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내의 학교 선생님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 기금마련 만찬에 참석하였다. 평소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높이 사고 있던 터라 마음으로부터 성원을 보내며 열심히 준비하는 관계자들을 지켜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만찬은 많은 이들의 호응과 얼마만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멋들어진 판소리 한마당이 어우러져 성공적이었고 나 역시 뿌듯한 마음으로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
아이들 교육은 가정과 학교의 공동과업이다. 재미한인의 2세인 경우 대부분 이중문화의 부담 속에서 자란다. 즉 학교에서는 미국문화, 집에서는 한국문화를 감당해야 하는 남다른 어려움이 더해져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어린 아이들은 혼돈스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자칫 반대로 대응할 경우 그리고 이에 대한 선생님과 부모의 이해와 가르침이 부족할 경우, 그 혼돈과 상처는 우리 아이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배움의 길목 그리고 시행착오의 길목 길목에서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문화 중개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줄 때 우리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나 자신도 이 문화 갈등의 숙제를 놓고 얼마나 노력하고 현명하게 대처했는지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아쉽기만 하다. 눈앞에서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겨우 어찌 해보는 습관이 이 일에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것도 다른 아이의 사건을 통해서 처음으로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큰아이 유치원 때의 일이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큰아이 담임선생님이 울그락불그락 하며 나를 찾아왔다. 같은 반에 한국에서 갓 온 남자 아이가 있었는데 그 부모한테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상황인즉 그 아이가 반 여자아이 앞에서 태권도 실력을 멋지게 선보이려다 그만 여자아이를 발로 차버린 것이었다. 태권도 시범이 폭력이 되고 그것도 여자아이를 발로 차는 대형사고가 된 것이다.
노발대발하는 선생님 앞에서 아이는 당연히 겁에 질려 고개도 못 들고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선생님 눈에는 어마어마한 사고를 치고서도 선생님 얘기에 눈을 피하며 뺀질거리는 것으로 보인 것이었다. 선생님은 그런 오해로 인하여 더욱 더 화가 난 것이다.
그동안 이런 문제로 고심을 해본 적이 없던 터라 맞는 설명인지 자신은 없었지만 급한 대로 생각을 짜내 변명어린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아이를 찬 게 의도적이 아니라는 점, 사내아이일 경우 다소 거친 행동이라도 이를 용납하는 수준이 문화 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점을 말했다. 그리고 잘못하여 어른들께 꾸중을 들을 때는 다소곳하게 고개 숙여야 하는 게 우리의 예의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시종 고개를 끄떡거리며 고맙다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나도 내친 김에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아이들끼리 서로 일러바치게 만드는 이곳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자기방어를 위해 미리 훈련시키는 거라는 설명에 수긍이 갔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 자라는 동안 여러 선생님들과 틈틈이 한국 문화 설명회를 시도해 보곤 했던 것은 그날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경험이 선생님들의 한국문화 체험을 체계적으로 기획하는 이날 저녁 행사 프로그램의 후원자가 되게 한 것 같다.
기금모금 만찬을 즐기면서 이런 기금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촌지, 아주 바람직한 촌지일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부모들이 선생님들에게 개별적으로 전달하여 발생하는 촌지의 문제점들을 고려해 본다면 이런 촌지야 말로 적극 추천할 만하다.
선생님들을 위해 쓰이는 기금, 그런데 결국은 그 혜택이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기금이니 커뮤니티가 지향해 볼만한 촌지 시스템이 아닐까.
김선윤 / USC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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