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친구들에게 죄의식같은 기분들었다
대학당국 이번 일로 한인학생들에게 불이익 없을 것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의 범인이 한국교포 학생인 것으로 밝혀지자 이 대학 소속 한국인 유학생들은 충격과 허탈감에 빠진 가운데 17일 오후 버지니아공대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예배에 대거 참석,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미국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한인 학생들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한국계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이번 일로 한국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희생자 추모행사에는 이번 총기사건 현장에 있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죽음의 위기를 넘겼지만 팔과 옆구리, 손 등에 상처를 입고, 입원했던 한국인 유학생 박창민(토목공학 석사과정)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미국인 친구들에게 안타까운 마음 전하고 싶었다 = 희생자 추모행사가 열리는 버지니아공대내 캐슬 콜로세움 농구경기장에는 행사 시작 2시간전부터 이 대학 학생, 교수 등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많은 학생들은 버지니아공대의 상징인 주황색 셔츠를 입고 행사에 참석, 이 대학 출신들의 희생을 기렸고,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서로 껴앉고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 내외도 참석, 오늘은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이 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주최측은 추모객들이 대거 몰려들어 캐슬 콜롯세움이 꽉 차자 인근에 미식축구경기장에 별도의 행사장을 만들었고, 전광판을 통해 옥내 행사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미식축구장에도 5천여명의 추모객들이 운집,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추모행사에는 한인학생회를 비롯해 한국인 유학생들도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유지연(패키징전공.석사과정)씨는 처음 소식을 접한 뒤 같은 한국인으로서 죄의식 같은 기분이 들었고,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생각도 들었다면서 이 일로 한국 유학생들이나 한국이민자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미국인 교수님과 이 사건에 대해 오늘 오전에 얘기하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니까 `전체 한국 유학생들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면서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오히려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학군사관후보생(ROTC)인 김들(정치학 전공.2학년)씨는 이번 일로 한인 학생들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되며 최근 타결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한미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 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완(컴퓨터공학 전공.박사과정)씨는 한국인 학생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추모행사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한국 유학생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른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행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9.11사건 이후 이 대학에서 미국 학생들이 이슬람교도 학생들에게 돌을 던지고 네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항의시위를 벌인 일이 있다고 전하며 이번 일로 한국 유학생들에게 불상사가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용주(컴퓨터공학 전공. 박사과정)씨는 오늘 아침 미국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했다면서 다른 과에 있는 친구들도 대책모임을 갖고 한국 친구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전하며 미국 친구들의 오해를 풀기도 했다고 말했다.
(블랙스버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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