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학생들과 만난다. 새로운 얼굴들을 보면서 새롭게 가르치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강의실을 가득 메운 학생들을 한번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이 있다. 생긴 것 말하는 것 체격 그리고 배우려는 자세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이 모든 아이들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관심이 있어 흥미롭게 강의를 듣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시계만 자꾸 보는 아이들도 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게 녹음기를 교탁에 가져다 놓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꾸벅꾸벅 조는 아이도 있다. 머리가 비상하여 가르치는 내용을 잘 알아듣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보통의 머리로 아주 노력하는 학생도 있다. 이해를 못하면 손을 들고 질문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뭐를 모르는지도 모르는 아무 생각 없는 학생들도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학창시절에 본인이 어떤 학생이었는지 한번 돌이켜보면 어쩌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오히려 내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학기 초부터 눈에 띄는 두 부류의 아이들이 있다. 첫 번째는 머리가 뛰어난 아이들이다. 그들은 뭐를 가르쳐줘도 잘 이해한다. 그들 자신들도 자기들이 머리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면서 재능을 받거나 키워온 아이들이다. 두 번째 부류는 악착같이 노력하는 아이들이다. 그들은 수업시간에 자주 질문하거나, 끝나면 앞으로 다가와서 다시 묻거나 내 사무실로 찾아온다. 그들은 머리는 뛰어나지 않지만 재능을 만들어가는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다. 필자가 하버드에서 근무하면서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느꼈던 것은 하버드에 오는 학생들 중 단지 5~10%정도만이 첫 번째 부류에 속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90%는 성격이 재능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이었다. 한번도 그런 데이터는 본적은 없지만 하버드 학생이나 다른 여타 대학 학생의 지능검사를 하면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 확신한다. 지적 능력으로 볼 때 어떻게 이런 아이가 하버드에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 그 재능이 쓰이는 곳으로 가야 하지만 재능을 만들어가는 성격을 가진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필요로 하는 재능을 만들어 나간다. 모든 일들에서 일의 시작은 재능으로 하지만 일의 끝맺음은 결국 성격이 좌우한다.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필자가 배우는 것은 어쩌면 학교에서든 사회에서건 성격이 재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격이란 것은 유전적 인자와 환경적인 요소가 서로 뒤얽혀서 나온 복잡한 결과물이다. 우리들은 혈액형이나 생년월일로 성격테스트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심리적성 테스트도 하지만 그런 테스트 결과를 기반으로 해서 전공을 정하거나 직업을 선택하거나 배우자를 찾는 일은 무척 드물다. 아이러니 하게 그런 성격 테스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도 각자의 성격에 달려있다. 분명한 것은 많은 아이들에게 있어 반복되는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어릴 때 참는 것을 반복하면 커서 인내하는 사람이 되고 좋은 말을 반복하는 아이들은 베푸는 사람이 된다. 좋은 것을 기대하는 아이들은 꿈을 갖게 되고 듣는 훈련을 하는 아이들은 훌륭한 리더의 기본 자질을 갖출 것이다.
재능을 받은 아이들은 참 운 좋은 아이들이지만 그 재능을 만들어 가는 성격을 가진 아이들은 복 받은 아이들이다. 강의실에서 학생들 앞에서 서면 그런 재능을 만들어 가는 성격을 가진 학생들의 부모들은 어떻게 그들에게 그런 성격을 형성시켜 주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 아마 그 아이들의 부모들도 또한 그런 성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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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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