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날씨 탓을 하지 않고 사계절을 모두 즐긴다고 한다. 여름이 덥긴 하지만 바다와 산과 계곡 … 자연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 활기찬 계절이다. 그래서 여름을 사람의 일생 중 한창 때인 젊음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쩐지 여름 방학을 맞아도 젊은이들의 얼굴에서 해맑은 미소와 함박꽃 같은 웃음을 대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학창시절 가난했고 물질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했어도 해맑게 웃을 수 있었다.
요즘 방학을 맞아 부모와 아이들이 더 긴장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어두운 표정을 짐작할 만했다. 방학 때 뒤쳐진 학업을 보충해야 하고 새 학기와 상급학교 입학을 위해 더 정진해야 하기도 하지만 휴식 없이 쫓기는 아이들을 보면 어쩐지 방학이란 단어가 떫어진다.
열흘 전 사업차 피닉스를 다녀왔다. 115도의 이글거리는 사막에서 굳건히 서있는 선인장과 초록색으로 생명을 지탱하고 있는 야생초들을 보며 사막이 살아 있음이 새삼 신비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막 캘리포니아에 진입하며 안타까운 전화를 받았다. 지난달 23일 우리 산장에서 있었던 윤동주 ‘시’ 모임 행사에 참석하려고 5명이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우리 산장 반대편에서 몇 시간 헤매다가 돌아갔다는데, 그래도 아쉬워 행사날짜가 틀렸으면 해서 다시 전화로 확인한다고 했다.
그분은 그 날이 결혼 23주년이라 별을 보며 멋있는 여름밤을 즐겨보겠다고 만반의 준비까지 했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작은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몇년 후면 그들이 행사에 참석했던 것 보다 더 잊지 못할 추억이 되리라.
이렇게 여름은 우리들의 감성을 유혹하고 있다. 그런 유혹에 대해 아무 느낌이 없다면 감성이 둔해지고 있는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미·일 윤동주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그 날은 여름밤에만 느낄 수 있는 멋진 분위기였다. 여름밤이 좋은 것은 한낮의 강렬한 태양 때문에 별빛이 더 차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 6월26일 KBS 9시 뉴스에 ‘LA에서 울려 퍼진 윤동주의 별’ 이라는 제목으로 특파원이 송신한 뉴스를 보고 서울 친구들이 전화를 해왔다. 화면에 비친 젊은 표정들과 산소같이 순수한 분위기가 부러웠단다.
여름은 피하지 말고 태양에 익혀야 할 때다. 목화와 옥수수 해바라기들이 작열하는 태양아래 알알이 익어가고 포도밭에 포도 알들이 양껏 태양열을 머금으며 단맛을 생성하고 있다. 더위에 지쳐 노곤함을 느낄 때나 무기력함을 느낄 때 사막에서 꿋꿋이 버티고 서있는 선인장을 상상해 보면 어떨까?
나도 최근에 건강 때문에 이번 행사를 치르는데 힘들었고, 행사 끝난 후에도 몸져누울 뻔했는데 피닉스에 갔다 오면서 본 선인장으로부터 더 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들의 설익은 생활철학도 익히고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서러움마저 익히자.
이 여름에 시퍼렇게 살아있는 내 성질을 익혀야겠다.
행사를 마치고 젊지 않은 사람들이 차창을 열고 손을 흔들며 우리가 같이 불렀던 노래를 부르며 돌아가는 모습들이 별빛아래 소년 소녀같이 아름다웠다.
그 밤에 나도 50여 년 전, 여름 캠프를 마치고 대구역에서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헤어지며 불렀던 ‘Till we meet again’ 노래를 참석한 모든 이들을 향하여 불렀다. 나 언제 철들지?
오! 젊은이들이여 철들지 않아도 좋으니 이 태양의 계절에 꿈을 익혀라. 그리고 해맑은 미소와 함박꽃 같은 웃음으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라.
이성호 / 시인· R.V. 리조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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