 영웅호걸 또는 장군들이 득세를 하는 것이다. 퍼트레이어스만 하더라도 불과 2, 3년 전에는 이라크 참전 어느 사단의 사단장이던 소장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어느 틈에 중장이 되고 초고속으로 4성 장군이 된 것이다. 물론 프린스턴 대학 박사학위라는 학력이 있지만 이라크 전쟁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전쟁도 마찬가지다. 내 기억으로는 일본군이나 만주군의 초급장교 내지 하사관들이 국방경비대 창설에 참여한 것이 1947년경이었다가 대한민국 수립 후 국군의 주역이 되었다. 그중 여러 사람들이 1950년 6.25사변으로 영관급 또는 위관급이다가 급속도로 진급되어 장성들이 되었기 때문에 더러는 30세 전에 별을 단 사람들도 있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맥아더가 4성 장군으로 육군 참모총장 시절 그는 소령으로서 부관노릇을 했었다. 그가 겨우 대령으로 진급한 때가 나이 51세 때인 1941년 3월이었다. 그러나 진주만이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유럽 총사령관으로 5성 장군이 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고 2차 대전 전승의 영웅이 된다. 컬럼비아 대학 총장으로 영입될 정도로 지장인데다가 비교적 겸손한 덕장이라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모시려고 침을 흘릴 정도였다. 맥아더가 대통령이 되고 싶어 안달을 했지만 어느 당의 후보도 못 되었던 것과 대조가 된다. 장군의 영광 뒤에는 무명 군인들의 무수한 희생이 자리 잡고 있다. 언제나 장군도 병사도 대포도 전쟁 희생자도 없는 평화의 세상이 올지…
남선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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