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시나트라·로드 스튜어트 등 인기인 단골 수두룩
LA유니언 역 본 딴 웨스트LA ‘엘라이드 모델 트레인’ 폐점
주 고객 베이비부머 고령화하고 온라인 판매 증가로 매출 격감
‘돈 안 되는’장사 손 떼고 ‘돈 되는’부동산 임대업에 뛰어들기도
“모두 타십시오! 엘라이드 모델 트레인(Allied Model Train)이 떠납니다.” 컬버시티에서 오랜 세월 고객의 관심을 끌어 온 미 최대 모형기차 상점이 최근 폐점했다. LA유니억역을 본 따 만든 약 반 블럭 길이의 이 모형기차 가게의 명멸은 모형기차 산업의 부침의 역사를 웅변한다. 이제 한물간 비즈니스가 됐다. 이 가게 주인 알렌 드러커(58)는 32년 동안 해 온 가게의 문을 닫았다. 이 가게를 인수한 새 주인은 기존의 가게 터에서 좀 더 작은 길 건너 점포로 옮겼다. 그런데 이 점포가 바로 드러커가 인수한 건물에 들어 있다. 그리고 드러커는 원래 모형기차 가게 자리를 새미스 카메라(Samy’s Camera)에 임대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모형기차 판매가 인터넷 매매로 경쟁력을 잃어가자 드러커는 발 빠르게 사업을 접고 부동산 임대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웨스트LA 지역의 많은 소년소녀, 그리고 모형기차 수집광들이 즐겨 찾던 지역 명소였지만 과감히 정리한 것이다.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도 이 가게의 고객이었다. 시나트라의 랜초 미라지 저택에 가면 기차역처럼 생긴 건물이 세워져 있을 정도이다.
시나트라의 집을 수차례 방문했던 드러커는 “그는 집 선반에 여러 종류의 모형 기차를 전시해 놓았다”고 했다. 시나트라 외에도 로드 스튜어트, 브루스 스프링스턴 등 가수가 단골이었다. 또 배우 도널드 서덜랜드도 모형기차 수집가이다.
전직 방송인 톰 스나이더는 광적인 모형기차 수집가였다. 마린 카운티에 있는 그의 집에는 1920년대 이후는 물론 그 이전의 오래된 모델들도 수두룩하다. 스나이더는 “내가 좋아서 기차들을 모았는데 이젠 내 손자들이 즐거워한다”고 흐뭇해했다.
모형기차 비즈니스는 라이오넬(Lionel)이 처음으로 전기 기차를 내놓았던 20세기 초부터 시작됐다. 1920년대는 이 비즈니스가 황금기를 맞았다. 금속 전동차는 소년들이 가장 좋아한 수집 품목이었다. 2차 대전으로 인해 중단된 모형기차 비즈니스는 1950년대 다시 붐을 탔다. 요즘 어린이들이 비디오 게임에 열광하듯 당시 어린이들은 모형 기차에 푹 빠졌다.
이제 모형기차에 대한 열기는 많이 식었다. 모델 레일로더(Model Railroader) 발행부수는 1993년 27만2,000부에서 요즘엔 16만2,000부로 줄었다. 사람들은 1939년 건설된 유니언역을 극찬하고 아꼈고, 드러커가 1989년 세펄베다 길에 이 역을 그대로 본 따 만든 소형 유니언역이 동네 명물이 됐지만 이젠 세월이 흘러 모든 게 달라졌다.
우선 이 가게를 운영하는데 전기료 부담이 너무 컸다. 모형 기차들을 계속 움직이는 전기료와 가게 직원 임금 등으로 매달 3,000달러가 들었다. 그런데 매상은 신통치 않다. 모형기차 모으기를 취미로 하는 한 손님이 가게에 들어왔지만 이리 저리 새 모델들을 둘러보고는 그냥 가게를 나갔다. 이 손님은 마음에 든다면서 기차를 사지는 않았다. 온라인으로 주문할 생각이라고 했다. 인터넷 매매 때문에 손님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단골들의 고령화이다. 모형기차 수집을 좋아하는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들이 이러한 취미를 후대에 ‘전수’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진짜 문제이다. 드러커의 고객 랜디 밀러는 자녀들이 자신을 놀려대는 것을 이렇게 전했다. “우리 아버지는 55세인데도 아직 장난감 기차를 가지고 논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은행가로 일해 온 스티브 린드는 집에 수천 개의 모형 기차를 소장하고 있다. 그는 “아내가 나의 취미를 이해해 주어 무척 고맙다”고 했다. 린드는 또 손자에게 자신의 멋진 취미를 물려주려고 애쓰고 있다. 4세짜리 손자에게 실제 기차를 태워주어 기차에 대한 관심을 불어넣으려 했다.
드러커의 기차 사랑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됐다. 그의 아버지는 드러커가 1세 때 크리스마스 나무 주위를 빙빙 도는 기차 선물세트를 사주었다. 사춘기 때 잠시 흥미를 잃었지만 다시금 기차를 좋아했다. 드러커는 다니던 전기회사 일에 염증을 느끼고 1975년 집과 차를 팔아 자금을 마련한 뒤 웨스트의 엘라이드 모델 트레인을 인수했다. 이 가게는 2차 대전 직후 오픈했다.
드러커는 비즈니스가 잘 되면서 수년 만에 사업 확장에 들어갔다. 1980년대는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직장을 갖고 있는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서 거실에 모형 기차를 사다 놓았다. 드러커의 기차 장사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런데 이제 세상이 변하면서 드러커가 ‘돈 안 되는’ 모형기차 장사에서 손을 떼고 ‘돈 되는’ 부동산 사업에 손을 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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