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부럽지 않은 노년의 우정
당진노인회 대표단 25명 SF방문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어릴 적 같이 놀던 깨복쟁이 동무들이 하나둘 떠나간다. 아랫목 윗목 도란도란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던 피붙이들도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 남들만이 아니다. 나도 또한 달라진다. 심줄에 힘으르던 젊은 시절, 온종일 일을 해도 밤드리 쏘다녀도 끄덕없었는데, 어느덧 나이가 드니 걷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그냥 앉아 쉬고 누워있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헤어짐의 시절, 힘빠짐의 시절. 노년기에 대한 이런 판에 박힌 인식은 SF한미노인회(회장 최봉준)와 충남 당진군노인회(회장 유익동)의 우정 앞에 맥을 못춘다. 두 노인회는 헤어짐의 시절이 한창 깊었을 때 새 친구가 되기로 했고, 해마가 가을이면 번갈아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우정의 탑을 쌓아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정의 가을은 왔고, 가을을 따라 순번에 따라 당진군 노인들도 왔다. 유익동 회장 등 당진군 노인회 대표단 25명이 15일 낮 SF공항에 도착, 최봉준 회장 등 어느덧 옛친구처럼 돼가는 상항친구들과 재회했다. 숙소(SF재팬타운 미야코인)에 여장을 풀고 뻗친 다리를 좀 풀고난 당진친구들을 위해 상항친구들은 SF한인회관 강당에 맛난 저녁상을 차렸다.
박종칠씨 사회로 열린 일요일 저녁 재회식 겸 환영식에서 최봉준 회장은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라며 “2005년 10월15일 (두 노인회가) 자매결연을 맺은 이래 (연례 교환방문이) 3차례 맞게 돼 반갑습니다”라고 환영했다. 최 회장은 또 다음달(16일) 라스베가스 등지로 3박4일 여행을 떠나는 당진친구들에게 “아무쪼록 몸 건강히 즐거이 다녀오시고 건강한 몸으로 (20일 목요일에) 다시 만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유익동 회장은 답사를 통해 “세월은 흘러 별볼일 없는 노인, 희망이 없는 노인을 이렇게 뜨거운 환영을 해주시는 여러분에게 너무나도 고마운 인사를 올린다”고 운을 떼고는 곧바로 “노인은 희망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우리 당진노인회는 큰 희망이 있습니다. 격년(2년에 한번)에는 미국에 갈 수 있다는 큰 희망이 있어 당진노인회를 밝게 해주고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유 회장은 또 “지난해 여러분들이 당진을 찾아주셨을 때 좀더 융숭한 대접을 했어야 하나 여러가지 소홀했던 점 용서를 빕니다”라고 거듭 겸양을 보였다.
더욱이 당진노인회는 빈손방문이 아니었다. 늙으막에 새로 사귄 상항친구들(SF노인회)을 위해 자그마치 7,000달러를 기부했다. 흐뭇한 웃음꽃 사이로 크나큰 박수가 터졌다. 두 노인회는 또 깊은 우정이 담긴 선물을 교환했다. 당진노인회는 2005년 8월 광복절을 맞아 상항노인회에 무궁화 3그루를 기증한 바 있다. 조국-평화-통일로 이름붙여진 3그루는 한인회관 안뜰 화분에서 자라다 이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두 노인회의 결연은 박우서 한민족무궁화책사랑협회장의 다리놓기로 성사됐다. 이번 당진노인회 대표단은 16일부터 3박4일동안 그랜드캐년-라스베가스-유타 등지로 여행을 건강세미나(진행담당 박종칠)를 겸한 유람을 즐긴 뒤 20일 샌프란시스코로 되돌아와 UC버클리 견학(20일) 등 베이지역 일정을 마치고 21일 귀향길에 오른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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