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에세이
알바트로스(Albatross)는 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가장 멀리 나는 새다. 대형 갈매기를 닮은 바닷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란 격언은 알바트로스를 묘사한 유명한 글이다. 바람 거센 남반구 대양에 주로 서식하면서 오징어와 생선을 잡아먹고 산다. 북미에 사는 우리에겐 좀 낯설지만 그 크기와 엄청난 활공거리로 인해 뱃사람들에겐 살아있는 신화로 알려진 지 오래다.
가장 큰 종(種)인 ‘방랑자(wanderer) 알바트로스’는 양 날개를 펴면 폭이 3.4미터나 된다. 어른 팔아름의 두 배다. 몸무게도 20여 파운드. 황금 독수리도 이 곁에 서면 왜소해 보인다. 눈부시도록 흰 몸체에 길고 유연한 날개로 활공하는 알바트로스의 모습은 당당하고 장엄하기까지 하다.
알바트로스는 먹이를 찾아 지구 반 바퀴의 거리도 거뜬히 돈다고 한다. 한 여정에 근 만 마일까지 비행하는 셈이다. 하루 평균 550마일 거리를 시속 50마일로 난다고 기록돼 있다. 알바트로스가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를 날 수 있는 것은 바람타기의 명수이기 때문이다. 바람과 파도를 이용한 역동적 활공법을 구사한다.
알바트로스가 바람을 거슬려 날 땐 풍속이 낮은 바다표면으로 접근한다. 거긴 거센 파도가 강한 상승기류를 일으키므로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부상한다. 바람을 뒤에서 받고 날 땐, 날개를 고정시킨 채 장 시간 글라이더처럼 활공한다. 날면서 오히려 에너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초월적 능력을 가진 알바트로스를 옛 사람들은 영물로 보았다. 죽은 뱃사람들의 넋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새를 죽이면 평생 목에 재앙을 두르고 살아야한다고 믿어 살생을 삼갔다. 동양에서도 알바트로스를 신천옹(信天翁)이라 부른다. 사람 모습을 연상한 것이다. 알바트로스의 생태를 깊이 알수록 사람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장수 형이다. 보통 50년에서 최고 85년까지 산다. 이 사실만으로도 ‘하늘의 뜻을 믿는 노익장(信天翁)’이란 칭호가 제격이다. 게다가 수컷이 천생연분 짝을 찾는 노력은 집요하고 낭만적이다. 개성미 넘치는 춤사위로 구애하는데 마침내 암컷이 넘어가면 함께 백년해로한다. 불륜이나 이혼이 없다. 일단 부부가 된 후엔, 수컷은 연애시절 추던 춤 따윈 다시 추지 않는 것도 사람과 꼭 닮았다.
부부 새는 일년에 알을 딱 하나만 낳는다. 독수리도 최소한 둘은 낳는데 알바트로스는 소다 캔 만한 큰 알을 하나 산란한다. 새끼를 낳으면 부부는 번갈아 가며 일년내내 극진하게 돌본다. 먹이도 부모가 일단 삼켜 삭힌 음식을 토해내 먹인다. 한 마리 새끼를 정성을 다해 키우는 것이다. 알바트로스에게도 자식농사가 사람들만큼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알바트로스들이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예전엔 밀렵꾼이나 이들의 서식지를 침범한 쥐나 고양이 떼 때문에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근래엔 인재에 의해 그 피해 규모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우선 어부들이 바다 한가운데 쳐 놓은 긴 낚싯줄에 수없이 죽어간다. 낚시 끝에 달린 미끼를 덥석 물었다가 걸려 익사하는 알바트로스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더 심각한 요인은 플라스틱 공해이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인 줄 알고 삼켰다가 탈이 난다는 것이다. 이를 토해놓은 먹이를 먹은 새끼들까지 죽어간다.
알바트로스는 7-8년 객지를 떠돌다가도 새끼를 낳을 무렵이면 꼭 옛 집을 찾는다고 한다. 뿌리를 찾는 귀소본능의 영물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고향으로 떠나야 할 알바트로스를 플라스틱 쓰레기로 질식사시키고 있다. 이 무책임한 행태를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사람보다 더 군자같은 알바트로스를 바다 한가운데 낚싯줄로 대량 익사시키고 있다. 무슨 말로 그 넋을 위로할 수 있을까? 더더구나 그 업보로 우리 인간들 목에 지워질 앞으로의 재앙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김희봉 / 수필가, 환경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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