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고향생각 고향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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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고향에 살아도 고향이 그립다. 고향. 이 두 글자에는 끈끈하게 항상하는 무엇이 담겨있다. 추석이나 설날에는 말할 것도 없다. 그것은 달이 뜨나 해가 지나, 바람 부나 비가 오나, 일도 찾아와 가슴 언저리 어떤 호수를 일렁이게 한다. 노래로 시로 소설로 영화로 연극으로, 고향은 같은 이름 다른 색깔로 우리를 뒤흔들곤 한다.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닿은 여기가 저긴가…. 실은 고향땅에 살면서 고향땅 학교에 다니면서도, 초등학교 시절 나는 이런 노래를 배웠고 불렀다. 내 동무들도 그랬다. 그리움이 뭔지 모를 나이에도, 고향땅 밖으로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촌뜨기이면서도, 그 노래를 부르면 왠지 고향은 그리워졌다. 누군가 보고싶어졌다.
변성기를 거치면서 소위 유행가에 귀 뜨이고 입 떼이던 시절에도, 여전히 고향에 살고 있으면서도, 숱하게 우리는 고향노래를 불렀다. 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번 보고, 징검다리 건너갈 때 손을 흔들며 서울로 떠나간 사람… 서울은커녕 광주나 목포 구경도 못해본 주제에 어른들이 틀어놓은 잡음투성이 유선라디오를 통해 어깨너머로 배운 라훈아의 발성을 흉내내 목젖을 떨고 꺾음소리를 내가면서 그 노래를 부를 땐 괜히 울적울적해지기도 했다. 10년은 고사하고 하루도 안살아본 타향살이인데도 고복수의 타향살이(타향살이 몇해런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10여년에 청춘만 늙어)를 흥얼거리노라면 정말로 고향이 그리워서 콧잔등이 찡해질 때도 있었다.
하물며 지금, 정말로 먼먼 타향, 아니 타국에 살고 있으니…. 고향 그리는 마음이 나 다르고 너 다르랴. 어쩌다 노래방에 가면 나 같은 마음으로 그들도 심심찮게 고향노래를 부른다. 옆방에서 뒷방에서 ‘고향 잊은’ 젊은이들이 기를 쓰고 폭죽을 쏘듯 템포 빠른 노래를 불러대지만, 마흔 고개 쉰 고개 넘은 ‘고향을 못잊는’ 남녀들은 대개들 애잔하고 거나하게 고향노래를 부른다. 당장 날아갈 수 없는 고향을 노래로 불러낸다. 고향아줌마, 너와 나의 고향, 동백꽃 피는 고향, 내 고향이 좋아요, 물방아 고향, 고향무정, 마음의 고향, 고향이 좋아, 고향처녀, 청포도 고향, 고향길 나그네, 고향에 찾아와도, 물레방아고향, 꿈속의 고향… 온갖 고향들이 노래를 타고 고향 떠난 이들의 가슴으로 달려온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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