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프랑스에 있는 한 미군 기지를 방문했다. 장병들을 상대로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던 아이젠하워는 진흙탕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당황스런 순간이었다. 그 상황에서 참모장이 아이젠하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무언가 귓속말을 나누었다. 아이젠하워는 벌떡 일어나 연단으로 올라갔다.
“여러분이 즐겁다면 나는 다시 한 번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총연합사령관의 조크에 장병들은 환호했다. 경의의 환호였다. 참모의 한 조언이 상황을 반전시킨 것이다.
빤한 수다. 그 수가 대국자들은 안 보인다. 장기를, 바둑을 둘 때 흔히 있는 일이다. 9단이라면 입신의 경지다. 9단들도 그런 경우가 있다. 수가 안 보이는 것이다. 그 수를 아마추어가 그런데 본다. 훈수꾼이 더 잘 보는 것이다.
훈수꾼, 참모가 중요하다. 평범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도 그렇다. 지도자들에게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해서 나온 말이 ‘좋은 참모야말로 뛰어난 지도자의 요건’이라는 것이다.
역사의 뛰어난 지도자들을 보면 그 주변에는 항상 좋은 참모들이 있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하면 반드시 거론되는 유명한 참모가 제갈양이다. 조조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 유비보다 더 많은 훌륭한 참모군의 보좌를 받았다. 순욱, 가후, 정욱 등.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다소 빛이 바랜 감이 있지만 조지 부시 하면 떠오르는 참모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칼 로브다. 한 때 일곱 난쟁이의 하나로 불리던 빌 클린턴을 도와 대권 도전에 승리케 한 딕 모리스도 빠질 수 없는 명 참모다.
어떤 참모가 그러면 가장 명 참모인가. 지도자 앞에서 ‘아니오’를 말할 수 있는 참모라고 한다. 보스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더 넓게, 더 깊이 보고 ‘아니오’를 말할 수 있는 참모야말로 진정한 참모라는 것이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중요 요건은 지인지감(知人之鑑)이다. 사람을 판단하는 감식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인지감이 있어야 명 참모를 알아본다. 그리고 명 참모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다. 승부는 여기서 갈라진다. 결국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점입가경이다. 박근혜와 이명박의 싸움 말이다. 상대의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던 박근혜 캠프가 도덕성 검증을 받게 됐다. 박근혜 진영 사람이 이명박 후보의 주민등록 초본을 부정발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으니.
명색이 대권주자의 싸움이다. 그 싸움의 기술이 그런데 그렇다. 너무 수준 이하다. 그저 밑도 끝도 없는 흠집 내기다. 그러다가 부메랑 효과가 난 꼴이다. 참모가 없는 탓인지, 아니면 지도자의 역량이 그 정도여서인지…. 절로 한숨이 난다.
진정한 용호상박의 격조 높은 한판 승부를 한국 정치에서 기대하는 건 아직은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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