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정찰기·생물테러 백신·로봇 전사 등 기술 확보 차원
기발한 아이디어 개발하는 소규모 기업들에 투자자 연계시켜
“큰 손 국방부가 미래의 고객” 벤처투자자들 관심 높아져
‘느림보’ 국방부와 ‘발 빠른’ 벤처기업 원만한 조화가 관건
국방부는 차세대 정찰시스템, 생물테러 백신, 로봇 전사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는 작은 회사들을 찾고 있다. 굵직굵직한 대기업과 주로 거래를 해 온 국방부는 이러한 신기술과 관련 규모는 작으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소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거대한 국방부가 재빠르게 몸놀림을 하는 기술 분야 소기업들과 조화를 이루려는 게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서로의 필요에 의해 손을 맞잡고 있다. 국방부의 새로운 프로그램 DeVenCI(Defense Venture Catalyst Initiative)가 이를 총괄한다. 이 프로그램의 일례로 국방부와 실리콘 밸리의 공조체제를 들 수 있다. 국방부는 새로운 기술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체계적인 설명을 할 때 실리콘 밸리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쓴다. 이 DeVenCI 디렉터인 밥 포행카는 “우리는 검색엔진”이라고 했다. 포행카는 실리콘밸리의 작은 벤처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찾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이들 벤처기업의 기술 특성과 장래성에 대해 설명한다.
어느 사설연구소에서 무슨 연구를 하고 있으며, 어느 대학에서 무슨 실험을 하고 있고 그 효용성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홍보한다. 민간차원의 투자를 유도해 작은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도록 독려한다. 일반 투자자들과 국방부의 연계를 높인다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결국 이 기술을 국방부 업무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집 차고에서 한 두 명이 의기투합해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미래의 대박’이라도 투자자의 도움 없이는 꽃을 피우기 어렵다. 이러한 미래의 기술을 찾아 투자자들과 연결시켜 주는 업무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 역할을 DeVenCI가 전담한다.
닷컴 붕괴 후 투자자들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소규모 벤처기업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투자를 망설이는 투자자들에게 국방부가 납품을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사전에 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안심시킨다. ‘큰 고객’이 뒤에서 밀어주면 걱정 없이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서로에게 윈-윈 상황이 된다.
벤처투자사의 관리책임자인 로저스 노박은 “국방부는 포천이 선정한 제1의 기업이나 마찬가지이다. 소규모 벤처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투자를 망설이는 벤처투자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지난해 10월 공식출범 이후 세 차례 회의만을 했을 뿐이다.
또 과연 느림보 국방부와 시시각각 변해야 생존하는 실리콘 밸리의 생리가 얼마나 ‘궁합’이 맞을지 알 수 없다. 국방부가 벤처기업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9.11 뉴욕테러 사건 이후에 두드러졌다. 안보를 확고히 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 벤처투자자들은 국방부의 이러한 흐름을 꿰뚫어 관련 벤처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털 KPC&B의 파트너인 테드 슈라인은 국방부의 이 프로그램에 초기부터 동참했다. 국방부 납품을 총괄하는 관계자들과 대화도 여러 차례 나눴다. 한번은 직접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을 만났다. 슈라인은 “럼스펠드 장관이 비밀 서류를 들고 왔다. 그는 서류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국방부의 중요한 계획에 내가 동참해 주길 희망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DeVenCI는 벤처캐피털과 국방부를 연결해 준다. DeVenCI의 주선으로 군사 및 정보 업무에 사용될 15개 신기술이 채택됐다. 국방부는 2006년 풀타임 직원 4명과 함께 일하는 디렉터 포행카에게 섭섭지 않은 수고비를 지불했다.
DeVenCI의 주선으로 국방부는 30여 벤처캐피털 가운데 11곳을 선정해 ‘2년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국방부 ‘주문’ 항목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지난 3월 국방부 산하 50여 물품조달 담당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국방부는 매주 6,000여개의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한다. 소규모 벤처기업들로서는 대단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DeVenCI가 실험적으로 활동할 2003년 국방부 산하 정보시스템 에이전시가 컴퓨터 네트웍 보호를 위해 적절한 벤처기업을 물색 중이었다.
DeVenCI의 주선으로 캘리포니아의 쿠퍼티노에 있는 벤처기업 ArcSight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채택됐다. ArcSight는 그 후 5년간 360만달러어치의 물건을 납품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방부는 알짜 기술을 갖고 있는 소규모 벤처기업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들 벤처기업이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벤처 투자자들을 연결해준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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