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비즈니스 지원하는 엔젤 자본 봇물
작은 신생업체라도 비전만 있으면 ‘베팅’
100여개 그룹 50억달러 1천여개 업체 지원
보통 4~8년 투자해 5~10배 높은 이익
대기업 중심에서 사업가적 자본주의로 전환
대기업 사장이 영웅이던 시절은 갔다. 요즘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일으켜 세운 사업가가 왕(또는 여왕)이다. 중소기업이야말로 일자리 창출과 혁신의 주역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창업주가 이 시대의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소기업 창업 사업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서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도 크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소규모 창업 비즈니스가 외부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싹수가 보이면 돈은 경쟁적으로 따라붙는다.
창업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이런 자금원을 앤젤 자본(자금에 목마른 자를 구원해주는 천사와 같다는 뜻에서)이라 불리는데, 창업 사업가는 처음에는 자기 자본으로 시작하나 이내 주위 친구나 가족들에게 돈을 끌어다 쓰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래도 부족해 외부에 손을 벌리게 마련이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단계서 앤젤 자본이 들어간다. 창업 소기업을 지원하는 앤젤 전주들은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그 자신 사업에 성공한 베테런 사업가들로 신생 비즈니스의 전망을 보고 과감한 베팅을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앤젤 자본은 최근 급팽창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소재 ‘테크 코우스트 앤젤스’의 창업자 루이스 비야로보스에 따르면 지난해 그런 개인이 투자한 액수는 총 50억달러로 1,176개 창업 소회사를 도왔다.
현재 미국내 앤젤 투자 그룹은 약 100개로 크게 늘어났는데 테크 코우스트 앤젤스도 그 중 하나다. 앤젤 투자 그룹은 핵물리학자이며 투자자였던 고 한스 사비리언스가 주축이 돼 만든 ‘밴드 오브 앤젤스’가 공식 1호. 이 그룹은 투자 회원수가 100명 이상으로 성장했는데 시스코 시스템과 제네텍과 같은 굴지의 기업들을 키워낸 장본인이다.
테크 코우스트의 비야로보스 사장이 앤젤 그룹을 설립한 것도 비야로보스 박사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사업을 2개나 성공시킨 사업가인 비야로보스는 테크 코우스트 앤젤스를 지난 1997년 창업했는데 당시 주위에서는 미쳤다는 말이 많았다. “오렌지카운티에 부동산 외에 뭐가 있느냐. 벤처 투자가, 테크놀러지, 사업가 그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고들 비웃었지만 지난 10년 사이 이 회사는 회원투자자가 270여명으로 늘어났고 128개 회사에 8,500만달러를 투자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테크 코우스트의 성장사야말로 지난 10여년 사이 리스크에 대한 태도가 크게 변화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초창기에는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기업체 사장과 재무 담당 매니저들이 20만달러에서 100만달러의 돈을 싸들고 찾아오고 있다.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이 있는 창업자라면 자금은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는 셈이다.
창업 소기업에 투자하는 앤젤 투자자들의 실적은 아주 좋은 편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앤젤 투자자들은 보통 4년에서 8년 사이 투자하여 5배내지 10배를 번다. 이 정도니 돈이 꼬리를 물고 찾아든다.
하지만 앤젤 투자가 급팽창하고 있는 이유가 꼭 높은 투자 수익만은 아니다. 현 경제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설립 7년째인 ‘패사디나 앤젤스’가 불법복제방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미디아디펜더’를 지원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파사디나 앤젤스는 미디아디펜더가 영화업계서 골머리를 앓던 복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믿고 투자했는데 예상대로 대박이었다. 2005년 아티스트 디렉터 코포레이션은 미디어디펜더를 4,250만달러를 주고 사갔다.
하지만 앤젤 자본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돈은 아니다. 받기가 쉽지 않다. 노련한 벤쳐 투자자들 앞에서 자신의 사업 플랜을 설명하여 관심을 틀어쥐고 돈을 받아내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젱가루 펀 푸즈’를 창업한 게리 애덤스는 ‘테크 코스트 패스트 피치 경연대회’서 60초 동안 자신의 사업플랜을 300여명의 프로페셔널 투자자들 앞에서 설명하려니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고 말한다.
앤젤 투자 그룹은 요즘은 회원수가 늘어나 한번 모이면 컨벤션처럼 보인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앤젤 네트웍인 ‘키레추 포럼’에는 500여명이 참석했다.
앤젤 투자는 이젠 해외로 진출한다. 키레추 포럼이 캘리포니아 라파옛에서 시작해 샌프란시스코, 덴버, 보이시, 시애틀 등지로 확장한 끝에 최근에는 중국 북경에 지부를 연 것이 좋은 예다. 앤젤 자본 개념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대기업 위주의 관료주의적 자본주의에서 고용과 혁신의 주역인 중소기업이 주축이 되는 사업가적 자본주의(etrepreneurial capitalism)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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