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인은 얼마 전 LA 공항에 가기 위해 타운에서 운행하는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에 오르자 한인 운전자는 승객에게 명함을 건네며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만약 공항에서 누구 차를 타고 온 것이냐고 경찰이 물으면 아는 사람이 태워다 준 것이라고 대답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승객의 이름과 직업을 물은 후 만약에 대비한 ‘입 맞추기’를 했다.
택시 운전사가 걱정한 ‘만약’은 물론 불법택시 단속이다. 최근 LA 공항을 중심으로 정식 허가 없이 영업하는 택시들에 대한 단속이 부쩍 강화됐다. 경찰은 일단 불법영업이라고 의심되면 승객과 운전사를 분리해 이런저런 것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러니 사전에 입을 맞추지 않은 채 공항에 나갔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사전에 충분히 리허설을 했음에도 심지가 약한 손님들은 경찰이 집요하게 추궁하면 사실을 이실직고해 버린다. 그러면 운전사는 그 자리에서 체포되고 한 달 영업이 물 건너간다.
한번 불법영업으로 체포되면 운전을 못해 줄어드는 수입은 차치하고서라도 벌금 수백달러에 차량압류와 차량을 되찾는데 써야 하는 비용 등으로 수천달러는 족히 나간다. 불법택시 운전사들로는 공항 운행이 도박과 다를 바 없다.
당국이 불법 택시운행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합법 택시회사들의 압력 때문이다. 공항 운행의 경우 거의 절반이 허가 없이 영업하는 택시들로 추산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용자 입장에서 볼 때 이런 택시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옐로 캡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우선 싸다. 한인타운의 경우 동서로 알바라도에서 크렌셔, 남북으로 피코에서 베벌리 사이 운행은 5달러이다. 글렌데일이 25달러, 그리고 30마일 가량 떨어진 노스리지나 풀러튼은 40~50달러 선이다. 한 달에 2,000달러 정도의 사납금을 내야 하는 옐로 캡들은 이렇게 낮은 요금을 받을 수 없다.
또 한국말로 부를 수 있고 부르면 5분 내로 달려오는 신속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게다가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비디오나 음식 배달까지 해 준다. 일부 한인들에게는 불법택시들이 ‘발 노릇’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택시업자들 얘기를 듣노라면 비록 자기들이 정식 허가 없이 영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용객들에게 정식 택시들은 제공하기 힘든 편리를 주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엿보인다. 8년째 택시회사를 운영해 오고 있는 한인은 “만약 타운 내 택시들이 없다면 한인들의 음주운전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누가 밤중에 일일이 옐로 캡 불러 30분 이상 기다린 후 타고 가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손님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운전사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업체들끼리 공람하는 등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영업은 분명 법에 어긋나는 행위지만 지금처럼 큰 수요가 존재하는 한 불법택시들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처벌을 위한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불법을 눈감아 준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몽성 단속을 벌여나가는 것이 좀 더 현실적 조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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