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인사의 허위학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필자가 좋아하던 연극인 윤석화씨도 학력을 속였다며 뒤늦게 고백하고 해외로 잠적해 버렸다. 밝고 활달하던 그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음이 들어나 뒷맛이 씁쓸하다.
그동안 한국은 사회 전반에 걸쳐 불법과 부정이 범람하고 위선과 불의가 판을 쳤지만 이를 막고자 힘쓰지 않았고 마침내 양심과 가치관이 공황상태에 빠져 누구인들 온전했을 리가 없다.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지 않나, 시정잡배의 막말을 해대지 않나, 온 식구가 안방에서 시청하는 TV에서 불륜·도박·폭력이 버젓이 미화되지 않나, 이런 혼탁 한 세태에 길들여진 일반 국민들의 의식구조와 도덕률이 어느 수준인가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 가짜학력이라고 해서 새삼 놀랄 것이 못된다. 동방예의지국이던 우리나라가 반세기 만에 세계인의 입에 오르는 거짓말, 가짜상품, 섹스의 천국이 되었으니 앞으로 한국의 미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
학력위조는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에도 영향을 주었다. 박근혜씨는 선거인단에서는 이겼어도 여론에서는 뒤지는 바람에 패배한 셈인데 일반 국민의 의사를 수렴한다는 그 경선방법은 일견 매우 그럴 듯하지만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한국인에게는 그 당시의 사회분위기가, 특히 박빙의 경선에서는 결정적 힘을 발휘한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학력위조 사건에 유독 여성 유명 인사가 많았고 더욱이 탈레반에게 납치된 사람들이 대부분이 여성인데다 매일 뉴스에 오르내리니 아직도 페미니즘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서 여성후보에게 지지표를 던졌을 리가 만무하다.
가짜학력 사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학력조작 사실보다도 그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전가시키려는 그릇된 생각이다. 바꿔 말하면 학력위조의 원인이 학벌지상주의 풍토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참으로 본말을 전도시키는 단견이다. 그렇다면 대학 출신자들이 간판과 학위를 따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학교에 다녔단 말인가?
사람은 배운 만큼 실력과 경쟁력이 늘어나게 되어 있어서 공부야말로 누구에게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학력을 속이고 부풀리는 행위는 무임승차해서 반사이익만을 얻으려는 개인적 허욕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건전한 사회질서를 위해서라도 엄중한 제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 존경받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기능인, 장인, 운동선수, 문화 예술인, 실무직 직장인에게는 학력보다 현장에서의 재능과 기술만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현장을 떠나 관리자나 경영자로 일하려고 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도 경영자나 교수가 되고 보니 실기보다도 이론과 전문지식을 배우는 학교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기업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첫 자료는 학력밖에 없다. 전투를 생명으로 하는 군대에서조차 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소위에게 오랜 경험을 쌓은 직업 하사관을 지휘하도록 하며 며느리를 간택하는 데도 옷차림이나 음식솜씨보다 학력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세상은 주어진 기회를 더 활용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 학력은 그 중의 하나로써 사람을 평가하고 선별하는데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현재 한국의 사태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조만연 /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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